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는 국정을 되돌아보고 현안 타결에 총력을 가하라는 경계신호다. 특히 청년 지지층의 이탈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갤럽에 따르면, 1월말 2주일 사이 20대는 13%포인트, 30대는 8%포인트나 지지율이 떨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청년일자리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최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각 부처가 청년일자리 문제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한 것도 수긍이 간다.

문제는 일자리를 늘리고 사람을 더 뽑고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 기업은 기업의 필요에 따라 늘릴 수도 있고 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일자리 확대방안 노력을 그만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와 함께 문 정부가 반드시 체크하고 개선해야 할 것은 일자리 채용과정에서 청년들에게 얼마나 많은 좌절감과 실망을 주는가를 살펴, 꼼꼼하게 제도개선을 서둘러 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 지난해 5월2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5월2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한 일자리 상황판 모니터를 보며 일자리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첫째, 서류접수와 최종결과가 나오기까지 기간이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이는 너무 과하다.

K군은 지난 9월 H사와 S사 등에 서류지원을 하고 서류전형, 인적성시험, 면접 등을 거치며 최종단계에 올랐다. 하지만 한 곳은 11월 말에 다른 한 곳은 12월말에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취업자의 진을 빼는, 긴 기간을 준비하고 기다렸지만 돌아온 것은 문자로 간단히 ‘불합격’이었다. 구직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은 장소와 시간도 마찬가지다.

둘째, 면접장소나 시간에 대한 배려는 ‘꽝’이다.

물론 인원수나 기업위치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심한 편이다. S사의 경우 수원역앞에서 아침 7시에 통근버스를 타라고 했다. 수원역 앞에 살지않는 전국의 취업희망자는 대부분 수원역 부근 모텔이나 여관에서 그 전날 가서 자야한다. 심지어 킨텍스 같은 곳에서 면접을 할 경우 지방 취준생들이 당일 아침에 가기도 어려워 그 전날 일산으로 가야만 한다. 교통비라도 주는 곳이라면 그래도 위안을 받겠지만 그 조차 주지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미 여러차례 걸러서 몇 명 안되는 최종 면접 대상자에 대한 회사차원의 배려가 없다.

셋째, 영어성적 평가서 제출요구도 과하다.

영어공인점수 토익, 토플, 탭스, 토익 스피킹, 아엘츠 등 다양하다. 이중 하나만 제출받아도 평가에 문제가 없다. 더 필요하면 면접시에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고 필요하면 간단한 테스트도 가능하다. J군은 미국대학에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영어공인 점수가 없다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또 다른 외국대학 졸업자는 토플 성적을 제시했지만, 탭스를 요구해서 다시 탭스 공부를 했다고 한다. 취업준비생에 대한 배려는 없고 오직 기업 편의대로 갑질을 하는 셈이다.

▲ ⓒ Gettyimages
▲ ⓒ Gettyimages
넷째, 인적성 검사 시험이라는 것은 취준생을 울리는 도깨비 같은 것이다.

인적성 검사 시험 내용을 보면 마치 수수께끼 풀듯 난해하다. 이런 것을 풀고 고득점을 따야 취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인적성 검사 시험을 위해 사설학원을 찾는 취준생들이 많은데, 이것이 정말 필요한지 내용분석과 그 효용성을 반드시 검토하기 바란다. 취준생에게 고통을 주는 정도를 넘어 학원까지 다니게 하는 인적성 시험은 취준생들을 사실상 취업포기자로 만든다. 특히 인적성 시험에 떨어지는 취준생들은 바로 취포자가 된다.

다섯째, 면접이 왜 그렇게 많아야 하나?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 시험을 모두 통과해도 서너번의 면접은 또 다른 험난한 과정이다. 직무면접, PPT 면접, 개별면접, 팀면접, 임원 면접 등. 이것도 모자라 어떤 기업은 1박 2일 면접캠프에도 참가해야 된다고 한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해 묘책을 짜는 것이야 탓하기 어렵지만 이렇게까지 취준생에 대한 배려없는 모집방식은 기업의 갑질문화로 보인다.

여섯째, 합격발표 날짜, 업무개시 등이 분명치 않다.

L군은 2017년 수도권 모대학교 직원채용에 응시했고 총장 결재까지 받았다는 내락을 받았다. 최종 면접을 통과한 6명에 포함됐다는 소식이었다. 취업준비 서적을 모두 친구들에게 넘기고 출근 준비를 하며 기다렸지만 최종 합격소식이 없었다. ‘이사장이 해외에 출장을 갔는데 총장 결재 후 이사장의 결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등의 이유로 시간을 끌다가 한 달이 넘겨서야 최종 불합격 통보를 해왔다. 항의 한번 해보지못하고 영문도 모른 채 시간만 허비한 채 그는 또 다시 취준생으로 전락했다. 취준생들의 취약한 입지를 기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회사 사정 때문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일곱째, 부정취업 적발이후 소식이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기업 부정취업자 전수 조사를 하고 수사의뢰 통보까지 한다는 소식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 다짐이 지켜지는 것으로 보고 환영했다. 그러나 전국 공기업의 부정취업자, 은행의 부정취업자 문제는 요란한데 그 이후 그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이야기나 부정취업에 간여한 임원들의 징계나 후속보도는 없다. 취준생의 입장에서 변한 것은 없고 여전히 “기회는 균등하지 않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한 공기업 간부는 “부정하게 들어온 직원들, 그들을 편법 취업시킨 간부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조사가 흐지부지돼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찰 조사에서 인사담당들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을 내세우지만 누구의 청탁이라는 표식이나 증거가 없으니 공정한 인사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시험성적은 좋지만 빽으로 뒤집힌 면접 때문에 떨어진 자들은 여전히 그 영문을 모른채 30만 구직자 틈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지는 않을까.

여덟째,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정말 중시하나?

취준생들은 자소서 작성을 위해 학원을 다녀야 할 정도다. 거의 논문 작성하다시피 자세하고 빽빽하게 자소서를 정성들여 만들지만 이것이 제대로 읽히고 평가의 주요 수단이 되는지 취준생은 모른다. 내가 어쩌다 면접심의위원으로 들어가 보면 자소서는 거의 무시되는 것 같았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자소서 때문에 학원을 가든가, 자소서 자문료를 지불해야 하는 또 다른 고통일 뿐이다. 회사 자체 지원서류가 있는데 또 다른 자소서를 요구하여 제출 서류만 늘어난다. 회사마다 자소서가 달라 취업하게 되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까지 자세하게 요구한다.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2016년 6월15일 서울 노량진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6년 6월15일 서울 노량진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홉째, ‘공시족’에 몰리는 이유를 살펴보라.

공무원 임용은 시험 하나로 사실상 결정난다. 물론 면접을 거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민간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통과의례에 속한다. 공무원은 직업적 안정성이 좋아서 청년층에서 선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도깨비 놀음 같은 인적성 검사니 골치 아픈 자소서니 수차례의 살떨리는 면접이 없는 측면도 강하다. 인재들이 집단으로 공시족이 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손실이다. 기업도 공무원 임용하듯 절차가 분명하고 투명하며 단기간에 결과가 나온다면 떨어져도 그렇게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열째, ‘외국대학 출신들에 대한 선입관을 일반화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외국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취업을 노크하지만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기업의 인사담당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외국대학 출신들은 뽑아보니 한국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도중에 떠나는 경우가 많아 기피하는 것은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때는 외국대학 출신자를 선호하더니 지금은 역차별하는 현실이 됐다. 외국대학 출신들 일부가 국내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를 일반화하여 불이익을 준다는 것도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인사책임자, 임원들 선입관의 일반화는 일정 부분 오류로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은 진정한 글로벌 인재를 스스로 거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취업전문방송은 있어도 이런 내부의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기보다는 취업정보나 나열하는 수준이다.

기업입장에서 최고의 적격자를 뽑기 위해 까다로운 절차와 과정을 요구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취준생 입장도 좀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 면접과정에서 최종면접에 타기업과 동시에 합격한 사람에게 한번쯤 다른 날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배려다. “다른 기업에 어디에 또 원서를 냈는가” “떨어지면 뭐 할 거냐”고 묻는 것은 무례하고 불필요한 질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취준생’에 대한 배려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좌절하는 취준생들을 보면 나 역시 과거 7년 동안 31번 영문도 모른 채 교수공모에 떨어져야 했던 상처가 악몽처럼 떠오른다. 취준생들에게 ‘힘내라’는 말이 미안하고 무책임하고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정부가 가시적인 취업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은 일자리 늘리기만큼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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