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북한 측은 합동공연 취소 이유에 대해 한국 언론을 언급했다. 북한 측은 건군절 열병식에 대한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북한측이 보이고 있는 태도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내부 성추행 사건과 해당 사건을 은폐했다는 폭로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31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은 1면과 사설로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주요하게 다뤘다. 또 사건 은폐자로 지목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거짓말을 비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사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다음은 31일 아침에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사 성추행’ 파문, 문무일 ‘조사 후 응분 조치’”
국민일보 “대참사 후에야… 국회의 소방법 처리 ‘직무태만’”
동아일보 “文대통령 ‘공무원, 혁신 못하면 혁신대상’”
서울신문 “오후 5시반 PC 꺼지자 ‘저녁있는 삶’이 켜졌다”
세계일보 “北 몽니에 살얼음판 걷는 평창…올림픽 참가 판도 깨지나”
조선일보 “마식령 훈련, 출발 전날 밤까지 진통”
중앙일보 “빚 탕감된 205만명, ‘부채 요요’ 시달린다”
한겨레 “최저임금 노동자 80%, 가족 생계 책임졌다”
한국일보 “고장난 팀워크… 경제사령탑, 령이 안 선다”

북한 합동문화공연 취소…북한 측 “한국언론이 모독했다”

평창올림픽을 맞아 남북이 2월4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했던 합동문화공연을 지난 29일 북쪽이 취소하겠다고 일방통보했다. 북한 측은 “남쪽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쪽이 취하고 있는 진정 어린 조치들을 모독”하고, “북쪽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내부 경축행사’는 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말한다.

▲ 31일 조선일보 1면.
▲ 31일 조선일보 1면.
주요 조간들은 북한 태도에 유감을 나타내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북한 지적대로 평창올림픽을 통한 남북화해 분위기에 불만을 품은 듯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남쪽 언론의 보도 태도에 문제가 없진 않다”면서도 “민간 언론보도를 이유로 행사를 취소하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남북 간 합의사항은 언론과의 약속이 아니며, 남한 정부가 언론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권한도 없다”며 “오히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원색적으로 비난했지만, 남한 정부는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건군절 열병식이 평창올림픽과 관련없는 북한 내부행사라 하더라도, 열병식에 유엔 제재 원인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이 대거 등장하는 것에 대한 남쪽 언론들의 우려가 정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북한 입장에서 이른바 ‘건군절 열병식’ 등에 대한 남한 언론 보도가 불만스러울 수 있겠지만 남한의 언론 자유를 모를 리 없는데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남북의 제도와 문화, 사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31일 한겨레 사설.
▲ 31일 한겨레 사설.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대해 일부 신문은 다른 이유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 취소와 관련, 한겨레는 “금강산 공연을 위한 정부의 경유 반출이 대북 제재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불만, 3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공연에 대한 부담 등이 거론된다”며 “북한이 임박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 없이 금강산 합동공연만 취소한 것에도 이런 다양한 속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합동 공연을 취소한 진짜 이유 역시 남북이 약속한 각종 행사의 유엔 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는 남측 여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은 이대로라면 자신들이 노렸던 제재 구도 와해가 어렵다고 보고 대화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위협으로 남측 정부를 겁주고 길들여 보겠다는 속셈일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 31일 경향신문 사설.
▲ 31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북한 태도에 대해 “신뢰를 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이런 일방적 행동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사안으로만 벌써 두 번째”라며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언제 또 합의 사항을 뒤집을지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현직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폭로, 여파 이어져

지난 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사건 폭로 후,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사 성추행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응분의 조치를 약속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을 주장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에게 연락을 취하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문 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우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직장 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한편으로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31일 경향신문 1면.
▲ 31일 경향신문 1면.
서지현 검사는 지난 29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과 JTBC 방송 출연에서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덮으려고 했고, 인사 불이익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대검 감찰본부 진상조사는 검찰 간부들이 추행에 대한 감찰을 덮었다는 의혹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검사장은 당시 추행 의혹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도 받지 않고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보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까지 올랐고 지난해 퇴직했다.

또한 당시 서 검사의 2015년 인사를 담당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휘하 검사들도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 31일 한국일보 1면.
▲ 31일 한국일보 1면.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여성들의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아직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면서 “이런 성희롱, 성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문화를 만들어주시기 바란다. 특히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혁신과제 중 하나로 추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의 거짓 증언도 도마에 올랐다. 최 의원은 30일 입장을 내고 “사건 내용을 알지도 못했고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으나 이를 부인하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날 임은정 검사는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앞장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주장이 맞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2010년 10월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 근무하고 있었다.

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교일 전 국장이) 저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그리 호통을 쳤다”고 썼다. 또 “제게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31일 한겨레 1면.
▲ 31일 한겨레 1면.
31일 주요 일간지는 해당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검찰, 비열한 성범죄 침묵의 카르텔 깨야’에서 “법무부와 대검찰청 소속 공무원의 성비위 징계 건수가 2012년 이후 5년간 34건이라는데, 이런 조직문화 속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은 또 다른 성범죄가 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성범죄에 대한 침묵은 ‘조직 보위’가 아니라 ‘범죄 카르텔’이며 이번 사건이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범죄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경향신문도 사설 ‘검찰의 낡은 조직 문화가 낳은 성추행과 집단 침묵’에서 “상하 권력관계에서 일어난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31일 조선일보 사설.
▲ 3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사설 ‘검찰 내부에서 강간까지 있었다니’에서 “권력자인 검사가 공개된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과 안 전 단장이 그 후 요직이라는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은 검찰의 조직 문화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런 문제를 조사해야 할 검찰과 경찰에서도 성추행이 빈발하고 있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서 검사가 '검찰 내에서 강간이 있었는데 묻혔다'고 주장한 것은 진위를 가려야 한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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