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직원들이 야근을 하지 않으면서도 ‘시간외 수당’을 받는 관행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방통심의위 직원들은 ‘야근기록’을 조작해 시간외 수당을 수령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외 수당 부정수령은 야간 근무를 하게 된 한 직원이 카드 인식기에 동료들의 출입증을 대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받은 동료들의 사번과 생년월일을 일일이 입력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당번을 정해 두고 순번에 따라 대신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퇴근 후 사무실 인근에서 술을 마신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카드를 찍어 시간외 근무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방통심의위는 ‘지문’ ‘사번 및 생년월일’ ‘출입카드’ 중 하나만 입력해도 출입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금준경 기자.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시간외 수당을 받고 있을까. 방통심의위 관계자 A씨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대리 체크해서 시간외수당을 수령하고 있다”면서 “간부들도 이러한 관행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자신들도 직원시절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사실상 알면서도 눈 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간부급 관계자 B씨는 “직원이 야근 서류를 올리면 사전에 결재를 하는 방식이긴 한데 실제 야근을 하는지 안 하는지 밤에 와볼 수도 없는 일”이라며 “일부 엄격하게 보는 간부도 있지만 대부분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방통심의위 관계자인 C씨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대신 찍어주는 게 오래된 관행이었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사정에 밝은 D씨는 “방송위원회(이명박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회로 개편되기 이전) 시절부터 이 같은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방통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부서에 따라 업무량의 차이가 큰 상황이다. 따라서 야근이 필요 없는 부서를 중심으로 이 같은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위원 선임이 지연되는 등 정상화되지 않아 업무량이 많지 않음에도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 신청은 지속되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자 시간외 수당을 원칙대로 체크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정황도 있다. B씨는 “언론 취재가 시작된 거 같으니 근무하는 날만 시간외 수당을 올리라는 지시가 다른 팀에서 최근 내려왔다”고 전했다.

시간외 수당은 1년에 222시간까지 청구할 수 있으며 규모는 직원 임금의 10~15%로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급 대상은 4급 이하 직원으로 지난해 기준 방통심의위는 1~3급 직원 34명, 4급 이하 직원 143명으로 구성돼 있다. 다수 구성원들에 대한 시간외 수당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방통심의위측은 개선 방안을 고민했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전원 지문으로 등록한다든가 각 자리에서 컴퓨터로 입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적 있다”면서 “지문은 직원의 절반 정도 등록이 돼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상 본인의 동의 없이는 도입하기 힘들다. 컴퓨터를 통한 입력방식은 엄밀하게 근무시간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 구성원들이 시간외 수당을 ‘부족한 임금의 일부’로 인식하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4급 이하 직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간외 수당을 전액 소진해야 한다고 여기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경우 처우가 열악한 경우가 많고, 부족한 시간외 수당을 임금보전 성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입사할 때부터 정해진 시간외 수당을 다 받는 것을 감안해 임금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시간외 수당 부정 신청은 방통심의위만의 문제로 볼 수도 없고, 구성원들이 임금 보전 성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공적 기금인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으로 원칙적으로 기금 관리가 돼야 한다. 구성원의 출퇴근을 과도하게 감시하는 건 문제지만 사번과 생년월일만으로 등록되는 시스템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조만간 구성될 예정인 4기 방통심의위는 내부 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방통심의위 기본규칙에 따르면 방통심의위원장은 “사무처 업무의 전반 또는 일부를 감사하기 위하여 종합감사, 부분감사 및 기강감사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는 가족수당과 시간외 수당을 부당수령한 공무원 13명을 적발해 환수조치와 함께 징계처분, 수당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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