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 소속 tvN 신입 조연출로 일하다 지난 2016년 스스로 목숨 끊은 고(故) 이한빛 PD의 30번째 생일날, 서울시는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선포했다.

서울시는 24일 오전 서울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하 사업소인 tbs교통방송(대표 정찬형)의 프리랜서·파견 용역 등 비정규직에 대한 단계적 정규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송의 정상화에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의 정상화도 포함돼야 한다”며 “공정한 노동 위에 공정한 언론이 굳건히 설 수 있다. tbs 프리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새로운 고용 모델이 대한민국 언론사와 수많은 프리랜서들의 노동 현장으로 확장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서울시는 24일 오전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계적 정규직화를 선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방송의 정상화에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의 정상화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서울시는 24일 오전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계적 정규직화를 선포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방송의 정상화에는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의 정상화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이번 tbs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정규직 전환 대상은 총 272명. 이들은 프리랜서 PD·기자·작가·카메라감독 등 프리랜서 및 파견 용역 노동자들이다. 서울시는 “이들은 정규직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소속 없이 개인사업자 자격 혹은 용역업체를 통한 파견직으로 tbs와 계약 맺고 일하고 있다”며 “해고 불안, 낮은 보수, 차별적 복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tbs교통방송의 독립 재단법인화를 추진 중이다. 먼저 재단법인화 이전에는 올 상반기 중으로 프리랜서 총 272명 가운데 259명을 직접고용(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연차휴가·퇴직금 지급, 사회보험 가입, 후생복지 등 처우를 보장할 예정이다. 

다만, 업무 특성상 또는 본인 의사에 따라 프리랜서 계약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사(13명)에 대해서는 본래 지위를 유지토록 할 계획이다. 시는 프리랜서 계약 유지 시에도 △표준계약서 작성 △공정한 임금 지급 △업무 관련 불공정성 및 차별 개선 등을 통해 프리랜서 인권을 보장할 생각이다.

또한 재단법인 설립 이후(2019년 예정)에는 기존 정규직 직원과 같은 ‘개방형 제한 경쟁’을 통해 정규직 채용 절차를 밟되, 기존 재직자에 대해서는 가점을 부여키로 했다. 정규직 전환 조건을 충족하는 181명이 대상이다. 정규직 전환 조건은 △업무의 상시·지속성 △동일·유사 업무 비교 대상 존재 여부 △종속성 등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과 고 이한빛 PD 유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서울시청에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과 고 이한빛 PD 유족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이기범 기자
시는 또 고 이한빛 PD 유가족과 언론노조가 만든 ‘한빛재단’에서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서울시 내에 조성하는 방안을 재단과 협조키로 했다. 

24일 출범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사 제작 현장을 직접 감시하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법률 규제 사업과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등 미디어산업 내 노동 인권 개선을 위한 단체다. 방송 노동자가 사람답게 일하기 원했던 고 이한빛 PD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한빛재단 이사이자 고 이한빛 PD 동생인 이한솔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출범 등에 대해 “1년 전부터 형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작은 선물을 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 한빛재단 이사이자 고 이한빛 PD 동생인 이한솔씨는 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출범 등에 대해 “1년 전부터 형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작은 선물을 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빛재단 이사이자 고 이한빛 PD 동생인 이한솔씨는 2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t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출범 등에 대해 “1년 전부터 형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작은 선물을 줄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씨는 “그러나 아직도 방송 노동 현장은 꼬일대로 꼬여 있다. 이한빛 PD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한국사회 노동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과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프리랜서의 정규직화라는 tbs와 서울시의 이번 시도가 한국 방송 산업 전체로 퍼져가길 소망한다”며 “오늘은 이한빛 PD 생일인데 이 PD가 남긴 뜻을 이어받아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고 이들의 노동 인권이 존중받도록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찬형 tbs 사장도 “이번 프리랜서 정규직화는 tbs가 차별 없고, 정의로운 방송사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한 뒤 “tbs와 서울시는 ‘건강한 투자’에 나선 것이다. 방송 종사자들이 마음껏 창작 에너지를 발산하길 바란다. tbs도 사람 얼굴을 가진 따뜻한 공영방송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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