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정체를 겪는 가운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특정 여론조사 업체를 ‘관제 여론조사’라고 비난했다. 

홍준표 대표가 공개적으로 여론조사 업체를 비난하고 나선 데에는 한국당의 낮은 지지율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업체에 따라 너무 다른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불만 표출의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8.1%였다.(CBS 의뢰로 1월15~1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반면 한국갤럽의 경우 지난 19일 발표한 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전주보다 2%p 하락한 9%였다. (1월16일~18일 진행,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이와 관련,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1일부터 22일 이틀 동안 네 번이나 여론조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홍 대표는 “관제여론 조사”라며 “그 조사가 마치 국민여론인양 괴벨스식 선전을 하면서 국민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글에서는 “지난 대선 때 갤럽조사에서 지지율 11%라는 것을 믿고 당에서 선거비용 보전 못 받는다고 방송홍보비도 다른 후보는 44회 법정횟수를 모두 채울 때 나는 11회 밖에 하지 않았고 그것도 값이 싼 밤늦은 시간에 방송광고를 했다”며 “치가 떨리는 여론 조작”이라고 썼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비슷한 시기에 시행한 여론조사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갤럽의 여론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직접 조사원과 통화를 통해 이뤄진다”며 “전화면접 여론조사는 ‘침묵의 나선이론’(사회적으로 특정한 견해가 널리 퍼져있을 때, 반대되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이론)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갤럽의 전화 면접 방식에서는 ‘샤이(shy, 부끄러움을 타는)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막말을 계속하고, 국정농단에 대한 성찰도 없고, 친박 청산도 안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태한 보수 야당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아주 강력한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아니고서는 면접원에게 당당하게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말하기 어렵고 이런 차이가 10%정도의 여론조사 차이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결과가 차이가 나긴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지지자들로 하여금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 권순정 실장은 “이번 주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소폭 오르긴 했지만, 5월9일 대선 이후 지지율이 20%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현재 ‘시대정신’이라고 불리는 것이 양극화 해소, 사회전반의 공정성 강화 등 ‘정의’와 관련된 것인데, 이에 부합하는 정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정국에서 여당이나 정부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자유한국당에 지지를 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2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
▲ 22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 소리
정치권에서도 자유한국당의 최근 행보가 ‘시대정신’과 부합하지 않다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사파 정권’이니 ‘좌파 사회주의 정부’라는 비판을 했는데 올 지방선거도 빨갱이몰이 선거로 치르고자 하는 계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빨갱이’ 장사 질리지도 않냐”고 비판했다.

이어 하 의원은 “한국당이 외면 받는 이유는 케케묵은 냉전반공주의에 아직도 얽매여서 시대가 바뀐지 모르고 빨갱이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색깔론과 함께 홍 대표의 ‘막말’도 자유한국당 지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3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홍준표 대표의 막말 폭주로부터 국민들의 삶을 지켜야 된다”며 “지금 국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말들을 너무 많이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지금 평화올림픽을 앞두고 자체무장을 해야 된다든지 전쟁의 길을 부추기는 발언은 문제”라며 “지금 우리나라 비정규직 800만 시대에 너무 고통 받고 있는데 고용 유연화를 더 해야 한다고 하는, 오히려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방향으로 얘기를 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보수성향 매체인 문화일보 기자가 “평소에 홍 대표의 막말이 자주 논란이 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말을 순화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을 수년간 출입한 한 기자는 홍준표 대표에 대해 “입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견제한다고 외치지만, 대개 색깔론식 국론 분열이나 막말로 뉴스를 도배하며 제1야당으로서의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대선 당시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보수 정당의 대여 전략을 세울 기반을 마련했지만, 진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시민들의 기대와 반대로 정책보다는 정쟁을, 정부 견제보다는 정부 비난에 치중하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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