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방식을 차용했으나 기자들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은 문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직접 지명’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질의하려는 기자들의 소속을 먼저 묻거나,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대답을 피하고, 특정 매체에 공개적 망신주기를 해 현장 기자들은 “겉만 번지르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 2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우선 기자회견 자리 배치가 홍준표 대표가 직접 기자들을 보고 답할 수 없도록 돼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한 가운데에는 기자회견을 페이스북에 중계하려는 모니터와 카메라 등이 즐비해 앞에 앉은 20여명의 기자들 외에는 기자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뒤쪽에 40여명의 기자들이 손을 들었지만, 앞쪽 기자들 질문이 끝나자 홍 대표는 “질문 없으면 난 갑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뒤에 앉아 있었던 기자들이 앞에 나가서 마이크 없이 질문을 하기도 했다.

▲ 2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홍준표 대표 기자회견 현장 모습. 기자들 자리 사이에 페이스북 중계를 위한 모니터, 카메라들이 있어 뒤에 기자들은 홍준표 대표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홍준표 대표 기자회견 현장 모습. 기자들 자리 사이에 페이스북 중계를 위한 모니터, 카메라들이 있어 뒤에 있는 기자들은 홍준표 대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했던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기자회견 전에 얼굴을 보고 지목하겠다고 했으면 기자 얼굴이 보이게끔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겉만 번지르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손을 들었는데, 당직자가 와서 ‘어디 기자냐’고 물었는데, 왜 자꾸 소속을 먼저 묻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질문을 할지보다 소속이 더 중요한 건지 실소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홍 대표는 기자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해 도마에 올랐다. 질문을 한 기자에게 답을 주고, “앞으로 기자들은 이 질문 하지 마라”고 했던 것. 한국경제 기자가 대구 시장 선거와 홍 대표의 직접 출마에 대한 질문을 하자, 홍 대표는 “대구시장을 내주면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 유승민 의원, 김부겸 의원, 조원진 의원도 준동을 하고 있어 대구시장 선거가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가 직접 보궐선거나 광역단체 선거에 출마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홍 대표는 “더 이상 언론에서는 방금 이 기자가 질문한 것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홍 대표에게 “기자에게 이 질문은 하라, 저 질문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문제 발언이고, 이전에도 ‘KNN과 SBS를 빼앗겼다’는 식의 발언을 해서 언론관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나 홍 대표는 “이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 2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자유한국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매체에는 망신을 주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평양 올림픽’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나경원 의원이 같은 말을 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의식이 일본 극우 정치인 발언과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질문하자 홍 대표는 “오마이뉴스도 우리 당 출입하느냐”고 되물었다. 오마이뉴스 기자 얼굴에는 황당한 기색이 돌았다.

이에 홍 대표는 “출입인지 몰랐다. 죄송하다”며 “일본 보수 정치인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의견이 같다고 해서 같은 사람이냐는 논리는 어디 있냐, 세상에 그런 논리가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대표는 이날 ‘막말 관련’ 질문에도 “내가 막말한 적이 어디 있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문화일보 기자가 “평소에 막말 관련 논란이 많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말투를 순화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홍 대표는 “내가 막말한 사례를 가져와서 질문하라”며 “사람들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말은 ‘팩트’인데, 철부지들은 그걸 막말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 말에 이어 더팩트 기자가 “얼마 전 조국 수석에 ‘조국인지 타국인지, 사법시험에 못 붙은 한’이라고 말했는데, 조국 수석은 사법시험에 응시한 적이 없다. 이것은 팩트가 아니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홍 대표는 “사법 시험 응시했다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통과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건 팩트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기자는 “궤변”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또 주장했다. 조국 수석에 대한 답변을 한 뒤 홍 대표는 “이쯤 하자”며 “문재인 대통령은 답변 써주는 프롬프터가 앞에 있었는데, 나는 혼자서 대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때는 기자들이 물으면 실시간으로 답변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10일 기자회견에서 프롬프터에 나온 것은 기자의 질문과 소속사, 이름을 현장에서 넣은 것”이라며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데 어떻게 답변을 프롬프터로 준비하느냐”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 2018 신년 기자회견 모두 대통령이 즉석에서 대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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