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이하 헌정특위)’ 3차 전체회의에서는 때아닌 ‘빨갱이’ 논쟁이 일었다.

헌정특위 자문위원회가 헌법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자는 제안에 대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사람’은 북한이 가장 자주 쓰는 말”이라는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빨갱이로 보이냐”며 김 의원을 비판했다.

지난 8일 헌정특위 자문위원회는 현행 헌법의 제2장(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는 부분의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세계화가 진전된 현실에서 거주 외국인들의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철수 기자 사진=민중의소리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철수 기자 사진=민중의소리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헌법의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두고 북한을 따라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의원은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 물론 ‘사람’이라는 말을 나쁘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 (북한 사상이) 잠식해 오는 것”이라며 “사람이라는 말을 제일 많이 쓰는 게 북한”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렇게 고치면 회심의 미소를 지을 사람은 김정은”이라며 “기존특위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자문위 내용을 보면 정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또 자문위는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자고 하는데 북한도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라며 “자유라는 두 글자만 빼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는 사회주의 국가로 간판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 중 전문 개정안 갈무리.
▲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보고서 중 전문 개정안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라는 부분을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개정하자고 했다며 자문위가 마치 ‘사회민주주의’, ‘인민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처럼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을 살펴보면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라는 문구를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사회정의와 자치 분권을 실현하고, 기회균등과 연대의 원리를 사회생활에서 실현하고”로 바꾸자고 돼 있다. 또한 자문위 보고서는 개헌특위 ‘확정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문위 ‘권고안’에 불과하다.

김진태 의원의 주장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 말대로 하면 지난 1년 동안 개헌 특위에 참석한 36명의 위원들은 다 빨갱이냐”라며 “그런 인식으로 나가면 이념논쟁만 하다가 끝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이런 이야기는 개헌특위에서 이야기하지 마시고, 여기 다 빨갱이들이니까 광화문 나가서 데모 하셔라”라며 “기본적으로 개헌특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제에서 시작해야지, 이렇게 사상적으로 재단을 하면서 논의하지 마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의 발언 후에도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진태 의원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대치된 현실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군인들이 6.25전쟁에서 목숨을 바쳐 지킨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안상수 의원은 현행헌법에서 ‘남녀평등’을 ‘성평등’으로 쓰자는 의견에 대해 ‘성평등’이라는 표현이‘동성애 동성혼을 허용하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국민들이 있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동성애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낳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상수 의원은 “동성애에 관해서, 이분들 인권이 소중하지만 잘못 허용돼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 사법처리를 고려하는 외국의 입법도 있다”며 “(동성애와 관련) 에이즈 창궐은 차치하고, 군에 장병들이 항문성교 문제라든지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이 있어서 심사숙고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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