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지난 21일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언론은 방한의 의미를 짚고 남북관계를 전망하기보다는 기승전 ‘패션’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의 보도는 현송월 단장이 어떤 옷을 입었다고 설명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앞다퉈 현송월 단장 목도리의 재질과 가격을 알아내기 바빴다. 독자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보도가 정확하지도 않았다.

현송월 단장의 목도리 가격에 대해 22일 동아일보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크기와 디자인의 여우 목도리는 가격대가 50만∼80만 원 선”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21일 파이낸셜뉴스의 분석은 다르다. 파이낸셜뉴스는 “가격은 퍼 품질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20만원대 수준인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 21~22일 현송월 단장에 대한 주요 매체의 기사 제목
▲ 21~22일 현송월 단장에 대한 주요 매체의 기사 제목

지난 15일 현송월 단장이 실무접촉을 했을 당시 채널A 정치데스크는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초록색 악어가죽으로 만든 이 백은 프랑스 고급 패션 업체인 ‘에르메스’ 제품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현송월이 들고 나온 핸드백은 판매가가 2500만 원으로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고가 제품”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동아일보는 채널A의 ‘단독’을 부인했다. 1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특정 디자인으로 나와있는 제품 중 현 단장이 들고 나온 것과 같은 디자인이 없다. 영상을 돌려봤지만 우리 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패션지 못지 않은 평가와 분석도 이어졌다. 21일 한국일보는 “패션 코드는 ‘부티’였다. 고급 아이템으로 온몸을 휘감았지만, 한국 유행과는 미묘하게 어긋났다” “이른바 ‘1 대 9 아재 스타일’로 만진 앞머리는 한국에선 유행이 지났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매일경제는 “일각에서는 일부 아이템이 최근 패션 트렌드에 다소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면서 “Y자 형태로 길게 늘어뜨린 목도리나 살색(살구색) 스타킹, 반으로 묶은 헤어스타일 등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패션지를 방불케하는 자세한 묘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진한 군청색 롱 코트는 최근 세계 트렌드에 맞는 오버사이즈 핏이다. 허리선을 들이지 않은 실루엣에 과한 장식 없는 디자인이다. 반드르르한 소재는 고가인 라마나 캐시미어로 보인다. 현 단장은 코트 안에 무릎 길이의 H 라인 스커트를 입고 베이지색 불투명 스타킹을 신었다. 보온 기능에 신경 쓴 듯한 스타킹의 소재와 색은 다소 나이 들어 보였다. 발목 높이의 앵클 부츠를 신은 건 과감한 선택이었다.”

▲ 21~22일 현송월 단장을 다룬 방송 뉴스 화면 갈무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채널A, MBN, 채널A, YTN.
▲ 21~22일 현송월 단장을 다룬 방송 뉴스 화면 갈무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채널A, MBN, 채널A, YTN.

‘관심법’을 방불케하는 의미부여도 적지 않았다. 한국일보는 “튀는 핸드백 대신 채도가 낮은 팥죽색 토트백을 들고 온 건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 같다”고 분석했다.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는 “얼굴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자체가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21일 YTN은 “일부 전문가들은 현송월이 명품 브랜드를 통해 북한 내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면서 “큐빅 머리핀으로 풍성한 머리를 고정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주요매체에서까지 이 같은 보도가 쏟아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평창올림픽이 남북관계에 어떤 진전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예리한 분석기사가 쏟아져도 모자랄 판국에 고작 패션분석이나 하고 계세요?”라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은 “언론사들이 패션잡지냐? 여자만 나타나면 패션분석 하느라 난리네. 박근혜에 아방카에 김정숙에 이제는 현송월까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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