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소통과 정부 정책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남북단일팀 구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가상화폐 규제와 관련해 정부 부처 조율 문제 등이 불거진 가운데 정부 정책의 취지를 온전히 전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30일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을 주재한 자리에서 “진심을 다해 국민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라며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정부 입장을 제대로 전달해야만 정부와 국민 간의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남북 단일팀 구성의 경우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 당사자와 협의할 수 있었고 국민 설득 시간이 있었는데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문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한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보강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홍보는 상품의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라 친절하고 섬세한 안내서가 되어야 한다”며 “정책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보로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홍보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소통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처 간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가상화폐 규제 문제와 관련해 정부 부처 간 다른 목소리로 볼 수 있는 내용이 나오면서 혼란을 준 것에 대해 부처 간 소통이 부족한 결과 아니냐는 질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소통’이라는 주제로 정부의 디지털 소통 강화 방안을 발제해 발표한 것도 정부의 소통 능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워크샵 참가자들은 정책 홍보 및 소통 강화 방안, 홍보 관련 부처 간 협업 확대 방안 등을 놓고 토론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발언과 윤영찬 수석의 주제 발표가 정치적 공세 성격의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과 직접 소통이라는 말은 원론적인 내용으로도 볼 수 있지만 대언론 관계가 불편하다는 얘기로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부처 관계자를 강하게 질책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 발언들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채용 비리와 관련해 “정의와 원칙을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고, 특히 우리 소중한 청년들에게 깊은 절망과 좌절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 공공기관부터 지방 공공기관과 각종 공직유관단체에 이르기까지 불법을 저지른 청탁자와 공공기관 임직원에게 엄중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근본적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정부 혁신을 강조하면서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각 부처와 소속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 과감하게 정부 혁신을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 수요자가 외면하는 정책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전문가의 용역 보고서나 토론회 등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 해서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섬세하게 살피면서 모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처 간의 입장이 다르고, 국민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의 경우 충분한 설득과 공감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각별히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 사진=청와대
▲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샵. 사진=청와대

최근 잇따라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국민 안전 대응 문제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2월에 있을 국가안전대진단부터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시행해주길 바란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철저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저한 안전진단을 위해 점검자를 공개하는 안전진단 실명제를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성장한 만큼 그 혜택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는지, 민주주의가 확대된 만큼 정의와 공정이 국민의 일상에 자리잡고 있는지, 기본 중의 기본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우리 모두 깊게 성찰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이제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에게 두고, 나라의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크샵에서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2018년 국정운영방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내 삶을 바꾸는 정책, 2018년 이렇게 달라집니다’라는 내용의 주제를 발표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적폐청산과 혁신속도 가속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 주력 ▲혁신성장과 4차산업혁명을 튼튼하게 뒷받침 ▲공정경제 확립, 상생협력 강화 ▲국민의 기본생활 보장, 삶의 질 제고 ▲국민안전 확보, 깨끗한 환경 보존 ▲교육 혁신과 문화 향유 기회 확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협력 추진 ▲대한민국의 글로벌 위상 강화 등 10대 분야 주요정책을 제시했다.

이날 차관까지 참석한 워크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워크샵 취지에 대해 “국정철학을 공유 토론하고, 2018년 국정운영 방향과 1월 18~29일 진행된 정부 업무보고를 종합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워크샵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등 각 부처 장관, 처장, 차관, 청장, 정부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및 각 수석비서관, 보좌관과 비서관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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