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전문 채널 YTN의 최남수 사장이 지난 24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와 조합원을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지난 8일부터 노조의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 등으로 인해 “최 사장의 명예와 인격권이 훼손됐고, 시설관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정당한 업무 집행과 영업이 심각히 방해 받고 있어 금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최 사장과 회사의 주장이다.

쉽게 말하면 법원에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막아달라는 요청이다. YTN 사측이 법원에 제출한 신청서를 보면, 법원의 가처분 이후에도 노조가 같은 투쟁을 계속할 경우 노조는 위반 행위 1회·1일마다 1000만 원, 조합원들은 1회·1일마다 각 200만 원을 지급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최 사장이 지목한 조합원은 박진수 지부장을 포함해 12명이다. 이 가운데에는 5년차 기자도 있어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신청서에 적힌 표현과 문구도 2008년 해직 사태를 경험한 YTN 언론 노동자들에게 상처가 됐다.

“박진수 등 4명은 2008년에서 2012년 사이에 대표이사 출근 저지, 인사 명령 위반, 사장실 앞 항의 농성, 실·국장 보고 방해, 스튜디오 난입 피켓 시위, 욕설, 모욕 등으로 YTN 윤리강령 및 취업규칙 등 사규 위반을 원인으로 해 경고, 감봉, 정직 등의 징계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과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업무방해 행위를 지속한 개연성이 있으므로 긴급하게 가처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2008년 YTN 낙하산 사장 선임 논란은 MB 정부의 언론장악 신호탄으로 간주돼 왔다. MB 대선 캠프 특보 출신 구본홍 사장에 대한 반발은 그만큼 거셌다. 반대 투쟁에 나선 6명의 해고자를 포함해 총 33명에 대한 대량 징계가 이뤄졌다. 1980년대 이후 최악의 대량 해직 사태였다. YTN 출신인 최 사장은 이미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최 사장은 지난해 11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08년 해직 사태에 대해 “양심을 걸고 말씀드리지만 동아투위 해직 사태(1975년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동아일보 기자들이 대량 해직된 사건) 이후 기자 해직이 가능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MB 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기자들을 다룰 줄 상상도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이어진 인터뷰에서도 2008년 해직됐다가 복직한 기자들에 대해 “복직 기자들은 부인할 수 없는 ‘YTN의 자산’”이라며 “YTN 후배들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다르지 않다.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언론 바로 세우기, 언론 개혁, 공정방송과 내부 적폐 청산에 대해 YTN 구성원들과 뜻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300여 명은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최남수 사장 퇴진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루 연차 투쟁에 돌입했다. 선포식을 마친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취재에 쓰이는 노트북과 ENG카메라, 마이크를 내려놓고 퇴진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사진=이치열 기자
▲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 300여 명은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상암동 사옥 로비에서 최남수 사장 퇴진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루 연차 투쟁에 돌입했다. 선포식을 마친 조합원들이 사옥 앞에서 취재에 쓰이는 노트북과 ENG카메라, 마이크를 내려놓고 퇴진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사진=이치열 기자
MB 정부 언론장악과 맞서다가 해고된 뒤 지난해 복직한 노종면 기자는 이번 최 사장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2008년엔 출근 저지 100여 일 만에 가처분을 냈지만 이번엔 보름 만이다. 출근 저지를 시작하자마자 로펌을 물색하고 채증하고 법원으로 직행한 셈이다. 한편으론 중재 읍소하고 다니며 대화하자, 토론하자 해놓고 한편으론 칼을 갈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노 기자는 “2008년엔 나중에 결국 해고된 이들 5명을 노조와 함께 걸었다”며 “5명은 전·현직 노조위원장과 집행부였다. 이번에는 노조 외에 12명을 걸었다. 집행부도 아닌 어린 후배까지 포함시켰고 직종별로도 안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용서할 수 없는 짓은 2008년의 출근 저지 투쟁을 마치 범죄 전과처럼 표현하며 징계 전력을 강조하고 당시의 현장 사진을 증거로 첨부한 것”이라며 “이런 자들이 그동안 ‘세상 보는 눈이 다르지 않다’며 해직자를 ’공정방송 투쟁의 아이콘’이라 하고 징계의 아픔 운운해온 게 역겨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2008년 기점으로 최 사장과 YTN 복직 기자들의 행보는 맞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부사장 겸 보도본부장으로서 최 사장은 2010년 보도 전문 채널 사업 승인에 동분서주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만약 머니투데이가 보도 전문 채널 사업 승인을 받았다면 최 사장은 머니투데이방송을 이끌고 친정인 YTN과 경쟁했을 것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300여 명은 25일 정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YTN 최남수 사퇴를 위한 총력투쟁 출정식’을 열고 퇴진을 촉구했다. 노종면 YTN 복직 기자도 출정식에 참여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300여 명은 25일 정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YTN 최남수 사퇴를 위한 총력투쟁 출정식’을 열고 퇴진을 촉구했다. 노종면 YTN 복직 기자도 출정식에 참여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업무 방해 혐의를 이유로 한 ‘노종면 구속’ 등 MB 정부의 방송장악이 가속화했던 2009년 최 사장은 MB 재산 헌납 발표에 대해 “이번 실천은 부인할 수 없이 위대한 부자의 아름다운 선행”이라고 평가했다. 4대강 자전거 사업에 대해서는 “문화적 대사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썼다. 반면, YTN 해직 언론인들은 2013년 6월 4대강 사업으로 생태 환경이 훼손된 창녕 함안보 등을 경유하는 400km 거리의 국토 순례에 나섰다. 이들은 당시 서울 논현동 MB 사저를 시작으로 3주 동안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아산 현대자동차공장, 온양 삼성전자 공장, 광주 5·18 묘역, 제주 4·3공원, 진주 의료원, 4대강 수산교~창녕 함안보 등을 찾았다. 언론이 외면하고 왜곡해 진실이 가려진 현장을 직접 찾아가겠다는 취지였다. 최 사장이 노조와의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는 ‘다른 행보’에 있다. 노조는 내달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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