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고정 출연하기로 제작진과 합의했던 김완 한겨레21 기자가 갑작스럽게 출연 불가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김 기자는 SBS가 비정규직 제작진 임금을 현금이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한 ‘상품권 페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기자다. 출연 불허 이후 김 기자는 상품권 보도 때문에 윗선에 의해 출연이 무산된 것 아니냐고 반발했으나 담당 PD는 “수평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취재를 종합해 보면 김 기자는 지난달 24일 오후 블랙하우스의 한 작가로부터 프로그램 고정 출연 제의를 받았다. 같은 날 김아무개 블랙하우스 담당 PD도 김 기자에게 전화했고, 김 기자와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다음날 만남을 가졌다.

▲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진=SBS
▲ SBS 시사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사진=SBS
서울 마포 한겨레 사옥 인근에서 김 기자를 만나 함께 점심을 한 블랙하우스 제작진은 “김어준이 강력하게 김완 기자를 추천했다”고 했다. 양쪽은 이날 자리에서 월요일(29일) 녹화에서 입을 의상, 다음 아이템 등도 논의했다. 방송 출연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2시30분경 블랙하우스의 김 PD는 김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회사 보고를 했는데 약간 난색을 표해 죄송하다”며 “상품권 보도 건인데, SBS를 비판적으로 다뤄서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볼 때 무마하려고 출연시키는 거 아닌가하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이다. 조금 지나서 다시 부탁드리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PD가 김 기자에게 밝힌 제작진 입장은 다음과 같다. ‘SBS에 비판적 기사를 썼다는 사실이 방송 출연 여부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조선일보를 포함해 SBS 블랙하우스에 비판적인 매체들이 있는데 방송 초반인 만큼 조심하자는 의견이 있었고 이를 반영한 결정이다.’

김 기자가 블랙하우스에 출연할 경우 ‘SBS가 상품권 페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한겨레21 기자를 출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외부 지적이 있을 수 있어 출연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7일 “‘트럼프는 관종’… ‘나꼼수’식 막말 난무하는 지상파”라는 제목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이던 블랙하우스를 비판했다.

▲ 조선일보 지난해 11월7일자 8면.
▲ 조선일보 지난해 11월7일자 8면.
김 PD는 김 기자에게 “SBS가 문제 있다고 보도한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며 “저희 프로그램은 공격을 많이 받았다. 파일럿 때 조선일보가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는데 그런 부분이 우려된다. 외부 비판이 많다보니까 조심하고 가자는 입장이다. 엄청난 결례인 것은 분명하고 잘못의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최종 의사 결정자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김 기자는 1일 통화에서 “방송 콘셉트와 아이템 등 현장 PD들과의 이야기는 끝난 상태였다”며 “제작진보다 더 위쪽의 의사 결정을 지닌 분들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 경우 제작진들의 취재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 김 PD는 “여러 제작진들이 함께 수평적으로 논의한 결과다. SBS가 ‘이거 빼라’는 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아니다. 그렇게 운영된다면 블랙하우스 같은 프로그램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기자는 “방송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입장에선 이 경우 항의할 방법이 전무할 것”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례를 봐도 일방 통보로 출연진이 하차한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해외출장인 김 PD에게 입장을 요구했으나 따로 밝히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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