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賊反荷杖)의 시대’를 목격하는 놀라운 일상의 연속이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잘못이 드러나 측근들의 사법처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형식적인 사과조차 없다. 공허한 ‘정치보복’을 되뇌이며 성의있는 해명이나 진심어린 사과는 기대난망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통점을 보면서 이들이 한때나마 한국의 대통령으로 국민주권을 책임졌다는 역사의 서글픔을 확인한다. 그들에게 투표를 했든 하지않았든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시는 이런 무책임하고 불행한 대통령을 뽑아서는 안된다는 질책의 메시지를 매일 새로운 뉴스를 통해 거듭 확인한다.

집권시 한줌의 측근들을 제외하고 다수 국민을 좌절과 실망에 빠트린 그들이다. 퇴임 후 혹은 구속상태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역사의 교훈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차기 대통령 후보를 고를 때 반드시 점검해야 할 세 가지를 살펴본다.

먼저, 이들은 자기확신범이다.

잘못이 아무리 구체적으로 드러나도 해명이나 사과는 없다.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거나 ‘정치보복’이라는 낡은 이념분쟁으로 여론을 이분화시키려 한다. 한 사람은 국가의 공조직인 법체계를 전면거부하고 변호사의 조력도 부정한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고 최측근인 ‘최순실이 잘못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엮었다’고 혼자 확신한다. 너무나 억울하고 분해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월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인 김백준과 김진모가 구속되던 날. 이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이라며 노골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오랜 집사로 알려진 김희중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에 관해 구체적인 사실을 언론에 폭로하며 그에게 대국민사과를 요구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김희중은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전 대통령께서도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라며 마지막 충언을 했지만 자기확신범에게 이는 허망했다.

이제 와서 사과하게 되면 그 수많은 거짓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자기존재의 부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누가 대신 사과하지 않는 한 그들의 사과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의 입에서 사과라는 단어가 나오면 거짓임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는 사과와 반성을 모르는 자기확신범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언론에서 이를 먼저 검증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 이들은 기본적으로 탈법이나 불법에 대한 의식 자체가 없다.

준법의식이 없으니 죄의식도 없다. 그래서 미안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다. 국정원의 특별활동비를 상납받아 사용해도 문제없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무시하면 그만이다.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백준에게 첫 번째 특활비 2억 원을 전달한 뒤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2년 뒤에 다시 2억 원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진술했다. 대통령이 공사구분을 못하면 정부는 ‘도둑놈 집단’으로 변한다. 전과 14범의 과거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변한 게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의 무법의식은 이 전 대통령과 분야는 달랐지만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청와대 공식참모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비선과 만나 성형시술 등을 했다. 그 와중에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았지만 법의식 자체가 없다보니 상납은 지속됐다. 정부에 장악된 주요 언론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고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권력간의 견제, 미디어의 감시가 무너진 상황에서 권력은 절제를 몰랐다.

▲ 2017년 5월23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사진공동취재단
▲ 2017년 5월23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주범 비선실세 최순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박 전 대통령의 592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 등에 대한 첫 정식재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사진공동취재단
마지막으로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을 다스려야 할 통치대상으로 봤다.

반대세력, 저항세력은 관제데모와 관영방송, 수구언론을 동원해 힘을 뺐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돈이 어떻게 불법적으로 모금돼 뿌려졌는지 이들은 묻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직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 한다고 믿었다. 국민은 ‘개돼지’ 취급을 받았고 주권재민은 종이조각에 글씨로 존재했을 뿐이다.

국정원이 야당인사들에 대해 사찰과 미행, 감시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원은) 내사팀, 미행감시팀, 사이버팀을 운영해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고 한명숙, 박원순 같은 인물을 뒷조사했다”며 “이명박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유력 야당 인사들을 철저하게 감시, 견제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일반 국민들은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으로 편가르기 했다. 오만한 권력의 측근들이 하나둘 법의 심판을 받는 현실을 보며 국민은 수치심을 느껴야 하지않을까. 국민 다수가 선택한 대통령의 몰골과 행태가 이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사과와 반성, 수치심을 모르고 적반하장하는 정치인들에게 준법의 준엄함, 민심의 냉정함을 지금이라도 확인시켜줘야 한다. 부질없는 이념타령에 또 다시 ‘빨갱이 놀이’ 운운하는 정치인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유권자 스스로 어리석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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