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택 여수MBC 사장이 해임됐다.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시절 ‘낙하산’으로 비판받아 온 16개 지역사 사장 중 10개 지역 MBC 사장이 물러나게 됐다.

MBC는 19일 관계회사 주주총회를 열어 심원택 사장을 해임했다. 지난해 3월 김장겸 당시 사장이 임명한 심 사장은 임기 1년을 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날 해임된 심 사장은 극우적 인식과 보도 탄압으로 비판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여수MBC지부(지부장 박광수)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갖은 막말과 전두환 옹호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심씨는 사장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직책을 박탈 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밝혔다.

▲ 19일 해임된 심원택 여수MBC 사장이 지난해 10월 언론노조 여수MBC지부 조합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여수MBC지부
▲ 19일 해임된 심원택 여수MBC 사장이 지난해 10월 언론노조 여수MBC지부 조합원들에게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여수MBC지부
심 사장은 지난해 5월 여수 MBC 프리랜서 작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광주 사람들만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 전두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편 “5·18 북한군 개입설도 ‘팩트’일 수 있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2013년 MBC 시사제작2부장 시절엔 ‘시사매거진2580’ 보도책임자로서 4대강·NLL 등 아이템을 취재 불허하거나 축소 지시해 논란을 빚었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아이템을 발제하는 기자들을 “종북 좌파”로 매도하거나 인사 최하 등급을 부여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언론노조 여수MBC지부는 “심씨 해임은 앞으로 낙하산 사장은 안 된다는 지역의 명령”이라며 “지역민과 구성원 동의를 받지 못하는 사장은 발 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장 해임은 “과거 의례적 상황처럼 ‘위로부터의 결정’이 아니었다”는 평가도 했다.

다만 심 사장에 동조했던 보직 간부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여수MBC 보도제작부문 제작거부가 당장 풀리진 않을 전망이다.

언론노조 여수MBC지부는 “회사를 되살려야 하는 시점에 더 이상의 극한 투쟁과 소모적 대립을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며 해당 간부들의 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목포MBC의 경우 오는 31일 사장 해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소집될 예정이다. 2월 초 사장 해임이 전망됐던 경남·부산·안동·포항MBC 등 4개 지역사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MBC 측은 이날 열린 4개사 이사회에서 임시 주주총회 소집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는 각 지역사 사장과 상무, 김장겸 전 사장 시절 임명된 최기화 비상임이사가 참석했다. MBC는 조만간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 제주 MBC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주MBC 지부
▲ 제주 MBC 최재혁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제주MBC 지부
제주MBC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최재혁 사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한 가운데 남창기업 등 소주주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건보 언론노조 제주MBC 지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올해가 MBC 창사 50주년이다. 제주MBC도 새로운 사장을 맞이해 신사옥 시대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2대 주주가) 창업주 정신을 살려 대승적 결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제주MBC지부 조합원들은 현재까지 보도·편성 부문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현재 사장이 물러난 10개 지역MBC는 새로운 사장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MBC는 공석이 된 10개 지역MBC 사장 자리를 두고 오는 22일까지 통합 공모를 진행한다.

MBC 노사 합의로 구성된 노사 공동 임원추천위원회(총 6인)가 23일 지역사별 2명의 후보를 선정하면 24일 대주주인 서울MBC 사장이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하게 된다. 나머지 지역사도 사장 해임이 이뤄지는 대로 신임 사장 선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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