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의 보도국장 인사 구두 합의를 파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남수 YTN 사장이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전 YTN사장후보추천위원)와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에게 YTN 사태 중재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노조가 중재에 나섰던 지난해 12월24일 ‘3자 협상’(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박진수 언론노조YTN지부장·당시 최남수 사장 내정자)을 파기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최 사장이 전 YTN사추위원과 이미 중재에 한 차례 나섰던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중재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최 사장은 지난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노조가 사장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노조 조합원들과) 다대일로 접촉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다”며 “대표자들을 만나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에게 중재 요청을 했고 최강욱 변호사에게도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강욱 이사도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16일 오후 2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최남수 사장이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지난 14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 안드로메다’에 출연해 YTN 노사 갈등 문제를 이야기했다.  

최 이사는 이 방송에서 “(지난해 12월) 언론노조가 중재를 나서 합의가 이뤄졌고, 이후 합의가 파기된 상황처럼 됐다”며 “언론노조가 다시 중재자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최 사장이) 새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MB 정부에서 벌어진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 때처럼 노조가)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상황은 너무 가슴 아프다”고 지적했다.

▲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최강욱 변호사, 최남수 YTN 사장(왼쪽부터). 사진=이치열 기자
▲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 최강욱 변호사, 최남수 YTN 사장(왼쪽부터). 사진=이치열 기자
최 이사에 따르면 최 사장은 16일 최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시사안드로메다를 잘 들었다”면서 “많이 반성했다”, “최강욱 변호사 말이 다 맞다”, “노조만 만나게 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최 이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최 사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분이 완전히 코너에 몰린 상황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최 사장에게 ‘다들 (최 사장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상황을 뒤집은 사람은 최 사장 본인이 아니냐’는 취지로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YTN 사태 중재를 위해 나설 수 없다는 거부 의사 표시였다. 

최 이사는 MB 정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YTN 해직 사태 당시 YTN 언론인들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노종면 기자 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때 이들을 변호하는 등 YTN 구성원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인사다. 최 이사와 최 사장은 같은 고등학교는 아니지만 전주 소재의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환균 위원장도 “합의 파기 이후에도 내게 중재를 해달라는 최 사장의 요청이 있었다”며 “이미 본인이 합의를 파기했는데, 중재자였던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나. 합의 파기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인 간의 계약에서도 어느 한 쪽이 합의를 깨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면서 “최 사장이 노조에게 무엇을 보상할 수 있겠나. 물러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24일 ‘3자 협상’에서 협상 대표자들은 노종면 YTN 복직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지명하는 데에 구두 합의했으나 최 사장이 취임 뒤 송태엽 YTN 부국장을 지명하면서 ‘파기 논란’이 일었다. 최 사장은 노종면 보도국장 지명에 대해 “긍정적으로 여지를 드린 건 맞지만 인사권자로서 최종적 답을 준 건 아니”라는 입장을 최근까지도 고수하고 있다.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합의 파기 이후 틀어진 노사 관계는 현재까지 변화 없는 상태”라며 “더구나 최강욱 변호사는 사장 후보자 추천을 위해 지난해 구성원 대표가 추천한 YTN사추위원이었다. 구성원들이 최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을 대표하는 사추위원에게 중재를 요청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김환균 위원장에게 중재를 요청한 것 역시 중재에 나선 당사자에 대한 모욕”이라며 “최소한 갖춰야 할 상식의 기반이 무너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 사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장의 인사권 행사시 보도국장 의견을 존중하고 협의한다’는 부분에 대해 노사 이견은 없는 것 같다”며 “남은 이슈는 보도국장 지명 이슈인데 이 이슈는 쉬운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남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YTN 구성원 사이에서는 “최남수 사장이 노사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쉽게 판단하고 있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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