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8월29일, 조선일보 6면에는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김정은의 옛 애인’은 당시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인 현송월을 의미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을 포함해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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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보도를 한 곳은 조선일보만은 아니었다. 온라인에서는 TV조선, 매일경제, 세계일보, 채널A, 머니투데이 등이 따옴표도 없이 현송월이 총살됐다는 소식을 제목으로 뽑았다. 그리고 5년이 흐른 2018년, 현송월은 지난 15일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측 실무대표단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8월29일자. 조선일보 6면.
2013년 8월29일자. 조선일보 6면.
5년 전의 보도가 오보임이 드러났지만 아직 정정보도를 낸 곳은 없다. 북한과 관련된 이러한 추측보도는 과거에도 수차례 오보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16년 2월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은 북한이 리영길 총참모장을 처형했다고 보도했지만 3개월 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리영길이 중앙군사위원에 선임됐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지난 1986년 조선일보는 1면 기사로 북한의 김일성이 암살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보도를 냈다. 그나마 처음엔 ‘설’이었는데 후에는 김일성이 피격돼 사망했다는 단정적인 보도를 냈고, 자사 기자가 특종을 했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 김일성이 멀쩡히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민중당 서울시당은 24일 오전 10시 언론중재위원회가 있는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로 인해 “남북관계 발전이 저해되고 국익에 심각한 침해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민중당 서울시당은 “조선일보는 5년 전 현송월이 공개 총살됐다는 보도를 한 후, 명백한 오보임이 판명된 현재까지 어떠한 정정 보도 및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 자체로도 언론의 책임성을 포기한 행동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뿐 아니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당사자인 현송월씨가 남한에 방문한 최근까지도 각종 추측성 보도와 저급한 기사를 생산하면서 남북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국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중당 서울시당이 주장한 ‘최근까지 이어지는 추측성 보도와 저급한 기사’는 “현송월 단장의 개인 식사 메뉴, 가격, 외모, 숙소에 대한 비본질적인 기사를 메인에 띄우면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본질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송월 단장의 가방 메이커와 가격을 추정하는 장면에서는 낯이 뜨거워져 화면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중당 서울시당은 조선일보에게만 정정보도 청구를 하는 이유로, “일부 언론의 이 같은 행태에 경종을 울리고자”하는 것이며 “가장 대표적으로 왜곡-과장 보도를 일삼는 곳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것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과정을 실제로 거칠지는 미지수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보도로 인한 피해 당사자가 되려면 보도와 개별적 연관성이 있어야 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각이나 각하 사유는 중재부마다 판단이 다르지만, 연관성이 없다면 기각의 사유가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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