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가 친박 인물들을 새누리당 후보자로 공천‧당선시키기 위해 국가정보원 자금을 받아 여론조사를 무려 120회 실시한 것으로 나왔다.

박근혜 청와대는 정권에서 실시하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가 불법인 것을 인지하고 정책여론조사로 둔갑시켰고, 청와대 예산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자 국정원에 상납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3부가 국정원 자금 상납사건 수사 경과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1월 20대 총선(2016. 4. 13 총선)을 앞두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도해 120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는 새누리당 비박계 현역의원을 배제하고, 친박인물을 대거 당선시키고, 친박세력의 확대 및 새누리당 주도권을 확보하는 목적으로 실시됐다. 박근혜는 여론조사 결과를 수회 보고받았고, 친박계 의원들과도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한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친박 인물의 적정성 검증 및 추천, 친박 리스트 및 지역구별 경선 및 선거 후보자 지지도 현황, 대구‧경북 등 광역지구별 경선 공천 전략 수립,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 친박 세력에 유리한 다수의 자료를 만들어 박근혜에게 보고했다.

친박에 유리하도록 적용된 ‘공천룰 검토’ 자료도 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에 전달됐다. 친박에 유리하고 비박에 불리하도록 공천룰에 영향을 미치려고 했던 정부 차원의 음모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수사당국은 박근혜가 ▲특정 친박 후보자의 출마 지역 변경 및 특정 지역구 출마 종용 ▲유력 친박 현역의원 지원을 위해 경쟁 후보자 출마지역 포기 종용 ▲배제대상 비박의원과 경쟁관계 있는 특정 친박 후보 경선 연설문 제공 등 선거운동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행위들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255조 위반이다.

일명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전국경제인연합을 압박하고 보수단체들에 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33개 특정 보수 단체에 지원금 69억원이 지급됐다는 게 수사 결론이다. 이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준우, 조윤선, 현기환 전 정무수석, 신동철, 정관주, 오도성 전 소통비서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죄로 불구속 기소됐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2013년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전 사회 영역에 좌파세력이 퍼져있는 위기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권 5년 내 좌파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는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해 10월 보수단체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지원 요청을 받았다.

이어 김 전 시장은 2014년 1월 경 정무수석실에 보수단체 자금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정무수석실은 15개 보수단체에 30억 원 지원금을 할당한 후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전경련에 전달했다.

전경련이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정권의 거센 압박이 있었던 것도 드러났다.

정무수석실은 ‘비서실장 관심 사안이데 이래서야 되느냐’고 전경련 부회장에게 지원금을 압박했고 “지난 대선 때 도움을 준 단체이므로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결국 전경련 자금으로 21개 보수단체에 23억 원이 지원됐다.

2014년 12월에도 화이트리스트에 따라 전경련의 자금이 보수단체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정관주 전 소통비서관은 31개 단체에 40억원을 할당한 보수단체 지원 리스트를 작성해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게 보고한 후 전경련에 리스트를 전달했다.

이에 전경련은 금액이 크다고 감액을 요청했지만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이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지 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작성된 리스트대로 지원금을 보수단체에 전달할 것을 강요했다. 2015년 9월에도 현기환 전 정무수석도 전경련을 압박해 31개 단체에 3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도록 강요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민중의소리.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민중의소리.

박근혜 청와대는 보수단체 지원 의혹을 담은 언론보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6년 1월 정관주 전 국민소통비서관은 40개 단체 40억원을 할당한 보수단체 리스트를 작성해 전경련에 전달했는데, 박근혜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관제 데모 지시 및 전경련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의혹을 담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잠시 자금지원을 중단했다. 하지만 2016년 7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23개 보수단체에 10억원의 자금이 지원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3부는 “청와대는 자금지원 단체를 활용해 국정 운영 동력을 얻기 위한 지지 여론을 조성, 좌파단체 대응 집회를 개최하게 하기도 하는 등 이른 바 ‘국정의 우군’으로 보수단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왔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에 따라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가장 많이 지원을 받은 단체는 어버이연합(8억 4천8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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