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총살 당했다’는 보도를 놓고 해당 매체가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송월 총살 보도를 인용하고 현송월 처형설을 가지각색으로 변주해 보도했던 언론들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현송월 총살 보도의 진원지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가 첫 보도를 내놓고 난 뒤 언론들은 앞 다퉈 인용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일보는 정부 당국자를 통해 확인된 내용이라며 조선일보 보도에 ‘권위’를 부여했다.

조선일보는 2013년 8월 29일자 신문에서 가수 현송월과 은하수 관현악단장 문경진 등은 지난 6월 김정은의 ‘성 녹화물을 보지 말 것에 대하여’란 지시를 어긴 혐의로 체포됐고 3일 만에 전격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세계일보와 헤럴드경제, 국민일보, 매일경제 등이 인용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현송월은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로 고위급 군인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새로운 내용(?)을 덧붙여 보도했다.

국민일보 문학전문 기자는 “처형사건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북한 사회에도 ‘감각의 제국’이 풍미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아닐까”라며 “사건의 본질은 부자 세습으로 이어져오는 왜곡된 사회주의적 폐쇄성의 틈새에서 개인의 감각들이 신음을 내기 시작한 데 있을지도 모른다”고 평하기도 했다.

현송월이 총살을 당했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성 문제가 이슈가 되자 언론들은 현송월이 등장한다는 영상을 찾기 시작했다.

서울신문은 2013년 9월 6일자 <북 김정은 전 여친 음란물 공개>라는 기사를 통해 현송월이라며 영상물에 나오는 장면을 게재했다. 서울신문은 “호주 헤럴드 선 등 외신들은 6일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유쿠에 현송월이 출연한 음란물로 추정되는 공연 영상이 올라와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영상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서울신문은 “영상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북한 여성 3명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알로하오에’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카우보이 모자와 빨간 구두, 옆이 절개된 짧은 치마 등을 입은 댄서들은 엉덩이를 흔드는 등 다소 과감한 춤동작을 선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처형설이 보도되고 난 뒤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슈가 지속되자 현송월 관련 영상이라는 진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내용을 보도해버린 것이다. 서울신문은 “외신들이 주장하는 '현송월 음란물' 동영상 보러가기” 라는 제목으로 링크까지 걸었다.

한국일보는 2013년 9월 23일자 기사에서 현송월을 연결고리로 놓고 리설주로 눈을 돌렸다. 한국일보는 “아사히신문은 ‘북한 인민보안부가 리설주도 전에는 자신들과 똑같이 놀았다는 단원들의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현송월 처형설 보도 이후 한달 만에 리설주 추문 관련 보도를 내놓은 것이다.

현송월 총살 보도는 문화일보 보도를 통해 확증 사실로 굳어졌다. 문화일보는 2013년 12월 10일 “여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옛 연인으로 알려졌던 가수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예술인 10여 명이 지난 8월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최초 소식통을 인용해 총살 보도를 했다면 문화일보는 이 같은 내용이 정부 당국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라고 못을 박은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두 매체를 인용해 현송월이 총살됐다고 보도했던 언론들은 9개월이 지난 2014년 5월 16일 북한 조선중앙TV의 보도로 모두 오보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중앙TV는 평양에서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가 열린 소식을 알리면서 “모란봉악단 단장 현송월이 토론했다”고 밝혔다. 화면에 등장한 현송월은 “원수님께서 제일로 사랑하시는 우리 군대와 인민을 위하여 예술창작 창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리겠다”고 말했다.

북한 중앙TV 화면에 버젓이 살아있는 현송월의 모습이 나오자 언론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유체이탈 화법으로 자사 보도에는 눈을 감고 조선일보와 문화일보 등 일부 언론의 잘못된 주장에 따른 오보라고 몰아가는 행태를 보였다. 유체이탈 화법식 보도다.

예를 들어 국민일보는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현송월이 북한 국영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며 “국내 언론들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의 전 여자친구로 유명한 현송월이 은하수 악단과 왕재산 경음악단, 모란봉 악단 등 다른 동료 가수들과 함께 음란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총살형에 처해졌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고 전했다. 국내 언론들에 당연히 국민일보도 포함된다.

경향신문은 <현송월 공개 처형 보수언론의 무책임한 오보>라는 기사수첩에서 “국내 언론은 북한에 관한 한 오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인데다 나중에 오보로 밝혀져도 책임 부담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역시 2013년 8월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판매 시청했고, 음란물은 중국에까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현송월은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로 김 제1위원장이 리설주와 결혼하기 전 애인으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관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확인 정보도 덧붙였다. 오보로 밝혀지면서 북한발 언론 보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기사를 내놨지만 정작 해당 기사에서 자사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없었다.

현송월 처형설은 오보로 확인됐지만 다시 한번 변주돼 기사화됐다. 세계일보는 오보로 확인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15년 12월 13일 <모란봉악단 현송월 음란물 취급 혐의 영상보니...터진 미니스커트 입고 상의도 던지고 ‘화들짝’>이라는 기사에서 “모란봉악단 현송월의 과거 음란물(?)이 재조명되고 있다”며 서울신문이 외신에 보도된 영상물을 소개했던 내용 그대로 영상물을 다시 한번 소개했다. 해당 기사의 바이라인에는 ‘이슈팀’이라고 찍혀 있었다.

▲ 현송월 단장 방한 소식을 전한 MBN 뉴스 화면.
▲ 현송월 단장 방한 소식을 전한 MBN 뉴스 화면.

현송월 단장이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방한할 것이라고 알려진 후 언론들은 현송월 총살 보도를 어떻게 다뤘을까.

서울신문은 지난 15일자 기사에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지칭해 사실상 오보 확산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서울신문은 “2013년 8월 29일, 한 국내 일간지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 등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 판매한 혐의로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다”고 보도했다. 한 국내 일간지는 조선일보를 말한다.

또한 서울신문은 “같은해 12월에는 또다른 일간지가 현송월의 총살설을 국가정보원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당시 여권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송월 등 10여명의 북한 예술인이 가족 앞에서 기관총 난사로 공개 처형됐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일간지는 문화일보를 말한다.

그러면서 서울신문은 “죽었다던 현송월은 조선중앙TV에 멀쩡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평양에서 열린 ‘제9차 예술인대회’에서 모란봉악단 단장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며 “현송월은 이후 북한 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로 활발히 활동했다. 이날 실무회담에서도 권혁봉 북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 옆자리에서 남측 대표단을 만나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오보의 책임을 두 매체에 국한하며 자사 보도에 대해선 면죄부를 부여하는 꼴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17일 김용현 YTN 기자(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정치 안보 전문기자)는 현송월 총살 오보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 앵커가 “이건 언론의 잘못이냐”고 묻자 “언론에도 간접적인 책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앵커는 “오히려 이런 잘못된 보도들이 나가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하자 김 기자는 “은하수 보천보전자악단과 관련해서 그런 말들이 많이 돌았고, 그런 것들을 일부 방송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저희들 같은 경우에는 현송월이 처벌됐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YTN은 조선일보가 처형설을 보도했던 2013년 8월 29일 아침신문 내용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북한의 유명 예술인 10여 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고 이를 판매한 것은 물론 음란물 시청까지 했다고 한다. 중국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인데 이들이 촬영한 영상이 중국으로도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그 안에 김정은 제1비서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이 포함이 되었다는 것”이라며 “전문가는 김정은이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느낌을 받으면 잔인하게 처리하고 있다면서 체제 안정에 집착하는 증거라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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