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 PD가 회원 다수인 한국PD연합회가 ‘상품권 페이’에 대해 사과하고 PD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한국PD연합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상품권으로 임금을 지급한 건수와 액수가 전체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PD연합회는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한겨레21은 SBS가 독립제작 인력의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상품권 페이’ 관행을 보도했고 SBS는 조사 결과 지난 3년 동안 22억 원 가량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BS 감사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는 등 상품권 페이 관행은 방송계에 비일비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PD연합회는 “‘잘못된 관행이라는 걸 모르는 PD는 없다. ‘관행’이라는 핑계로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하고 묵인해 왔다면 이제는 버려야 한다”면서 “상품권을 원래 협찬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는 것은 만성적인 비리의 원인이 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본사. 사진=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SBS 본사. 사진=연합뉴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권을 임금 대신 지급해서는 안 된다. 상품권을 임금 명목으로 지급하는 것은 협찬으로 받은 상품권이 용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는 의미로 때문에 협찬과 관련한 회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도 드러낸다.

PD연합회는 “복합적인 원인이 쌓여서 나타난 부조리한 관행의 고리를 끊는 일에 지금이라도 우리 PD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송 정상화 과제로 ‘독립 제작’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상층부만 개혁하고 아래의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는 방송 정상화와 공정방송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며 “공영방송 정상화와 방송생태계 개선의 시대적 과제는 ‘관행’이란 이름으로 우리 안에 온존해 있는 적폐를 없애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PD연합회는 “방송 정책과 방송 생태계의 문제점이 낳은 이 문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문제는 방송사의 ‘갑질’ 사건이기도 하지만 방통위가 작은 방송시장에 종합편성채널 등 무리하게 많은 사업자를 진입하게 만든 것을 비롯해 방송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PD연합회는 “복합적 요인이 뒤엉킨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겠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종합 대책 수립의 책임을 방기한다면 방송통신위원회와 관계 부처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5개 정부부처 공동으로 ‘외주(독립)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했으며 지상파 재허가, 종편 재승인 때 ‘독립제작’ 문제 개선을 재허가·재승인 조건으로 제시했다. 19일 방통위를 비롯한 5개 부처는 방송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최근 불거진 화유기 제작진 사고, 상품권 페이 논란과 관련한 상황을 듣고 대책 마련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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