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 파기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8일 “지금 노조가 벌이고 있는 일들은 공정방송 투쟁이 아니”라며 “노조 측이 사장이 안 됐기 때문에 사장이 갖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빼앗아 사장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사장으로 취임한 제가 비민주적 압박과 집단의 힘에 의해 중도 하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사퇴 요구 거부 의사를 밝힌 뒤 “물리력과 폭언에 무릎 꿇을 수 없다. 그것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내달 1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에 대해 최 사장이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최 사장은 “적법하고도 정당하게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제가 불법적인 물리력 행사로 출근을 제대로 못한 지 3주가 지났다”며 “아침 출근길은 집단의 힘으로 봉쇄돼 있고 낮에 어쩌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몰려온 노조원들에게 사장실에서 온갖 수모를 겪은 채 서둘러 나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사장 퇴진 운동은 업무 시간에도 사냥감을 쫓듯 떼로 몰려다니며 이뤄지고 있다”며 “거친 언행은 이제 협박과 위협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장 퇴진’을 위해 방송을 사유화하는 우려스러운 일도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매체 등을 통한 언론 공세는 균형 감각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회사가 대응을 자제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방적 여론몰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현재의 혼란은 노조가 사장을 내정한 합법적인 이사회 결과에 불복하면서, 즉 경선 불복하면서, 그것도 조직적으로 경선 결과를 부정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제 자질 논란은 사추위 단계에서, 또 이사회 단계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검증됐어야 했다. 하지만 사장 선임 결과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노조는 ‘최남수 반대 투쟁’을 하면서 제 뒤캐기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트위터, MB 칭송 칼럼 논란 등 자신이 부른 여러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최근에 제 자질과 관련돼 언급된 이슈들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뒤돌아보고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사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흠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오히려 이것을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회사가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제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합의 파기 논란에 대해 “보도국장 후보였던 간부가 ‘실질적 보도국 인사는 보도국장이 하는 거다’, ‘보도국장이 회사 경영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건 이 목적(사장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인사권은 회사 차원에서 중장기적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적재적소의 원칙으로 실행되는 사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사권 주장으로 회사의 근간을 흔들려는 해당 간부를 보도국장으로 재지명하지 않은 것은 회사의 안정과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어 조치였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이 노종면 기자를 ‘회사의 근간을 흔들려는’ 인사로 규정한 것은 지난 8일 최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YTN 사태 원인은 원천적으로 노종면 기자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과 대동소이한 인식과 태도다.최 사장은 출근 저지 투쟁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상장회사로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물리적 힘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불법적인 출근 저지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비민주적 압박과 집단의 힘에 의해 중도 하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촛불민심의 핵심 중 하나는 모두가 법을 지키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상식을 되찾자는 것 아니었나. 사장의 정상 출근을 집단의 힘으로 막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