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지난 2010년 검찰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가운데 안태근 전 검사가 가해자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해당 사건을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덮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여성국회의원과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책임자 조사 등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서지현 검사는 29일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가 공공연한 곳에서 강제추행을 했다”며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긴 했지만 안 검사로부터는 어떠한 연락과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은 뒤 2015년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며 “인사 발령의 배후에는 안태근 검사가 있다는 것을,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법무부와 검찰 전직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그날 저녁 JTBC 뉴스룸에서 인터뷰를 했다.
▲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법무부와 검찰 전직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그날 저녁 JTBC 뉴스룸에서 인터뷰를 했다.
이에 대해 안태근 전 검사는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이 없다”며 “보도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접했으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전 검사는 “그 일이 검사 인사나 사무 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을 덮은 사람으로 지목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혀 기억이 없다”며 “왜 나를 끌어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지현 검사 사건을 검찰 게시판에 올린 임은정 검사는 3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최교일 검찰국장이 나를 불러 ‘피해자는 가만있는데 왜 들쑤시냐’고 호통쳤다”고 밝혀 최 의원 해명을 두고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지지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최교일 의원이 속한 자유한국당은는 당은 물론 중앙여성위원회조차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최교일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여성국회의원 일동은 30일 “정의구현을 내세우며 성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검찰 조직이 성범죄 의혹을 덮고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남용했다는 사실이 참담하고 분노한다”며 △검찰 내 성범죄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철저히 수사할 것 △사건에 연루된 현역 정치인도 수사할 것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을 요구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위원장 박인숙)도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집단인 검찰에서 검사의 지위를 가진 여성조차 성범죄에 노출돼 있으며 범죄 사실은 권력 구조에 의해 은폐되고, 그 안에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이는 장소만 바꾼다면 뜻밖의 사건이 아닌, 수많은 여성들이 체감하고 있는 일상의 단면”이라며 대검찰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30일 오후 4시 기준, 이 사건과 관련해 공식 논평이나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공보팀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서 검사 사건과 관련한 논평은 아직 예정에 없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 역시 “관련 논평을 낼 예정이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중앙여성위원회(위원장 김순례 의원) 역시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순례 의원 측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입장문 등 준비된 것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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