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대책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가 공식 발표되기 전 유출된 사건과 관련,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이하 국무총리실)이 기자단에 배포된 보도자료 최종본이 인터넷에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무총리실은 법률적 조치가 가능한 지 자문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지난 15일 국무총리실이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을 발표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15일 오전 8시 27분경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 입장’을 브리핑하겠다고 출입기자단에 문자로 공지했다. 그리고 국무총리실은 9시 1분 보도자료 전문을 기자단에 미리 전달하고 엠바고(보도 유예)를 걸어 9시 40분 공식 발표 이후 보도를 요청했다.

문제는 해당 보도자료 전문을 찍은 사진 파일이 오전 9시39분15초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면서 문건 유출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9시 32분경 또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보도자료 전문이 올라왔다. 

▲ 1월19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해 시세 조작을 이끌었다는 주장을 하며 관련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19일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가 개입해 시세 조작을 이끌었다는 주장을 하며 관련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보도자료 문건유출 사태는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의 주장으로 묻혀 버렸다. 하 의원은 국무총리실이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내용을 엠바고로 걸었던 이유가 정부 내 작전 세력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오전 9시부터 9시 40분까지 보도유예 시간으로 설정된 40분 동안 가상화폐 시세가 4.9% 상승하는 등 영향을 미쳤다며 해당 시간 동안 미리 정보를 알았던 정부 내 작전세력이 이득을 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가상화폐 정부 대책 정보를 정부 내 작전세력이 미리 알고 이득을 봤다는 주장은 파장이 컸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엠바고를 걸었던 이유는 출입기자단과 협의를 통해 기사 작성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며 정부 내 작전세력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하 의원은 “정부는 엠바고 보도자료가 정상 절차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지만 정부의 발표 내용이 사전에 커뮤니티 등에 유출된 증거가 나왔다”며 공세를 폈다.

하 의원은 보도자료 전문 유출 내용을 들어 정부 내 작전 세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무총리실은 조사 결과 엠바고 해제 시간인 9시 40분 이전 커뮤니티에 게재된 보도자료 전문은 기자단에 전달된 최종본인 것으로 파악했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은 최초 경제조정실에 내용을 정리해 공보실에 전달했다. 공보실은 정부 대책 내용을 양식에 맞춰 보도자료로 만든 뒤 내부망을 통해 실장급 이상 공무원 10여명이 회람하도록 했다. 그런데 보도자료 내용 중 문의 전화번호가 틀려 수정 요청을 받았고, 공보실은 번호를 고치고 9시 1분경 기자단에 보도자료 전문을 전달했다. 전화번호 수정 작업은 8시 50분부터 기자단 보도자료 배포 시간인 9시 1분까지 이뤄졌다.

그런데 전화번호가 수정된 보도자료 전문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고스란히 올라온 것이다. 국무총리실은 전화번호가 수정되기 전 보도자료 전문이 올라왔다고 하면 공무원 유출 가능성이 있지만, 번호 수정 최종본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왔기 때문에 기자단 내부에서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보도자료 최종본을 기자단에 전달한 9시 1분부터 커뮤니티에 보도자료 전문이 올라온 39분까지 기자단 안에서 공유한 보도자료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이미 국무총리실 안에서는 전화번호가 수정되기 전 보도자료 내용을 회람해 검토를 마쳤기 때문에 번호를 고친 최종본은 곧바로 기자단에 전달했다. 보도자료 배포 실무를 맡은 총리실 관계자의 이메일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보도자료 최종본이 기자단 이외에 전달했다는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하태경 의원은 문건 유출 내용을 들어 정부 내 작전세력의 근거라고 비판했지만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최종본과 인터넷에 유출된 문건과 일치하기 때문에 기자단 안에서 문건 유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총리실의 판단이다. 국무총리실은 해당 문제를 심각히 보고 수사 의뢰까지 검토했다.

지난해 12월 13일 가상화폐 정부 대책 문건이 한차례 유출되고 난 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를 엄단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 공식 발표 3시간 전, 중간단계 내용의 보도자료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유출됐다. 국무총리실이 조사한 결과 관세청 소속 사무관이 단톡방에 보도자료를 올리고 몇 차례에 걸쳐 외부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했다. 국무총리실은 이낙연 총리 지시에 따라 문건 유출 사태를 파악하고 최초 유출자로 확인된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 중이다. 언론은 가상화폐 대책 문건 유출 사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공무원의 윤리의식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보도를 내놨다.

그런데 정작 문건 유출이 기자단 안에서 이뤄졌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문제는 언론이 관련 내용을 일체 보도하지 않고 아무런 입장 표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총리실은 출입기자단에 기자단에서 문건을 유출한 정황이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기자단은 ‘총리실 조치에 따르겠다.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입장을 냈다.

▲ 국무총리실이 기자단에 전달한 엠바고 설정과 보도 요청 내용의 문자 .
▲ 국무총리실이 기자단에 전달한 엠바고 설정과 보도 요청 내용의 문자 .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단은 내부 공지를 통해 “총리실 공보실에서 확인한 결과,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에 올라온 보도자료는 정부 부처들 간의 사전 협의나 장차관 사전보고용 자료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즉,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올라온 보도자료는 출입기자들에게만 배포된 자료다. 사전 유출 정황이 확실시되고, 국민신문고에 민원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아는 일부 기자들이 쉬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사료된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사실상 기자단에서 보도자료 전문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시인하는 내용이다.

국무총리실은 법률적 조치가 가능한 지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공문서 유출은 공무원 신분인 사람이 저지른 죄에 해당하고 공범 혐의를 적용하고 싶어도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범죄 혐의 구성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받았다.

국무총리실은 문건 유출이 기자단 안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마땅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속으로만 앓고 있다. 최소한 기자단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하거나 자정 결의 입장을 전달받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문건 유출이 발생하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엠바고 설정 부분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원칙적으로 가상화폐 관련 정부 발표는 현장에서 뿌릴 계획”이라면서 문건유출 문제도 기자단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출입기자단 부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하 SBS 기자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보도자료 사진을 보면 노트북이 아니라 데스크탑 모니터로 추정된다. 출입기자가 받아서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언론사 데스크가 출입기자와 공유된 보도자료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화번호가 수정된 이후 보도자료를 총리실에서도 다른 부처와 공유해 유출됐을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 아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보도자료 유출 문제에 대해 기자단 전체에 공지한 이유는 지난해 12월 13일 관세청 공무원이 문건을 유출한 사태를 언론이 비판한 것처럼 이번 문건 유출도 출입기자들이 했다면 공개해서 유출자였다고 고백을 하고 책임을 지라는 무언의 압박 같은 취지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문건이 유출됐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고, 지금 상황은 기자단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모두 인지하고 있다.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는 건 당연한데 사실관계를 우선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달 말 출입기자단 총회에서 논의해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월25일 12시, 기사수정 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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