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강남 4구 부동산 가격 폭등 원인으로 지목돼 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부담금 부과 예정액을 공개하자 조선·동아일보와 경제지들이 ‘부담금 폭탄’, ‘재산권 침해’, ‘위헌’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 4년간 중단됐던 것을 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 왜 폭탄이냐며 반박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최대 10억 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인정해주는 것인데도 부담금 폭탄이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올해부터 예정대로 부과되는 재건축부담금과 관련해 강남4구 15개 단지와 기타 5개 단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강남 4구의 경우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 원이 부과될 것으로 예측됐으며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내는 단지는 8억4000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1월22일자 1면 머리기사 ‘강남 재건축 ‘부담금 폭탄’… 1인당 최고 8억’과 6면 ‘“7000만원 예상했던 부담금이 4억… 재건축 포기할판”’에서 “국토교통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 예상액이 조합원 1인당 평균 4억40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자 부동산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며 “‘부담금 폭탄’이 현실화하면 재건축 사업을 코앞에 둔 단지들 가운데 사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곳도 나타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는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며 법무법인 인본에서 초과이익환수제 위헌소송을 위한 공동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1면 기사 ‘강남 재건축, 이번엔 ‘부담금 폭탄’… 가구당 최고 8억4000만원 터진다’에서 국토교통부 발표에 대해 “주택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부동산 전문가들은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자 재건축에 투자하지 말라고 부담금 협박을 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도 22일 1면 기사 ‘부담금 최대 8.4억원...재건축 ‘稅폭탄’ 현실화’에서 “구체적인 산정근거를 밝히지 않은 데다 재개발과의 형평성,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등 논란의 여지가 커 향후 재건축 조합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썼다.

▲ 22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 22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소유주 부담을 키우기 위한 정부 발표라는 주장도 나왔다. 매일경제는 22일 1면 기사 ‘정부, 강남 재건축 부담금 압박…“최대 8억4천만원 예상”’에서 “앞으로 수년 후가 될 부과 시점의 주택가격에 따라 부담금 규모가 크게 바뀔 수 있는데도 현시점에서 예상금액을 제시하는 것은 재건축 추진단지 소유주들의 부담을 키워 사업이 지연되는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산정이 잘못됐을 것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매경은 같은 날 26면 기사에서 “정부가 재건축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서둘러 내놓은 예상 부담금인 만큼 ‘거품’이 끼어 있다는 관측도 있다”며 “실제 부담금은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경은 “문제는 종료 시점까지 오른 집값과 해당 지역의 평균 집값 상승분”이라며 “실제 부담금 부과 시 적용되는 종료 시점 주택가액은 일반분양분은 일반분양가 합계, 조합원분은 준공 시기 공시가격 합이다. 국토부 산출에 들어간 단지들은 일반분양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고 조합원분은 준공 시기에서야 공시가격이 정해진다. 이번 시뮬레이션에 사용된 미래 주택가격은 지금까지의 집값 상승률이 지속된다고 가정한 뒤 세운 정부의 예측치”라고 주장했다.

매경은 “해당 지역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도 시작 시점 주택가액에 사업 기간 중 시·군·구 단위의 지역 평균 집값 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한다”며 “앞으로 금리 인상이 예고된 데다 집값도 정부의 잇단 규제로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이 어려워 불확실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서울경제는 “시장에서는 정부가 낸 예상액의 정확성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몇년 뒤가 될 지 모르는 종료시점의 가격을 예상해야 해서 정확한 숫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썼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부담금 폭탄’이라는 표현에 대해 “법에서 부과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며, 정상적으로 가겠다고 한 것을 어떻게 폭탄이라고 하느냐”며 “말이 안 맞다”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2018년 1월22일자 6면
▲ 동아일보 2018년 1월22일자 6면
재산권 침해이자 위헌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런 주장은 (1990년대에)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나온 것으로, 위헌이 아니라는 헌재의 결정도 있었다”며 “미실현 이익에 대한 부과가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 법 자체를 만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정당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며 “조합이 반발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2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1994년 7월29일 토지초과이득세 관련 선고에서 “과세목적, 과세소득의 특성, 과세 기술상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입법정책의 문제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또는 부담금이 헌법정신이 반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행정법원에서도 미실현 이득에 대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재건축부담금 위헌법률 제정신청 사건에서 “부담금이 전문기관 조사, 부동산평가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산정되는바, 미실현 이득에 대한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정당하다”며 신청을 기각했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서울행정법원, 2013아1039 사건)

소유주들에 대한 부담을 키워 사업의 지연을 노린 것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국민들도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있는 그대로만 알리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에서 10여년 째 개발이익 환수제도 운동을 해온 남은경 도시개혁센터 팀장도 2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초과이익 환수제가 전례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부과금 산정 비율의 경우 낮게는 10%에서 최고 50% 까지 돼 있는데, 오히려 너무 낮게 부과하는 것이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남 팀장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10~20% 부과하는데, 개발이익은 소유자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발생한 것에 의해 생긴 불로소득”이라며 “원칙적으로 이런 이익은 전액환수돼야 마땅하나 적어도 평균 50% 정도는 환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으로 이익을 보겠다는 투기세력을 영원히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팀장은 “지난 수십년 간 투기의 진앙지인 강남에 개발이익 관련해 손을 못대다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며 “2014년에 부과가 중지됐다 이제야 겨우 시행하려는데 이를 ‘폭탄’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2018년 1월22일자 1면
▲ 조선일보 2018년 1월22일자 1면
더구나 조합원의 개발이익에 부과되는 돈이 최대 8억4000만 원이라면 그 조합원이 얻은 개발이익은 18억 원에 달한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남 팀장은 “18억원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사회적 책임은 안지겠다는 주장”이라며 “평생 일해서 한푼도 쓰지 않아도 그런 돈을 못만져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강남 아파트 한 채 갖고 앉아서 18억 원의 차익을 얻는데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부담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남 팀장은 “이제야 겨우 정상화하는 단계인데, 정당하게 부과하는 것조차 폭탄처럼 비치도록 오해의 소지를 줘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해당 조합원이 얼마의 개발이익을 얻는지 다 드러내는 게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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