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정책 결정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다.

방통위는 29일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국민에게 영향력이 큰 정책을 국민과 함께 논의하는 국민숙의제와 국민정책참여단을 운영하여 정책수립·집행 전 과정에서 국민 참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숙의제는 공개토론과 공론화위원회로 나뉜다. 주요 안건 중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 공개토론을 통해 정책을 논의하거나 지난해 구성됐던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처럼 국민대표단을 선출해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공론화위원회는 집단지성을 통한 정책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진전시켰다고 평가 받는다”면서 “방통위에서도 국민을 정책현장으로 참여시키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4기 방통위 정책과제 발표 때 제시한 방송 정상화 과제 이행을 강조했다.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 마련 △TV 수신료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 설치 △편성규약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독립제작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과 관련한 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독립제작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과 관련한 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방통위는 또 방송업계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방송사와 독립제작사 간 제작비 산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독립제작 인권 선언문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4기 방통위 정책과제 때 언급하지 않았던 ‘가짜뉴스 대응’을 부각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 확산 방지 정책 중 ‘자율규제 기반 조성’ 차원에서 △독립적인 민간 팩트체크 기능 등 활성화 지원 △가짜뉴스 관련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이용자의 가짜뉴스 신고 활성화 및 팩트체크 결과 공유를 제시했으며 정책과제로 △논란표시 부착 등 기술적 조치 △가짜뉴스에 대한 광고수익 배분 제한 검토 △사업자, 유관기관과 협력 추진 등을 발표했다.

방통위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불법, 음란물 뿐 아니라 유언비어글도 문제가 심각해 신뢰도를 제고하는 차원”이라며 “여야가 가짜뉴스와 관련한 법안을 내놓고, 올해 선거가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방통위 업무보고 자료.
▲ 방통위 업무보고 자료.
일반적으로 가짜뉴스는 언론보도로 위장하며 허위사실을 담은 게시글을 뜻하지만 국내에서는 언론 보도, 메신저를 통해 유포되는 유언비어글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있다. 가짜뉴스의 범위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인터넷 보도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으로 방통위 관할이 아니다”라며 “언론보도로 가장한 허위정보가 기준이라고 보고 있는데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개인정보 활용 정책을 발표했는데, 행정자치부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입장과 대조적인 과제를 제시해 두 부처간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EU적정성 평가를 추진해 개인정보 국외이전 피해를 막고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높은 EU는 외부 국가로 개인정보를 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적정성 평가’를 거쳐 개인정보 보호가 EU와 동등한 수준이라고 인정되면 개인정보 이전과 활용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난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방통위가 추진한 EU 적정성 평가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위는 방통위가 추진하는 적정성 평가가 ‘전체 적정성’이 아닌 ‘부분 적정성’ 평가로 실효성이 미미하고, 개인정보 기구 간 합의를 거치지 않은 사안인 점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2015년 한국 정부는 전체 적정성 평가를 추진한 바 있지만 당시 EU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독립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낮다고 판단해 ‘부적격’판정을 내린 바 있다.

방통위는 또 개인정보에 비식별조치라는 가공절차를 거쳐 빅데이터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활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비식별화가 안전하지 않으며 “비식별은 익명과 가명을 포함한 개념으로 이를 사용할 경우 혼동을 가져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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