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을 포함해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2013년 8월29일 조선일보가 6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내용이다. ‘김정은 옛 애인(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 현송월)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라는 제목의 기사다. 인터넷에선 ‘단독’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21일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한한 이후에도 조선일보 해당 기사 제목에는 여전히 ‘단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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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 ‘처형’ ‘죽음’이라는 단어와 함께 무책임하게 보도를 해도 그 대상이 북한이라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한국 언론의 북한 보도가 춤추는 이유다. 자신들 지면에서 ‘총살됐던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면’ 이후 보도에 최소한의 신중이라도 기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대립과 갈등 부각, 트집잡기와 신변잡기식 보도에 치중했다. 반성도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조선일보의 북한 보도 문제점은 현송월 단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일관성도 없다. 북한은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참가시켰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경기를 참관하기도 했다. 당시 조선일보는 ‘남북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와 사설을 배치했다. 그때 남북관계나 한반도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다른가? 그렇지 않다.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에도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당시에는 ‘남북대화’를, 지금은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문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는 박근혜 정부였고 지금은 문재인 정부이라는 것 정도다.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보도가 정치적이고 정파적인 이유다.
조선일보는 “유독 북한은 남측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북한 선전 기관들은 ‘괴뢰 보수 언론들의 악선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연일 비난하고 있다”(23일자 사설)고 썼다. 언론보도와 관련해 북한 입장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지금까지 조선일보의 북한 관련 보도가 얼마나 정확했고, 얼마나 신중했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 ‘현송월 총살’과 같은 명백한 오보를 하고도 나 몰라라 하는 건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북한의 ‘괴뢰 보수언론 악선전’을 문제 삼기 전에 어이없는 ‘현송월 총살’보도에 대해 정정하고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