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재테크 전문 매체 ‘아시아경제TV’가 신입 아나운서 채용과 동시에 계약기간이 수개월 남은 ‘프리랜서 계약직’ 아나운서에게 일방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아나운서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계약을 이용한 부당해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시아경제TV 오후 5시 뉴스 프로그램 ‘알아야 보인다 뉴스17’ 앵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5시40분 경 보도국장으로부터 ‘방송국 개편과 함께 앵커가 바뀔 것 같다’며 ‘다음주까지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뉴스 진행을 마친 직후 부스에서 나오는 길이었다. A씨는 통보대로 일주일 가량 더 일한 뒤 계약기간을 5개월 여 남기고 26일 퇴사했다.

▲ 아시아경제TV CI.
▲ 증권 및 재테크 전문매체 아시아경제TV CI.

퇴사 통보 시점은 공교롭게도 지난 16~17일 이틀 간 진행된 신입 아나운서 채용 최종면접이 끝난 뒤였다. 아시아경제TV는 이와 동시에 오는 29일 방송국 개편을 앞두고 A씨가 진행하는 오후 5시 프로그램을 폐지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를 두고 아시아경제TV 내부에선 ‘부당해고’라는 논란이 확산됐다. 한 내부관계자는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람을 뽑았으니 너네(비정규직)는 물갈이하겠다는 그런 식이 아니냐”면서 “아나운서를 쓰고 버릴 수 있는 소비재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내부관계자는 “A씨는 우리와 몇 달 동안 회사 지시를 받으면서 같이 일했고 계약기간도 반년 정도 남았는데 이렇게 하는 건 부당해고가 아니냐”며 “방송사가 개편을 하든 프로그램을 없애든 그건 방송사 사정이다. 계약 일방 해지는 고용 갑질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해지 통보에 A씨는 고용계약서 사본을 요구했고 회사는 5일 여 후 사본을 전달했다. 3조 ‘계약기간’은 “을의 중대한 과실이나 갑의 사정상 계약을 더 이상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리 통보하고 계약을 중도 해지할 수 있으며, 을은 중대 해지와 관련해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등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A씨는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이름의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상 업무는 회사 소속 직원과 다를 바 없었다. A씨는 해당 프로그램 첫방송을 함께 준비한 멤버로, 오전 10시 경 출근해 오후 6시 넘어서까지 △외부 출연자 원고 정리 및 자막 작업 △CG 작업 의뢰 △기자 원고 데스킹 및 자막 작업 △뉴스 진행 △프로그램 종료 후 기사 송고 및 유튜브 자막 작업 등을 했다. 보도국 내 작가, CP 등의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도 준비 작업을 도맡아 온 셈이다.

아시아경제TV 측 관계자는 “계약서 상 중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29일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 그 분이 맡았던 롤이 없어지게 돼서 그런 결정이 난 것”이라면서 “해당 앵커와 맺은 계약은 프리랜서 계약이고, 앵커도 원해서 그런 계약을 한 것이다. 프리 계약은 본인이 원할 때 타 방송사에도 출연하기 위해서 맺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는 “프리랜서 계약, 도급계약, 용역계약, 출연자계약 등 다종다양한 계약방식이 있는데 고용계약이 아니므로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 업계 관행”이라면서 “완벽한 프리랜서라면 회사의 업무지시나 간섭은 없어야 하지만 그런 경우는 적다. 방송사들은 ‘너네 말고도 아나운서 할 사람들 많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아나운서를 쉽게 ‘쓰고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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