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 파기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남수 YTN 사장이 지난 28일 “지금 노조가 벌이고 있는 일들은 공정방송 투쟁이 아니”라며 “노조 측이 사장이 안 됐기 때문에 사장이 갖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빼앗아 사장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고 사장으로 취임한 제가 비민주적 압박과 집단의 힘에 의해 중도 하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사퇴 요구 거부 의사를 밝힌 뒤 “물리력과 폭언에 무릎 꿇을 수 없다. 그것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내달 1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가 파업에 돌입하는 것에 대해 최 사장이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최 사장은 “적법하고도 정당하게 주총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제가 불법적인 물리력 행사로 출근을 제대로 못한 지 3주가 지났다”며 “아침 출근길은 집단의 힘으로 봉쇄돼 있고 낮에 어쩌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몰려온 노조원들에게 사장실에서 온갖 수모를 겪은 채 서둘러 나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언론노조 YTN지부는 노종면 보도국장 지명 합의 파기 등을 이유로 지난 8일부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최 사장과 YTN 사측은 지난 24일 언론노조 YTN지부와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최 사장은 “회사 내 로비에서건 회사 앞 길거리에서건 무리에 에워싸여 사실상 감금을 당한 채 온갖 험담을 듣고 있다”며 “‘최남수씨’, ‘최남수’, ‘당신’이라 불리며 조롱을 받는 게 아무 일이 아닌 듯 일어나고 있다. 출근을 저지 당해 돌아서면 길거리에서 한참을 고성과 폭언에 시달려야 하고 심지어 ‘회사차를 타지 말고 택시를 타라’는 말까지 박진수 노조위원장으로부터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사장 퇴진 운동은 업무 시간에도 사냥감을 쫓듯 떼로 몰려다니며 이뤄지고 있다”며 “거친 언행은 이제 협박과 위협 수준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장 퇴진’을 위해 방송을 사유화하는 우려스러운 일도 현실화되고 있다. 일부 매체 등을 통한 언론 공세는 균형 감각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회사가 대응을 자제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일방적 여론몰이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현재의 혼란은 노조가 사장을 내정한 합법적인 이사회 결과에 불복하면서, 즉 경선 불복하면서, 그것도 조직적으로 경선 결과를 부정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제 자질 논란은 사추위 단계에서, 또 이사회 단계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검증됐어야 했다. 하지만 사장 선임 결과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노조는 ‘최남수 반대 투쟁’을 하면서 제 뒤캐기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트위터, MB 칭송 칼럼 논란 등 자신이 부른 여러 논란을 염두에 둔 듯 “최근에 제 자질과 관련돼 언급된 이슈들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뒤돌아보고 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사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흠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오히려 이것을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회사가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제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 재지명 합의 파기 논란에 대해 “보도국장 후보였던 간부가 ‘실질적 보도국 인사는 보도국장이 하는 거다’, ‘보도국장이 회사 경영에 대해서도 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건 이 목적(사장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을 달성하기 위한 것 아니었나. 인사권은 회사 차원에서 중장기적 인재 육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적재적소의 원칙으로 실행되는 사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사권 주장으로 회사의 근간을 흔들려는 해당 간부를 보도국장으로 재지명하지 않은 것은 회사의 안정과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방어 조치였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이 노종면 기자를 ‘회사의 근간을 흔들려는’ 인사로 규정한 것은 지난 8일 최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YTN 사태 원인은 원천적으로 노종면 기자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과 대동소이한 인식과 태도다.

▲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300여 명은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최남수 사장 퇴진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루 연차 투쟁에 돌입했다. 선포식을 마친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취재에 쓰이는 노트북과 ENG카메라, 마이크를 내려놓고 퇴진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300여 명은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최남수 사장 퇴진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루 연차 투쟁에 돌입했다. 선포식을 마친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취재에 쓰이는 노트북과 ENG카메라, 마이크를 내려놓고 퇴진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 사장은 “여러분, 2008년 공정방송 투쟁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소중한 가치와 명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2018년 YTN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장 퇴진 운동이 당시의 투쟁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노조는 흠집내기를 넘어 인격 살해를 하고 이제는 괴물을 만들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 정부 시절인 2008년 YTN에서는 MB 특보 출신 사장 선임에 반발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했던 언론인 6명이 해직됐다. 그때 사장 반대 투쟁과 2018년 반대 투쟁은 결이 다르다는 것인데, 정작 최 사장과 회사가 24일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서에는 박진수 지부장 등 2008년 사장 반대 투쟁으로 징계를 받았던 조합원들의 ‘징계 전력’을 강조해 내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 행위를 지속할 개연성이 있으므로 긴급하게 가처분이 요구된다는 것이 최 사장과 회사의 입장이다.

최 사장은 출근 저지 투쟁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상장회사로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물리적 힘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불법적인 출근 저지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비민주적 압박과 집단의 힘에 의해 중도 하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촛불민심의 핵심 중 하나는 모두가 법을 지키고 법 앞에 평등하다는 상식을 되찾자는 것 아니었나. 사장의 정상 출근을 집단의 힘으로 막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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