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6일 고대영 전 KBS 사장이 해임된 것과 관련해 “방송법 개정을 외면한 채 고대영 사장을 해임한 것은 공영방송 경영진까지 자기 사람을 심겠다는 것”이라며 “적폐”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국민의당 측은 “방송법 개정을 외면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가 생기니 방송법 개정은 외면한 채 사장을 해임한 것이 적폐라는 뜻으로 보도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더라도 안 대표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언론시민단체와 전국언론노조 등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한계를 수차례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개정 논의가 되고 있는 방송법 역시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사진=민중의소리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정의철 기자 
안철수 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자기들 입으로 ‘개혁중의 개혁’이라 외치던 한국방송공사법 등 방송법 개정안은 외면한 채 ‘기존 KBS이사회’를 통해 사장해임을 단행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며 “여권편향 방송들이 차고 넘치는데 또 하나의 공영방송 경영진을 자기사람으로 심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이 KBS사장을 해임하자 현 여당이 ‘헌법무시 쿠데타’라고 비난했던 사실을 기억은 하는지 모르겠다”며 “방송법 개정안은 사실상 폐기처분하고 새로운 방송적폐를 만들어가고 있는 정부여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머지않아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대표는 “조만간 출범하게 될 통합개혁신당은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최우선 과제 목록에 올릴 것”이라며 “어떤 정당과도 협력해 법 개정을 완수해 반드시 공영방송을 권력의 손아귀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하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일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기존의 방송법 개정안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제대로 변화시킬 수 없는 법이라고 지적해왔다. 현재 방송법 개정안은 여야 숫자만 바뀌었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등에 있어 정치권이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우선 안 대표에게 지금 같은 상태에서 KBS 사장 임기를 보장해주는 게 맞느냐고 묻고 싶다”며 “안 대표의 경우, ‘선(先) 방송법 개정, 후(後) 적폐인사청산’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기존에 발의된 방송법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 논의와 적폐인사 청산이 동시에 이뤄져야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표가 언급한 ‘방송법 개정안’은 2016년 박홍근 의원 등 당시 야당 의원 162명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방지법)이다. 이 개정안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구성된 19대 국회 방송공정성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여야 7:6 추천 몫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사 추천 몫만 바뀌었지, 여야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구조는 기존 방식과 그대로인 셈이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발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정당들이나 시민단체들이 ‘차선책’으로 합의했던 법안인데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여야가 7:6으로 추천을 하는 구조는 방송이 정치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것이고, 언론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에 국회의 여야 구도가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국민의당은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정치권의 지분으로 의식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회의 관행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직접적으로 정치권이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여야구도 반영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안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