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 고 사장 퇴진과 KBS 정상화를 내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성재호 본부장·새노조) 총파업 141일 만이다.

KBS 이사회는 2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KBS에서 임시이사회를 열어 약 2시간40분 만에 6대1로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이인호 이사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구 여권 몫 차기환·조우석·이원일 이사는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 제청을 받아들이면 고 사장 해임이 최종 확정된다.

이날 오후 5시 20분께 이사회에 출석한 고대영 사장은 약 10분 만에 소명을 끝내고 돌아갔다. 고 사장은 이날 자신이 KBS 사장으로서 아시아태평양방송연합(Asia Pacific Broadcasting Union·ABU)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응답은 이뤄지지 않았다.

▲ 지난 2015년 11월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고대영 당시 KBS 사장 후보.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015년 11월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는 고대영 당시 KBS 사장 후보.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KBS 이사회는 앞서 고 사장에게 거듭 소명 기회를 부여했다. 15일까지였던 서면 의견 제출 기한을 22일로 미루는 동시에 구두 진술 기회를 주기로 했다. 고 사장이 의견서만 제출한 뒤 불출석하자 이사회는 고 사장에게 다시 출석을 요구해 소명 절차를 거쳤다.

이는 향후 고 사장이 해임무효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 사장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자신에 대한 해임 시도가 “언론자유를 짓밟은 폭거”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22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2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2015년 11월 ‘청와대 낙하산’ 논란 속에 취임한 고대영 사장은 정언유착 의혹 속에 KBS 요직을 거쳤다. 고 사장 취임 당시 강동순 KBS 사장 후보(전 KBS감사)는 “고대영 후보 최종 선임은 김성우 홍보수석(박근혜 청와대)과 김인규 전 KBS 사장 작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고대영 사장은 2009년 보도국장 재임 당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특보 ‘왜곡’ 논란, 국가정보원 금품 수수 의혹 등이 제기됐다. 2011년 이후 보도본부장 시절에는 ‘민주당 도청’ 연루, 현대자동차그룹 인사들로부터 받은 ‘골프 접대’ 등으로 비판 받았다.

▲ 22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22일 오후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8일 고 사장 해임제청안을 제출한 KBS 이사 4인(권태선·김서중·장주영·전영일)은 해임 사유로 △KBS 최초로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합격점 미달 △KBS 신뢰도·영향력 추락 △파업사태 초래하고 해결 못 하는 등 직무 수행능력 상실 △졸속 조직개편, 징계 남발 등 인사관리 실패 △허위·부실보고로 이사회 심의·의결권 침해 △보도국장 재직 시 금품수수·보도 누락 의혹, 보도본부장 재직 시 도청행위 연루 의혹 등을 제시했다.

고 사장 해임제청 의결이 이뤄짐에 따라 새노조는 24일 오전 9시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새노조는 이날 이사회에 앞서 10개 직능단체 소속 KBS 구성원 2573명이 서명한 고 사장 해임청원서를 이사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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