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 해임으로 사장 직무를 대행하는 조인석 KBS 부사장이 “중요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새노조) 조합원들이 143일 만에 복귀한 24일 오전 조인석 부사장은 KBS 사내 게시판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조 부사장은 “사장이 새로 취임하기까지 짧은 기간 동안 주어진 소임을 담담히 수행할 생각”이라며 “33년에 걸친 저의 KBS 생활을 부끄럽지 않게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부사장은 인사와 방송·업무 관행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요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파업 기간 보직 사퇴했던 간부들도 원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인사 문제를 본인이 결재하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의미다.

조 부사장은 방송·업무 등에 대해서도 “새로운 리더십이 형성된 후 노사합의로 추진할 일”이라고 밝혔다.

▲ 고대영 KBS 사장과 조인석 부사장(마이크를 쥔 인사)은 2016년 10월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고대영 KBS 사장과 조인석 부사장(마이크를 쥔 인사)은 2016년 10월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조 부사장은 KBS가 당면한 과제는 ‘갈등’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통합이니 화합이니 하는 식의 화려한 말잔치는 하지 않겠다. 반목을 넘어 증오마저 횡행하는 우리 조직에서 갈등의 골을 메우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생존 위기’라는 전망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과제는 갈등의 반복을 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새노조 조합원들의 복귀와 관련해서는 “늦었지만 파행을 겪어온 프로그램들이 제자리를 잡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조 부사장은 이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궁극적인 책임은 회사를 지켜나갈 직원 여러분에게 있다”며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인 KBS인들이 힘을 합친다면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석 부사장은 지난 2009년 ‘MB 특보’ 출신 김인규 전 KBS 사장 취임 이후 다큐멘터리 국장, KBS안동방송국장, 광복70년방송기획단장, TV본부장, 제작본부장 등을 거쳐 고대영 체제에서 KBS 부사장에 임명됐다.

하루 전인 23일 고대영 전 KBS 사장도 자신의 입장을 사내 게시판에 남겼다.

고 전 사장은 “저는 30여 년을 KBS에서 근무하며, 좌도 우도 아닌 오로지 KBS와 대한민국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살아왔다”며 “권력과 그 권력에 빌붙은 세력들은 음해와 비방으로 저를 몰아세웠고, 대한민국 언론 자유에 크나큰 상처를 줄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30년의 추억과 보람을 뒤로 하고 물러난다”며 “이번에 진행된 해임 조치에 대해 당당하게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KBS본관 대회의실에서 국장급 이상 보직자 및 일부 직원과 함께 한 환송식을 끝으로 임기를 마쳤다.

KBS이사회는 지난 22일 KBS 신뢰도·영향력 하락, 파업 사태에 대한 책임 및 수습 능력 부족, 국정원 금품 수수 의혹 등 6개 해임 사유를 근거로 고 전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고 최종 임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이를 재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