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말’지 기자였던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이 29일 오전 조선일보 임직원들에게 “감사 특강을 해드리겠다”며 공개 제안을 했다. 그가 이런 제안을 전한 까닭은 조선일보의 27일자 칼럼 “쇼軍(군)”에 있다.

이석구 국군 기무사령관과 서울 지역 기무부대원 600여 명은 지난 25일 국립현충원에서 ‘세심(洗心) 의식’을 진행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영하 15도 날씨에 차례로 청계산 물에 손을 씻고 흰 장갑을 끼는 행사를 거행했다.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이 칼럼을 통해 “기무사는 전 정부 시절 자체 댓글 부대를 조직해 정치 댓글을 쓴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 북한의 인터넷 공작에 대비해야 하지만 국내 정치 관련 댓글을 단 것은 잘못된 일로 근절해야 한다”면서도 “국민이 무엇보다 군에 바라는 것은 나라를 튼튼히 지켜달라는 것이다. 북핵 위기로 당장 몇 달 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군 병력을 충격적일 정도로 줄인다는데 모두 수수방관”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이런 군이 물에 손 씻는 쇼는 정치인들 뺨치게 한다. 기왕 쇼할 거면 아예 벌거벗고 얼음물에 뛰어들지 그랬냐는 비아냥도 나온다”며 “이런 군대가 유사시에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킬 수 있나. 이제 ‘쇼통’도 모자라 ‘쇼군’(쇼하는 군대)까지 봐야 한다”고 비꼬았다. 또 군을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 ‘조국 통일’을 혈서로 썼던 북한군에 비유하기도 했다.

▲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2018년 1월27일자 ‘만물상’ 칼럼.
▲ 안용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2018년 1월27일자 ‘만물상’ 칼럼.
정지환 소장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군의 ‘세심 의식’에 대해 “전 정부 시절 댓글 부대를 조직해 정치 댓글 공작을 벌여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던 기무사의 관행을 고치겠다고 다짐하는 행사”라고 설명한 뒤 “그런데 조선일보는 한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다짜고짜 이 선포식을 ‘정치인들 뺨치게’ 하는 ‘쇼(show)’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소장은 이어 “심지어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혈서를 쓰는 북한군 간부’의 ‘집단 쇼’와 ‘집단적 광기’에 비유하기도 했다”며 “군은 우리 사회와 국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이를 위해 군의 정치적 중립은 너무나 필요한 기본 원칙이다. 이런 기본 원칙을 준수하고 ‘국가와 국민에게만 충성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칭찬하기는커녕 품격 없는 표현을 총동원해 공격하다니 처음에는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그것도 다름 아닌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군과 지휘관을 향해 이런 식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는 반군(反軍) 기사를 쓰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나아가 수십 년 동안 우리 군이 어렵게 양성한 간성(편집자주 : 干城, 방패와 성이라는 뜻으로 나라를 지키는 믿음직한 군대나 인물을 이르는 말)을, 그것도 군내에서 충분히 검증을 받으며 성장한 군인을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도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소장은 조선일보가 비난한 이석구 기무사령관에 대해 “맹호부대 사단장 시절부터 병영 내 감사나눔운동을 열심히 추진했던 지휘관 중 한 명”이라며 “병영 혁신을 실천하며 지휘관과 장병들에게 신뢰받았던 강직한 장군이자 초등학생 아들까지 아버지를 귀감으로 삼아 선행을 실천했을 정도로 존경받았던 가장이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거느린 신문이 이런 감정 과잉의 시니컬하고 네거티브한 글들을 양산하고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언론자유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겠지만 최소한의 금도와 품위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지금 저에게 조선일보는 자신을 일등 신문으로 만들어준 우리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감사의 마음은 없고 욕구 불만과 저주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품격 없는 이익집단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 소장은 이어 “오늘은 조선일보가 일제강점기, 해방정국, 군부독재시절에 저질렀던 행위들을 언급하지는 않겠다”면서도 “그래서 조선일보 임직원에게 공개 제안한다. 마지막 갱생(更生)의 기회를 드리는 마음으로 제가 조선일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감사 특강을 해드리겠다. 지금 정말 감사를 알아야 하는 집단이야말로 조선일보 임직원 여러분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조선일보 임직원 여러분이 감사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날 대한민국도 비로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는 문장으로 글을 끝마쳤다.

▲ 전직 ‘말’지 기자였던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사진=미디어오늘
▲ 전직 ‘말’지 기자였던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 사진=미디어오늘
정 소장은 1994년부터 7년 3개월 동안 월간 ‘말’지에서 일하며 ‘안티조선 전문기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언론인이다. 그는 말지 1998년 6월호에 ‘KBS가 방영하지 못한 조선일보 문제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이후 ‘최후의 성역 조선일보를 말한다’ 시리즈를 1년 가까이 연속 보도했다. 그는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비리 의혹을 추적 보도했다.

또 조선일보가 월간조선 1998년 11월호를 필두로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한 대대적인 ‘마녀사냥’에 나섰을 때 월간 말지는 그해 12월호에 ‘최장집 교수 사상검증한 조선일보를 검증한다’라는 특집 기사를 게재했고, 정 소장은 △병리학적 심리분석/조선일보 왜 극우반공 집착하나; ‘진보인사 죽이기’ 뿌리는 친일 콤플렉스 △집중해부/조선일보의 친일행각;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 위한 조약” 등의 기사를 실었다. 정 소장은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 특정 기자들을 실명 비판했는데 이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오랫동안 법적 공방을 치러야 했다. 4년8개월 동안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그는 지난 2016년 8월까지 ‘감사나눔신문’ 편집국장으로 언론 활동을 계속했다. 이 매체는 2010년 창간돼 각계의 선행,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등을 소개하고 이런 운동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 독자들에게 전해온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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