지영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을 두고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추천 지영선 이사는 이번 주 초 눈 건강 악화를 이유로 이완기 방문진 이사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측에 사의를 밝혔다. 지 이사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치료가 잘 되고 있었는데 다시 나빠졌다”며 “새로운 일을 파악하느라 신경이 쓰인 점도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더 일이 진행되기 전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지영선 이사는 방문진 이사장을 맡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정부여당 추천 이사 중 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 관례에 비춰 이완기 현 이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지영선 이사 임명이 이사장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었다. 일각에서는 MBC 지역사 사장 선출이 마무리될 때쯤 새 이사장이 선출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 때문에 지영선 이사의 사의 표명이 방문진 내 이사들 간 자리다툼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지 이사는 “내가 이사장이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식의 얘기도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 이사장 임기가 오는 8월에 끝난다고 하니 그때 교대하면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방문진에선 신임 사무처장 선임 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0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신임 사무처장으로 내정된 윤병철 MBC 부국장에 대해 노조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이 이사장은 사무처장 임명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MBC본부)는 윤 내정자에 대해 이사들 간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표결이 강행됐고 그 배경에 박영춘 MBC 감사와 이완기 이사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MBC본부는 또 윤 내정자가 지난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시절 신사옥건설국 부국장, 용인 드라미아 단장 등 보직을 맡았고 MBC 구성원들로부터 신망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자 과거 성희롱 시비를 불렀던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서 이완기 이사장은 “2월1일부로 인사발령을 내려고 했는데 내정자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와서 의혹이 해소된 뒤 임명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신임 사무처장 선임에 대한 논의는 2일 정기이사회로 미뤄졌다. 일부 이사들은 사무처장 선임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될 경우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