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열 KBS PD협회장이 제32대 한국PD연합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PD연합회(PD연합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예식홀에서 PD연합회 30년사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 출판 기념회에 이어 PD연합회장 이·취임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장은 역대 PD연합회장 뿐 아니라 언론·시민단체, 방송사 직능단체 등을 대표하는 인사들로 가득 채워졌다.

취임사에서 올해를 ‘PD연합회 대중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류지열 회장은 PD들이 민주화 과정에 무임승차해왔다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방송민주화는 쟁취가 아닌 이식된 것이기에 ‘방송의 책임·역할’이라는 DNA가 각인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순풍을 타면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만, 작은 역풍에도 쉽게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가 유지돼왔다”고 지적했다.

류 회장은 SBS, YTN, OBS, 아리랑국제방송 등 여러 방송사의 ‘적폐 청산’ 움직임 역시 촛불혁명이 원천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상파와 독립 PD 간에 ‘정의로운 관계’가 성립되는 것 또한 당위이자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 류지열 32대 한국PD연합회장. 사진=김성헌
▲ 류지열 32대 한국PD연합회장. 사진=김성헌

류 회장은 “법의 이름으로 약자를 짓밟고 기고만장했던 자들을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며 “10년 동안 외면한 삶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파인텍 노동자들은 굴뚝 위에 있고 반올림 싸움도 800일이 넘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인도 원정 투쟁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한 김명환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은 “언론인 여러분들이 사회 거악인 극단적 양극화 해소를 위해 카메라와 마이크를 대달라”며 “그러면 민주노총도 반드시 그곳으로 달려가겠다. 촛불로 만들어진 새로운 세상을 돈과 권리가 없어서 눈물 흘리지 않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KBS에서 ‘추적 60분’ ‘세계는 지금’ ‘역사스페셜’ 등을 연출했다. 2011년 ‘KBS 스페셜-쌍용자동차 해고자 심리치유 8주의 기록 “함께 살자”’, 2014년 ‘KBS파노라마-카레이스키 150’ 등으로 한국PD대상, 휴스턴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금상, 한국방송대상 등을 수상했다.

류 회장은 특정 분야에 수상이 집중돼 온 ‘이달의 PD상’과 ‘한국PD대상’을 혁신해 적은 예산으로 묵묵히 일해 온 PD들에게도 수상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집과 대형 다큐 중심으로 수상이 편중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달의 PD상은 시사·다큐 분야와 생활 정보 어린이, 스포츠 분야 등으로 나누겠다. 라디오 또한 시사·교양과 오락·드라마 분야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수상의 소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매 분기 ‘혁신 프로그램상’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국PD연합회 30년사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 집필위원들이 집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발언자는 정길화 12대 한국PD연합회장. 사진=김성헌
▲ 한국PD연합회 30년사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 집필위원들이 집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발언자는 정길화 12대 한국PD연합회장. 사진=김성헌
▲ 한국PD연합회 30년사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 집필위원들이 집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발언자는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사진=김성헌
▲ 한국PD연합회 30년사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 집필위원들이 집필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발언자는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사진=김성헌
PD연합회장 이·취임식에 앞서 진행된 ‘30년사’ 출판기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PD연합회의 지난 30년은 방송민주화와 선진 방송 문화 창달을 선도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방송 독립성과 공영성을 보장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방송 PD들의 자유를 든든히 지키겠다”는 축사를 전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판기념회를 직접 찾아 “방송과 언론이 권력에 엄격해야 그 권력이 5년 동안 성공하더라. 둘이 친하면 나중에 힘들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엄하게 다뤄달라”고 격려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이날 참석했다.

‘6월항쟁에서 촛불혁명으로(도서출판 사우)’는 1987년 출범한 PD연합회의 30년 활동을 담은 책이다. 노무현 정부까지의 20년사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치하 방송 역사가 더해졌다. 12대 PD연합회장 정길화 MBC PD, MBC 해직 PD인 이채훈 PD연합회 정책위원 등 집필위원 10명이 30년 역사를 엮었다.

20년사 집필에도 참여했던 정길화 전 회장은 “2008년 20년사 발간 때 정치사 위주, KBS·MBC 등 ‘메이저’ 위주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30년사에는 예능·드라마 PD뿐 아니라 독립 PD 등의 활동상이 담길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는데 지난 10년 공영방송은 추락했다”고 말했다.

이채훈 정책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탓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행간에 담았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특히 43년 전 자유언론실천운동을 벌이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소속 언론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류 회장은 “142일 파업을 해보고 나서 ‘43년 해직’이라는 시간을 가만히 생각해봤다”며 “이 시간은 35년 동안 일제 통치를 받고 해방된 뒤 그로부터 한국전쟁 휴전까지의 시간이었다. 이제는 (동아일보 해직 기자들의 비극의) 역사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25일 서울 여의도KBS 예식홀에서 진행된 31·32대 한국PD연합회장 이·취임식 및 '30년사' 출판기념회 참석자들. 사진=김성헌
▲ 25일 서울 여의도KBS 예식홀에서 진행된 31·32대 한국PD연합회장 이·취임식 및 '30년사' 출판기념회 참석자들. 사진=김성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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