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보수 성향의 언론인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이사 사장 겸 주필(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29일 동아일보·중앙일보 논설·주필들을 ‘기레기’라고 칭하며 맹비난했다.

정규재 사장이 겨냥한 기사는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의 29일치 칼럼 ‘허니문은 끝났다’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의 칼럼 ‘버릇없는 요즘 젊은이가 정권 운명 쥐고 있다’ 등이다. 두 칼럼 모두 문재인 정부를 비판·비난하는 논조인데 정 사장은 “촐랑대며 탄핵에 앞장서던 기레기들에게 벌써 배신의 계절이 왔느냐”며 비아냥댔다.

정 사장은 지난해 1월 탄핵 국면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단독 인터뷰하는 등 극우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정 사장의 비난은 동아일보·중앙일보 등 기존 보수 언론들이 박근혜 탄핵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인식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이사 사장 겸 주필. 사진=정규재TV
▲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이사 사장 겸 주필. 사진=정규재TV
정 사장은 29일 오전 ‘정규재TV’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에 장단을 맞췄던 동아일보 김순덕이 오늘 아침 실로 가관인 글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와의 ‘허니문은 끝났다’고 떡하니, 용기도 가상한 제목을 달았다”며 “‘허니문’이라는 제목을 단 것을 보니 그동안 자신과 한통속이요, 죽이 잘 맞았다는 것을 자인하기는 하는 것 같았다”고 비판했다.

김순덕 논설주간은 해당 칼럼에서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시작한 대통령이지만 집권 8개월이 지났다. 과거 정부가 남긴 ‘적폐’가 산더미라고 해도 국정 성과를 내려면 짧다곤 할 수 없는 기간”이라며 “청와대는 구한말 위정척사파 같은 86그룹에 포획돼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는 듯하지만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 난 상태”라고 주장했다.

김 주간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노동 유연화 정책’을 강조하며 “문 대통령이 청년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다면 지난주 장관들의 정책 집행 의지를 질책하기 전에 마크롱과 정반대의 정책을 만든 참모들을 질책했어야 했다”고 한 뒤 “이 나라의 지배계급은 왜 세계 최고에서 배우기는커녕 나라를 망하게 했던 명분론적 사고와 감상적 민족주의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지 통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진정 적폐 청산을 원한다면, 그리하여 정의로운 촛불국가를 세우고 싶다면 최고의 정책으로 경제부터 살려내기 바란다”는 것이다. 

▲ 2018년 1월29일치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 2018년 1월29일치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이에 정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 개혁 못하고 청년 실업 늘리고 기업 투자 위축시켰다는 것이 허니문을 끝낸 이유라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김순덕이야말로 좌우도 남북도 앞뒤도 구분이 안 되는 모양”이라며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춘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물에 중독됐을지도 모른다며 제멋대로 지껄인 공로로 주간 자리에까지 올라간 것은 아닐 터인데 참 보기에도 딱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정 사장은 “지금에 와서 문재인 좌익 정부를 뽑은 것이 천추의 한이 될 것 같다고 또 멋대로 떠들고 있다”며 “손가락은 이미 잘랐는지 궁금하다. 눈치 하나는 빠르다는 것인가”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김 주간은 지난해 1월 칼럼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겨냥해 “최순실 없는 지금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대통령을 보면 진짜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블랙리스트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니, 혹시 졸피뎀 영향에 자신이 한 일을 기억도 못하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비난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에 대해서도 “오늘 아침자 칼럼을 썼는데 ‘버릇없는 요즘 젊은이가 정권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 ‘요즘 젊은이’는 누구인가.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것인가”라며 “실로 그럴듯한 자백이라고 하겠다. 언론사 간부들이 글 쓰는 수준이 이런 정도이니 기레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 사장은 “촐랑대며 탄핵에 앞장서던 기레기들에게는 벌써 배신의 계절이 왔느냐”며 “아니면 지력의 한계가 채 1년의 시간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2018년 1월29일치 중앙일보 이하경 칼럼.
▲ 2018년 1월29일치 중앙일보 이하경 칼럼.
이 주필은 29일 중앙일보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2030세대의 마음을 사려면 치밀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며 “적당히 시늉만 내는 퍼포먼스만 있을 뿐 소통도 설득도 없고, 일자리도 주지 않는 무능한 정부라면 미련 없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 그것이 암호 화폐와 단일팀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썼다.

정 사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가 직접 쓴 글”이라고 했고, ‘기레기’ 등의 표현에 대해 “많이들 그 표현 쓰지 않느냐”고 했다. 자신의 글은 문제될 것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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