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이 사건을 검찰 내부에서 무마하려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는 당시 검사장이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냐”며 무마하려 했다는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임 검사는 해당 검사장이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라고 밝혔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임 검사는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 7월24일 자신이 검사 게시판에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사례 2(법무부 감찰편) 글에서 당시 성추행 사건 무마 정황을 설명했다. 임 검사는 “당사자인 피해검사님이 29일 어렵게 용기를 내어, 오늘 아침 검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셨다”며 “피해검사님과 연락이 잘 되지 않자, 저에게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당시 게시판에 올린 사례 2를 그대로 옮긴다”고 설명했다.

임 검사가 전한 자신이 지난해 7월24일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사례 2(법무부 감찰편) 글은 다음과 같다.

“어느 검사의 상가에서 술에 만취한 법무부 간부가 모 검사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황당한 추태를 지켜본 눈들이 많았던 탓에 법무부 감찰 쪽에서 저에게 연락이 왔었어요. 가해자와 문제된 행동은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니 좀 확인해 줄 수 있느냐고...

제가 검찰 내부 소문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라 웬만한 소문들은 금방 저에게 몰려오거든요. 당연히 저는 피해자를 곧 특정하여 피해자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했습니다.

가해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게 느껴져 한참을 설득했는데도, 그 검사님은 피해 진술을 한사코 거부하더군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 후 이야기를 더 하기로 하고 이야기가 잠시 중단되었는데, 그날 오후 모 검사장에게 호출되었습니다.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며.. 그 추태를 단순 격려라고 주장하며 저에게 화를 내더라구요. 피해자가 주저하고, 수뇌부의 사건 무마 의지가 강경하자, 결국 감찰 쪽에서 더 이상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황당하게도, 그 가해 간부는 승진을 거듭하며 요직을 다녔는데, 검사장으로 승진한 가해자로 인해 그 피해검사가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입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습니다.”

▲ 임은정 검사가 지난 2013년 산마을학교에서 강연한 사진. 사진=임은정 페이스북
▲ 임은정 검사가 지난 2013년 산마을학교에서 강연한 사진. 사진=임은정 페이스북
이와 관련해 임 검사는 “모 간부의 상가집 추행사건은 공연히 일어난 일이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법무부 감찰쪽에서 감찰 착수하여, 저에게 가해자 이름을 말해 주지 않은 채, ‘모 검사의 상가인 강남성모병원에서 간부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겠다, 중앙지검 검사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주중에 강남성모병원에 온 것이니 수도권 여검사인 듯하다. 피해자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김 검사는 “단서가 적었지만, 워낙 공연히 일어난 일이라 몇 시간 탐문만에 피해자가 바로 특정됐다. 피해자를 설득하다가 점심시간이라 대화를 잠시 중단했는데 피해자와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도 전에 모 검사장님한테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가해자 이름은 그때 비로소 들었다. (이 검사장이) 화를 내시다가 ‘임 검사는 집무실이 없지? 올라와’(라고 해서 올라갔더니) 올라온 저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그리 호통을 치시더라”고 폭로했다.

임 검사는 “제게 탐문을 부탁한 감찰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며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이것이 제가 직접 관여하며 겪은 일들”이라고 소개했다.

임 검사는 “검찰의 자정능력이 부족하여, 견디다 못한 한 검사(서지현 검사-기자 주)님이 어렵게 용기를 내었다”며 “조직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겨 있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 검사님이 그간 흘린 눈물이,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나오는 검사장은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라고 임 검사는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30일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들쑤시냐’고 호통친 검사장이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라고 확인했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최 의원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2010년 10월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으며 임 검사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 근무하면서 법무부 감찰 쪽의 의뢰로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를 만나 감찰 협조를 설득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에 대해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30일 오전 ‘여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보도 관련 설명자료’를 내어 “저는 서지현 검사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라며 “저는 2009년 8월부터 2011년 8월까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였고 서지현 검사는 2011년 2월 서울북부지검에서 여주지청으로 이동했다(여주지청은 검사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지청임)”고 밝혔다.

최 의원은 “저는 이 사건 현장에 있지도 아니하였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부터 지금까지 서지현 검사와 통화하거나 기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이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이번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서지현 검사도 당시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무마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대검에서 진상조사를 한다고 하니 곧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지현 검사는 29일 오전 검사게시판에 자신이 안태근 전 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례를 고발하는 글을 올린 뒤 이날 저녁 JTBC와 인터뷰에서도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 최교일(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최교일 페이스북 갈무리
▲ 최교일(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최교일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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