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29일 1면에 보도한 ‘평창 개막식 하이라이트 성화 점화 장면이 샜다’ 기사가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기사는 로이터 통신의 사진을 조선일보가 전재한 것인데,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점화 리허설 모습을 담고 있다.

조선일보는 해당 사진을 전재하며 “성화 점화는 올림픽 개회식의 최대 하이라이트”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 때문에 역대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가 점화되는 방식과 성화 최종주자의 정체를 점화 순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며 “때문에 비공개리에 진행되던 성화 점화 리허설이 의도치 않게 외신에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리허설 사진의 비보도를 요청해왔다. 하지만 사진기자들이 개폐회식 주변 촬영 포인트를 점검할 때 로이터 통신 기자가 성화 봉송 리허설의 모습을 포착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선일보 1월29일자. 1면.
▲ 조선일보 1월29일자. 1면.
이후 로이터 통신은 29일 오전 0시30분 경 성화 점화 리허설 장면을 보도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9시21분 경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로이터통신은 해당 사진을 삭제하면서 전재 계약을 맺은 언론사들에 “사진이 오류로 전송됐다”며 “이미지를 제거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로이터 통신의 보도로 정보는 새 버렸다. 여기에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TV조선 등이 로이터 사진을 전재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결국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화 점등 방식 변화까지 검토한다고 밝혔다.

사진 기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점은 로이터 통신이 정말 비보도를 모르고 이를 공개했겠느냐와 이를 전재한 언론사들은 책임이 없느냐에 맞춰져 있다. 조선일보는 앞서 언급한 대로 해당 사진을 전재하면서 이 장면이 비공개라는 점을 밝혔다. 공개되면 안되는 사진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오종택 기자는 지난 29일 ‘평창 성화 점화 사진 유출, 실수일까? 무지일까?’ 기사를 통해 “비공개 원칙을 모를리 없는 점화 리허설 장면을 공개한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의도된 실수인지, 평창올림픽 조직위의 어설픈 대회 운영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을 겨냥했지만 사실상 해당 사진을 전재한 매체에게도 동일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조선일보의 전재 보도와 관련해 한 중앙일간지 사진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사진기자라면) 누구나 다 올림픽 개막식 관련 사진 자료를 보도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조직위에서 준비를 하고 있고 비보도가 원칙인데 상식적으로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진을 쓰지 말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 한 기자는 “로이터라는 세계적인 통신사를 통해 보도가 됐기 때문에 세상에 다 공개가 됐다고 판단했었던 것 같다”며 “조선일보가 보도하지 않는다고 감춰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당 기사가 보안을 유지해야 할 장면이 유출됐다는 문제 제기 차원에서 썼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중앙일간지 사진기자는 “(로이터 통신이)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는 건데 공개했다고 하면서 자사 보도에 해당 사진을 싣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며 “누가 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9일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로이터 통신에 대해 “계약 위반”이라며 “점화 사진을 촬영한 기자는 올림픽 취재 AD카드를 박탈하고 로이터는 개회식 취재를 불허한다”는 제재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해당 보도를 전재했던 매체들에게도 관련보도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온라인에서는 해당 기사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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