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TV가 아나운서 채용에 ‘시청자 인기투표’ 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언론인을 역량이 아닌 외모로 뽑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경제TV 101’이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엔 지난 10~12일 동안 자사 앵커·캐스터 전형 지원자 34명의 리포팅 영상이 게시됐다. 1차 서류 전형 합격자 140명 중 초상권 사용에 동의한 지원자 34명에 한해 그들의 2차 전형용 '원고 리딩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 '아시아경제TV 101' 관련 내용이 공지된 포스터.
▲ '아시아경제TV 101' 관련 내용이 공지된 포스터.

페이지 공지글은 "앵커·캐스터들의 지원 영상을 확인하고, 응원하고 싶은 지원자의 게시물에 댓글을 남겨 달라"며 "시청자 여러분의 선택은 최종 면접 점수에 반영된다"고 밝혔다. 투표는 지난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9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좋아요’ 클릭수, 댓글 등 시청자 반응은 지원자 채점 과정에 일부분 반영됐다. 아시아경제TV는 1차 합격자 발표가 난 지난 9일 지원자 140명에게 보낸 메일에서 “저희는 업로드된 리포트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계량화해 최종면접시 10% 비중으로 반영할 계획”이라며 “단, 면접용 리포팅 공개 동의 여부는 2차 전형의 당락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지원자들은 해당 전형 내용을 알자마자 당황스러움을 나타냈다. 언론계 구직자 회원수가 가장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 까페 아랑’에는 당일 “굉장히 당황스럽다” “지금 연예인 뽑느냐” “아나운서를 채용하면서 프로듀스101같은 포맷을 시행하고 있다” “다같이 동의하지 말자” 등의 지원자들이 익명으로 쓴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인기투표 방식 도입은 사전 공지된 내용도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원자 A씨는 “1차 합격 메일과 함께 알게 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A씨는 채용 방식에 대해 “얼마나 아나운서가 쉽게 보이면 언론사가 이런 식으로 채용을 진행하는지…”라면서 “아무리 다른 직군보다 겉모습이 더 노출되는 게 아나운서라지만, 이런 방식은 결국 인기있는 사람을, 구체적으로는 예쁜 사람을 뽑겠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A씨는 또한 “외모로 아나운서가 정해지는 거라면 지금까지 지망생들이 해온 공부와 아나운싱 연습은 다 헛수고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사한 비판은 영상이 올라온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게시됐다. 페이스북 이용자 안희석씨는 지난 11일 ‘아시아경제TV 101’ 홍보글에 “앵커와 캐스터는 아시아경제TV 얼굴 마담이 아니”라면서 “취지를 떠나서 지난한 과정에 힘겨워하는 언론인 지망생들을 눈요깃거리로 만들지 말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아시아경제TV 채용 관계자는 취지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앞두고 우리 회사의 얼굴이 될만한 사람, 같이 성장하고 싶은 사람을 찾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것”이라면서 “다같이 (2차 전형 영상을) 보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고, 오픈해서 다같이 말할 수(평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걸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외모 평가 논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지나친 억측과 오해”라면서 “1차 합격자에게 초상권 동의와 관련해 일일이 다 메일을 보내 답을 받았고 동의한 34명의 영상만 페북에 올렸다. 그 중 다시 영상을 내리길 요구한 이들의 영상은 내려갔다”고 말했다.

2차 전형에 응시하지 않은 지원자 B씨는 이와 관련해 “동의를 안하면 결국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원자들의 불안과 원성이 있었다”며 “지인 중엔 2차부터는 지원을 포기한 사람도 몇 있다”고 지적했다.

▲ '아시아경제TV 101'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 '아시아경제TV 101'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한편 3차 최종 면접 심사위원 구성도 구설수에 올랐다. 장진 영화감독, 스피치학원 ‘(주)아나운서’ 대표이사인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가 지난 16~17일 동안 진행된 최종면접에 면접진으로 참여했다. 이를 두고 지원자들 사이에선 “아나운서 면접에 영화감독과 사설 아카데미 관계자가 왜 들어가느냐”는 항의가 나왔다.

아시아경제TV 측은 이에 대해 “김현욱 아나운서의 경우 프리랜서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나운서면서 아나운서계의 대표 인물로 모셨다. 공정한 기준에 기해 심사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 섭외에 대해 이 관계자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사람 찾고 싶었다. 경제·부동산 분야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진행능력과 임기응변도 봤다”며 “장 감독은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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