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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포털 다음에서 ‘현송월’ 키워드로 검색된 뉴스 건수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평창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1박 2일 방남 일정에 돌입한 가운데 현송월 단장 개인에 대한 과도한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현 단장이 먹었던 식사 메뉴와 가격, 묵었던 숙소에 대한 평가 등이 기사화되고 있다.

현 단장 일정을 취재했던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현 단장이 아침 식사로 전복죽을 먹었네 마네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통일부 풀 기자단이 엉망으로 운영되고, 일정 내용도 공유되지 못하면서 기삿거리가 마땅치 않아 동정 보도를 내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 단장 개인에 대한 과도한 언론 보도의 대표적 사례는 조선일보 <현송월, 가슴에 김일성父子 배지달고 나타나 …숙소는 일반인 예약 안 받아>라는 기사다. 조선일보는 현 단장 일행이 숙소인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1층 식당에서 황태국 백반 등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는 것, 현 단장이 조식 때 검은색 원피스 정장에 하이힐과 갈색 핸드백을 착용했다는 것 등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현송월 일행 컴플레인 없었다···반주로 와인 한잔씩 마셔”>라는 기사에서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총지배인을 인터뷰해 현 단장이 묵은 방과 투숙 가격, 만찬 메뉴, 식사 반주로 들어간 와인 종류, 한식 메뉴 등을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강릉에서 삼시세끼’ 현송월이 즐긴 식사는?> 기사에서 “22일 뉴시스에 따르면 현 단장은 방문 첫날인 21일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경포해변에 위치한 ‘씨마크 호텔’ 레스토랑에서 첫 식사를 해결했다”면서 씨마크 호텔을 소개하고, 식사 비용 등을 보도했다.

현 단장 개인에 집중된 보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시스는 <北 현송월, 패션부터 호텔까지 관심…과열보도 피로감도>라는 기사에서 “물론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정도 내용을 다루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게 주가 되는 것은 언론의 본질적 목적, 기사의 본질 가치와 맞지 않는다”(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고 지적했다.

현장 취재 기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과열보도 배경엔 통일부 풀 취재 기자단과 통일부, 그리고 풀 취재 기자단과 현송월 단장 일행 일정을 따라다니는 사회부 현장 취재 기자와의 신경전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의 <입다문 현송월…국정원 관계자 “불편해하신다. 질문하지 마라”> 기사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합동지원단을 주축으로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벌어지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 더 면밀히 세밀하게 체크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국정원 관계자가 풀 취재단의 팔을 잡아 밀쳤고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 풀 취재 기자단은 자신들이 풀 취재를 담당했기 때문에 현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강릉 도심을 오고가는 현장에 대한 취재를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일부 입장에서도 현 단장이 이끄는 일정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남북간 회의도 아니고 현장에서 따라붙는 다른 기자들의 취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풀 취재단 불만에 대해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현장을 취재했던 한 기자는 “통일부 풀 취재기자들이 무슨 권한으로 현장 취재를 막아서는지 모르겠다. 현장과 취재도 조율해서 포토라인을 만든다던지 해야 하는데 첫 일정부터 풀 취재단이 오히려 포토라인을 무너뜨리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도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 YTN 보도 화면 캡쳐. 속보 뉴스로 현송월 단장 일행이 아침식사로 전복죽을 먹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 YTN 보도 화면 캡쳐. 속보 뉴스로 현송월 단장 일행이 아침식사로 전복죽을 먹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현장 취재 기자들에 따르면 21일 현 단장 일행은 KTX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한 뒤 오찬 장소인 씨마크 호텔로 이동했다. 그리고 오후 현 단장 일행은 평창올림픽에 파견될 140여명 예술단이 공연할 장소로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 단장 일행은 강릉아트센터를 방문하기 전 황영조기념체육관으로 가버렸다.

강릉아트센터에서 현 단장 일행을 취재하기 위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기자들은 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현장에선 급히 변경된 현 단장 일행의 일정을 공유하지 않았던 풀 취재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연합뉴스는 “일각에선 점검 장소의 순서를 갑자기 변경한 것은 언론의 과열 취재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 단장 일행이 21일 서울역에 도착한 일정도 현장에서 언론 취재가 과열되면서 마찰이 벌어졌다. 한 현장 취재 기자는 “풀 취재단 기자들이 서울역에 나온 현장 취재 기자들에게 우리 취재 권한이라며 밖으로 나가달라고 해서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마찰이 벌어졌다. 현장 취재 기자들이 ‘서울역이 너희들 땅이냐’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풀 취재단 운영이 원활하지 않고, 현장에서 마찰이 빚어지는 등 현장 취재가 이뤄지지 않자 어떻게든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 언론이 신변잡기식으로 현 단장 개인이나 동정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로 남과 북이 접촉하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현송월 단장 일행의 현장 점검이 갖는 의미와 실무 접촉 선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 점검단 일정 현장 분위기 등을 짚기보다는 과열된 취재로 국민이 알고자 하는 내용을 스스로 가려버렸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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