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1일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에 위치한 ‘노블 휘트니스&스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무려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입은 참사였다. 특히 2층 여성 사우나에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해 ‘초동대처’가 논란이 됐다. 일단 사고현장에 소방차가 진입하기가 어려웠고 구조 사다리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인력과 장비의 부족도 마찬가지다. 또한 화재 발생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경보기가 건물에 없었으며 비상대피용 탈출구는 적치물로 막혀 있어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도 논란의 여지는 없다.

문제는 구조 과정이다. 제천 화재 합동조사단은 지난 11일 “2층 유리창은 화염·농연 등에 휩싸인 상태였지만 화세가 누그러든 일부 유리창은 접근이 가능했다”며 “소방서장 등 현장 책임자들의 적절한 상황 전파·판단·지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서장은 상황 전술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는 등 지휘관으로서 전체 상황 장악에 소홀했고, 비상구를 통한 진입, 유리창 파괴를 통한 내부 진입을 시도하지 않는 등 지휘 역량이 부족했다”며 “지휘팀장도 LPG 폭발방지 등 눈앞에 노출된 위험과 구조에만 집중해 2층 내부 요구조자 존재 사실을 알고도 특별한 지휘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빨리 2층 창문을 깼으면 다수를 구조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소방당국이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수 언론은 이와 같은 발표를 그대로 보도했고, 지난 12일 경찰은 제천소방서와 충북소방본부, 소방종합상황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제천뉴스저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참사당일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인 3시59분에 촬영됐다. 사진=제천뉴스저널
제천뉴스저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참사당일 소방대가 도착하기 전인 3시59분에 촬영됐다. 사진=제천뉴스저널
그런데, 이와 관련해 제천의 지역신문인 제천저널뉴스 측이 연일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제천뉴스저널의 주은철 기자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소방 측에 전가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제천뉴스저널 측은 화재 발생 후 소방관들이 도착했던 4시부터 10여분 간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주 기자는 이를 바탕으로 소방관들이 도착했던 4시는 이미 연기와 화염에 건물이 뒤덮인 상황이었으며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관련기사 : 화재참사 진실(3), 화재 초기 10분간의 사진- 왜곡된 진실)

제천뉴스저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참사 당일 오후 4시6분에 촬영됐다. 사진=제천뉴스저널
제천뉴스저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참사 당일 오후 4시6분에 촬영됐다. 사진=제천뉴스저널
주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19일 오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을 소방관들의 문제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월호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세월호는 전국에 생중계 됐고 국민들이 이 상황을 지켜봤으며 배가 표류한 시간도 꽤 오래됐지만, 이 화재는 53분에 신고했고 4시에 소방차가 왔지만 당시 불길은 이미 발화기와 성장기를 넘어 최성기 상태였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도착한 소방관들로선 눈에 보이는 LPG 가스통 (주변)부터 끈 것”이라며 “사진을 보면 알지만, 유리창에 연기와 화염이 뒤덮여 있어서 그걸 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 기자는 “통화기록을 보면 4시7분 까지는 소방서랑 통화한 흔적이 있는데 11분부터 연락이 안된다”며 “7분에서 11분 사이에 상황이 급변했다고 보면, 4시6분 전에는 2층에 들어갔어야 했다는 것인데 그건 불가항력”이라고 말했다.

▲ 주은철 기자는 해당 사진이 2층 유리창을 깬 직후 촬영된 것이라며 "이미 안에는 시커면 유독가스가 뒤덮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주은철 기자 제공
▲ 주은철 기자는 해당 사진이 2층 유리창을 깬 직후 촬영된 것이라며 "이미 안에는 시커면 유독가스가 뒤덮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주은철 기자 제공
주 기자는 “만약 그 전에 깼다고 해도 유독가스가 2층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2층에 올라가도 연기가 자욱한데 누가 가서 망치로 깰 수 있겠나”라며 “4시33분에 유리를 깼는데 제보받은 바에 따르면 소방관이 도끼로 쳐도 유리가 깨지지 않고 가운데만 푹 파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 기자는 2층의 희생자들이 욕탕이 아닌 출입구 인근과 락커에서 발견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족이 희생자와 4시1분에 통화했을 때 희생자는 ‘여보 나 숨이 막혀, 연기가 자욱해 나 살려줘 신고 좀 해줘’라고 말했다”며 “목욕을 하다가 락커에서 전화기를 찾아 전화하기까지 최소 2~3분 정도 걸림을 감안하면, 3시58분 경에는 화재를 인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기자는 “이후 모든사람들이 출입구와 락카에서 희생됐다는 것은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니까 나가지 못했으며, 그 사이에 문에서 연기가 들어와 욕탕으로 피할 새도 없이 악 소리도 못내고 돌아가셨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욕탕으로 피신했으면 물에서 산소가 나오니 더 살 수 있었고 그럼에도 구조를 못했다면 그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이 시간에 도착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대가 소수였던데다 구조대가 왔을 때는 이미 늦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제천뉴스저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참사 당일 4시10분 촬영된 것으로 비상구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천뉴스저널
제천뉴스저널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참사 당일 4시10분 촬영된 것으로 비상구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제천뉴스저널
주 기자는 무엇보다 이를 보도하고 있는 중앙언론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지 기자들이 현장 왔을 때는 불이 다 꺼진 상태였다”며 “언론이 현장을 보지 않고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이 검증도 안하고 기사를 썼다”며 “언론이 의심 없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고 베껴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는 소방당국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소방관들의 명백한 잘못이 있을 때, 소방비리나 납품비리 같은 것이 있었다면 (압수수색을) 해도 된다”며 “그런데 이런 걸로 어떻게 수사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압수수색에 항의하면서 우리가 백지 기사를 냈다”며 “그만큼 이 사건 심각하게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천 화재 유가족들은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천화재사고 관련 현안보고에 참석해 해당 참사를 세월호 참사에 비유하며 7가지 의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청한 바 있다. 유족 측은 “(2층 여성 사우나의) 20명은 속옷도 입지 못하고 겉옷만 겨우 걸친 채 소방관이 창문이라도 깨면 뛰어내릴 수 있게 기다리다가 질식했다”며 “소방이 비상문만 개방했으면, 창문만 파괴해 줬더라면 질식하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 측이 제기한 7가지 의문은 △충북 소방본부 상황실에서 화재 신고 내용을 제대로 전달했는지와 현장 지휘관이 지령을 제대로 전파했는지 여부 △2층 여자사우나에서 사망한 20명이 생존해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6시 20분까지 무수한 진입 요청이 있었음에도 2층에 진입하지 않은 이유 △현장 도착 시각과 초기 현장 대응의 적절성 여부 △최초로 2층 진입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와 지시 시간 △16시 6분에 도착한 구조대장이 3층에만 전체 인력을 동원하고 2층 비상계단 진입을 시도했다가 진입을 포기한 이유 △시급한 인명구조보다 우선해 LPG 탱크 주변 화재 진압에 주력했는데 LPG 폭발 가능성이 컸는지 여부 △충북 소방 본부와 제천 현장의 무선 교신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 등이다.

관련기사 : 화재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싶은 기자의 정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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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월19일 17:35]

제천 화재참사 유족들은 19일 미디어오늘에 제천저널뉴스 보도와 관련해 참사 당일 4시6분 사진에도 건물 오른쪽 부분은 화염과 연기가 없는 상태로 2층 유리창 파괴가 가능했고, 2층 비상구로 올라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소방청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농연과 열기만 있었을 뿐 올라가는 길에 화염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진이 1층 비상구의 방화문이 열려 있어 주차장의 화재가 보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4시11분 사진에는 주차장 연기가 건물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에스마트의 CCTV를 보면 오른쪽 연기는 바람 때문에 건물 뒤편에서 옮겨온 연기로 사진의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방서장과 지휘팀장은 비상구의 위치도 알지 못했으며 2층에 요구조자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구조대원들에게 전파하지 않았고, 2층의 희생자는 4시16분까지 통화한 기록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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