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정부 국정농단 연루자는 국가정보원 활동비 뇌물 사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42명에서 54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중 형이 확정된 8명, 재판에 아직 넘겨지지 않은 6명을 제외한 피의자 40명의 재판이 속행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새로 기소된 국정농단 연루자는 6명이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수수자로 지목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및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공여자로 지목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포함돼 있다. 오는 2월27일 재판이 시작되는 최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1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나머지 1명은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한아무개씨다. 그는 “국토교통부가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을 개발 사업지구로 지정하도록 최순실씨를 통해 대통령에게 청탁해주겠다”며 개발업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사고 있다. 한씨 또한 한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쳤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최순실씨의 ‘독일 집사’로 알려진 윤영식씨는 현재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상태다. 그는 한씨의 알선수재 공범 피의자로, 국제공조를 통해 신병이 확보되는대로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특활비 뇌물 사건과 관련해 곧 재판에 넘겨질 피의자도 4명이 남아 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현기환 및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살고 있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또한 특활비 수수 혐의가 추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질 예정이다.

박근혜 1심, 3월 선고 가능성 높아… 특활비 뇌물 혐의 추가로 재판은 계속

115회에 달하는 공판이 열린 전 대통령 박근혜씨의 뇌물·직권남용 혐의 사건은 오는 3월 내 마무리 될 전망이다. 최순실씨 등 주요 증인 신문과 자신의 피고인 신문 만을 남겨둔 상태다. 공범인 최씨에게 징역 25년이 구형됐다는 점에서 전직 대통령이었던 박씨에겐 25년을 초과하는 실형이 구형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 특활비 뇌물 수수 사건 재판도 곧 시작된다. 박씨에겐 임기 중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 36억5천만원을 수수한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다. 오는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심리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17년 2월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17년 2월24일 박영수 특별검사팀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법정 싸움이 종료됐으나 윤전추 전 행정관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이 전 행정관은 의료법위반방조 등이 유죄로 인정되며 2심 재판부로부터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구속 115일 만에 풀려났다. 윤 전 행정관의 국회 청문회 불출석한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윤 전 행정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가장 진도 느린 ‘이재용 재판’… 상반기 내 박영수 특검 임기 종료될 듯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피고인 사건 대부분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연루자 7명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11월27일 경 대법원에 접수돼 오는 3월 내로 선고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선진료’에 가담한 정기양 전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이임순 전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도 2심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허위증언을 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정 전 교수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며 풀려났다. 같은 혐의가 적용된 이 전 교수의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고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특검이 제기한 공소 자체를 기각했다. 특검은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배임죄가 적용된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1·2심에서 모두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특검과 피고인 모두 상고했다. 2심 재판부는 합병 찬성 압박에 박근혜 전 대통령 및 청와대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조윤선 전 장관은 법정구속된 상태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연루자 7명 중 김소영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을 제외한 6명이 2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2심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징역 4년을,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에 대해서는 징역 2년, 김상률 전 청와대 교문수석·신동철 전 청와대 정부비서관·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 진도가 가장 느린 쪽은 ‘삼성 뇌물 혐의’ 연루자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 피고인 5인은 오는 5일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쌍방이 상고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종합할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법적 판단은 5~6월 께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 기간은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 심리가 마쳐지는 시점과 맞물릴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10일 이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하며, 보고서를 제출한 때 당연 퇴직한다.

혐의 추가된 우병우, 기소 안 된 정유라

최순실씨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강요, 삼성·롯데 뇌물 수수 등 혐의 1심 판결은 재판이 시작된지 1년 2개월이 지난 오는 13일에 내려진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판결도 같은 재판부에서 선고된다. 최씨에겐 징역25년이라는 국정농단 연루자 중 최고 실형이 구형됐다.

▲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영장심사를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영장심사를 위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개 재판을 진행 중이다. 먼저 시작한 재판은 문체부 간부 좌천 인사 강요 사건이 포함된 직권남용 등 사건이고 두 번째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불법 사찰 결과를 비선 보고받은 혐의 관련이다. 우선 시작한 재판의 1심 선고는 오는 14일 오후 2시로 예정돼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직권남용·횡령 등 혐의)과 장시호씨도 기소된 지 1년이 다 돼 갈 무렵 1심 선고를 받고 항소해 지난달 24일부터 2심을 진행 중이다. 차 전 단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이사, 김홍탁 플레이그라운드 대표도 항소했다. 차 전 단장은 지난 11월22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유치에 관여한 장씨는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장씨는 최씨 지시에 따라 일부 대기업에 후원을 강요(직권남용·강요)하고 정부 보조금을 위법 취득(보조금관리법위반)했으며 3억 여 원을 빼돌린 횡령 혐의를 사고 있다.

장시호·최순실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오는 2일 김 전 차관의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국정농단 연루자 중 유일하게 기소가 되지 않은 피의자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다. 검찰은 지난해 6월2일과 6월18일, 두 차례에 걸쳐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로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검찰이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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