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당국이 북의 주의주장에 동조하고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며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혐의로 기자를 기소하고 재판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매체와 기자는 과거 전력을 들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사 내용까지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은 언론탄압에 해당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울산지방법원(제5형사단독)이 강호석 민플러스 기자에게 보낸 공판기일 통지서에 따르면 공소사실에 강 기자의 과거 전력과 활동을 들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통지서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강 기자가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운동 전력을 공소사실에 기재했다. 강 기자가 운동단체 간부를 맡아 이적표현물을 반포한 혐의로 한차례 처벌된 전력을 기재했고, 현재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조직국장과 민플러스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북한의 반국가단체성’을 상세히 기술했다. 공소사실을 보면 1991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한 이후 연평해전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핵실험, 연평도 포격 등 북이 무력도발을 하고 “핵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기자의 과거 전력을 봤을 때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한 근거로 보인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2015년 11월 11일 강 기자가 휴대하고 있던 이동식 저장장치에서 ‘사람사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문건을 소지하고 있었다며 이적표현물에 해당하고 이를 소지한 것은 찬양 고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사당국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및 피의자 조사를 실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숙치 않고 2016년 5월3일 ‘자주적이고 민중적인 진보’ 지향을 목표로 창립한 인터넷 언론매체 민플러스 기자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북 해외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 관련 유인납치주장 기사 5회, 사드반대 주장 기사 13회, 북측 연석회의 제안 및 접촉 관련 기사 등 총 104건의 기사를 게재”했다며 “대부분의 기사 내용이 북한 주의주장에 동조하고 현 정부를 비난하는 기사 내용으로, 이것은 피의자가 북한 주장을 대변하는 내용을 언론기사 형식을 빌어 지속적으로 투쟁활동을 적극 전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강 기자가 썼던 기사 중 중국식당 북 종업원 대규모 탈북 사건은 현재도 의혹이 제기 중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해당 사건의 의혹을 제기했고, UN특별보고관은 여종업원의 탈북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미디어오늘도 관련한 내용을 취재하며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밖에 경향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북한 여종업원 집단 탈북에 강요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에서는 기획 납치된 것이라며 송환을 요구 중이다.

탈북 과정에서 국정원 요원과 접촉한 의혹이 있고, 지난 4·13 총선 직전 대규모 탈북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권의 기획 하에 벌어진 일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다수 언론도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등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수사당국은 강 기자의 과거 전력과 기사를 연결시키고 ‘관심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옹호하는 투쟁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피의자의 일관된 이적활동, 과거 국가보안법 처분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친북사상 전파 및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볼 때 피의자는 재범의 위험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사당국 논리대로라면 과거 국가보안법 처벌 경력이 있는 사람은 어떤 표현을 하던지 자기 검열을 거쳐야 한다. 이런 식이면 문체부가 승인한 언론사 매체 소속 기자가 되더라도 대북 관련 기사를 쓰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수사당국이 보도 내용을 토대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근거로 삼고 있고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언론 탄압으로 비춰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 강호석 민플러스 기자가 중국 식당 북 종업원 탈북 사건을 다룬 기사.
▲ 강호석 민플러스 기자가 중국 식당 북 종업원 탈북 사건을 다룬 기사.
민플러스는 사설을 통해 “언론 활동까지 문제삼고 있다. 노골적인 언론탄압”이라고 반박했다.민플러스는 “강 기자가 국가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에 따라 기소가 이뤄졌다”며 “강 기자는 지난 두 차례 구속영장심사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할 의사가 추호도 없다. 오히려 국가 안전을 위한 평화운동, 민족의 번영을 위한 통일운동, 특히 국정원을 앞세운 이명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맞서 촛불로 민주주의를 지켜 왔다’고 강하게 반박했다”고 전했다.

민플러스는 “실제 다음달 평창을 방문하는 북한(조선) 선수단과 대표단, 응원단과 예술단에는 국가보안법이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조선로동당 당원과 재일 총련이 포함돼있다”며 “만약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를 적용한다면 이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낼 우리 국민 누구라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범죄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호석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과거 한차례 보안법 처벌을 받고 2007년 이후부터 수사당국이 지속적으로 추적을 해오다가 2015년 압수수색해 이적 표현물을 보유하고 있고 반국가활동을 할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기소해 버린 것”이라며 “기자로서의 활동까지도 공소사실에 집어넣은 것 자체만으로 국가보안법의 허구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당국은 지난 2016년 11월 한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2017년 2월 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또다시 기각됐다. 하지만 당국은 지난해 12월 8일 강 기자를 기소하고 공판 일정을 통보했다. 공판은 한차례 연기돼 26일 열리게 된다.

강 기자는 “찬양 고무 조항인 7조는 행위를 똑같게 하더라도 그 목적성을 보고 기소를 하는데 수사당국의 관심법에 따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언론탄압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공판이 열리면 모두 진술 내용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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