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가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것을 두고 국민의당은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내놨다.

김 전 기자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취재했던 점, 최순실 게이트 특종 보도를 통해 결과적으로 정권 교체에 영향을 미쳤던 점,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 대변인 내정설이 한차례 돌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당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뻔히 보이는 비판을 예상하고도 청와대가 김 전 기자를 대변인으로 발탁한 배경이 뭘까. 언론인 출신 대변인을 통한 대언론 대응이 집권 2년차 절실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임 청와대 대변인 발탁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의겸 기자의 대변인 발탁은 최근 최저임금인상 문제, 가상통화 규제 문제, 부동산 정책, 평창올림픽 단일팀 등 정책을 놓고 쏟아지는 언론 보도 양상을 과도한 공세성 비판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대응 메시지를 개발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을 꼽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29일 김의겸 전 한겨레 기자를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무엇보다 글 잘 쓰는 언론인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언론인 출신의 강점을 부각시킨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 전 기자가 언론인 시절 썼던 기사에 대한 평가가 곧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된다고 판단한 셈인데 복수의 관계자는 김 전 기자의 글에서 보이는 정치적 감각을 높게 샀다는 평이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차기 대권 주자로서 ‘정치인 문재인’을 분석하고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본 김 전 기자의 기사를 집권 전부터 예의주시해왔다는 것이다.

김의겸 전 기자는 지난 2010년 4월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행사 계획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를 취재하면서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와의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전 기자는 “그가 숨으면 숨을수록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도움을 필요로 하고, 그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역설’이다”라고 썼다.

김 전 기자는 그리고 한 달 뒤 직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기자는 ‘참여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을 얘기해달라’고 질문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민심을 잡지 못했다. 진보나 발전이 좀 더디 가더라도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민심을 얻으면서 차근차근 해나가야 했었는데 우리는 너무 서두르거나 너무 오만하거나 너무 서툴렀다. 우리가 씨를 뿌리고 만들었던 정책들의 결실을 위해서도 정권 재창출이 필요했는데 그걸 못했다. 그게 가장 큰 실패”라고 답했다.

김 전 기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통령 후보가 되고 난 뒤 ‘문재인의 서재’를 둘러본 일을 쓴 적도 있다. 김 전 기자는 “문재인의 서재를 구경한 적이 있다. 첫 느낌은 ‘인권변호사, 맞네!’였다. 1980년대 사회과학 서적이 손때가 묻은 채 책장에 빼곡했다”고 술회하고 “그런데도 분위기가 딱딱하지만은 않았다. 시·소설 덕이다. 특히 웬만한 대하소설은 다 있는 듯했다”고 썼다.

그리고 2015년 3월 <“노무현 2배의 학습능력”…문재인의 경제 실력은?>이라는 기사를 통해 차기 대권주자로 재부상한 문재인 대통령을 검증했다.

김 전 기자는 “경세제민(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함)의 의지를 확인해보고 싶어 (문재인 후보의)서재를 몇바퀴 돌았는데도 그 흔한 경제원론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실물경제 감각은 더 형편없다. 큰맘 먹고 샀다는 집은 멧돼지가 수시로 드나들고 경운기 한 대도 오가기 힘든 골짜기에 파묻혀 있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김 전 기자는 “그러던 문재인이 변했다. 대표가 된 뒤 자신과 당의 운명을 온통 경제에 다 걸었다. 하루의 일정 대부분을 경제 관련으로 채우더니 17일 청와대 회동에서는 경제정책만 가지고 박근혜 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면서 “하지만 개인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국가의 경제정책이다. 팍팍한 삶의 현장을 찾아 서민들 등을 두드려준다고 국민들이 감동을 받는 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큰 틀은 만들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들은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표 경제정책을 만들지 못하면 집권 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능한 경제계 인사를 호출해 참모진으로 꾸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김의겸 전 한겨레 선임기자.
▲ 청와대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김의겸 전 한겨레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호남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때 호남정서를 분석하면서 문재인 불가론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 글도 눈에 띤다.

김 전 기자는 2016년 4월 <문재인은 끝내 호남판 ‘사도세자’가 되는가>라는 기사에서 “정말 광주가 문재인을 버려도 되나 싶다. 정권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얼마나 많은 패배를 겪었던가. 대선만 해도 1971년 87년 92년 세 번이나 떨어졌고, 총선에서 진 건 셀 수도 없다. 패배의 질이나 양 모든 측면에서 결코 문재인보다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면서 “내년 대선도 구도 면에서는 야당이 여당에 상대가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지역, 세대, 이념 뭘 따져 봐도 불리하다. 그래도 인물들의 면면이 여당에 밀리지 않는다는 게 유일한 자산이다. 되도록 많은 후보들을 보유하고 서로 경쟁을 시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후보를 키우는 게 활로다. 그런데 이래서 쳐내고 저래서 쳐내면 그마저도 다 까먹게 된다”고 썼다. 당내에서 문재인 불가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호남에서도 비토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 문재인의 가능성을 쉽게 봐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대선을 한 달 앞둔 4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양자 대결 성사 가능성을 언론들이 따졌을 때도 김 전 기자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허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전 기자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은 허상이다>라는 기사에서 5가지 근거를 들어 양자 대결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김 전 기자는 “촛불 국면에서 옛 여권 후보들이 이기기 어렵다는 건 객관적인 현실이다. 그래도 두 사람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대선 이후 대대적인 보수 재편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라며 “5자 대결이 기본 구도다. 홍준표 유승민 둘 사이의 범보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옛 여권의 결집도는 한층 높아진다. 그만큼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대결은 더 멀어진다”고 전망했다.

또한 “모든 논리적 결함을 극복하고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됐다고 치자.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지지자들의 열도”라며 “문재인 지지층은 ‘이명박·박근혜’로 대표되는 보수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부활을 막고 적폐를 청산하려는 정권교체 열망 세력이다. 이에 반해 안철수가 최근 들어 약진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을 지지했던 표심이 안철수에게 건너갔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기자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기세 싸움’을 벌이기 위해서라도 양자대결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나 정치분석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이 양자대결 논리를 펴려면 이런 초보적인 의문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허공에 집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는 28년간 국제·정치·문화·사회 등 각 분야를 두루 거치며 통찰력과 전문역량을 증명한 언론인으로서 기획력과 정무적 판단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글을 떠나 현실에서 정무 감각을 발휘해 청와대 대변인직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 앞에 이제 김 전 기자는 서 있다.

한겨레 소속 A 기자는 “선임기자 위치에서 후배들과 함께 현장 취재를 통해 국정농단 사건을 밝혀낸 것은 굉장히 칭찬할 만한 일이고, 칼럼도 열심히 써와서 언론인으로서 평가절하되는 인물은 결코 아니다”라며 “중요한 내각 인사를 코드에 맞는 사람을 앉히는 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깊이 있게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줄 알고 대통령의 말을 오해하지 않도록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 언론인으로서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던 것도 아니고 적절한 선을 지키면서 대변인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A 기자는 “지난해 5월 현직에 있으면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낙점 받았을 때 후배들과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공이 한순간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런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휴지기를 거쳐 내정됐기 때문에 그런 모습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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