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관련 토론회에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와 정부 인사의 인식 차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와,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팽팽하게 대립했고, 김진화 대표는 심 단장에게 “법무부에 최저임금만 받고 과외해 드리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가상화폐 열풍, 정부대책의 한계와 올바른 대응방안’에서 심재철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은 가상화폐 거래가 ‘국부유출’이며 지나친 투기 심리가 개입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심 정책기획단장은 “가상화폐는 결국 금(gold)처럼 실물화폐가 될 수 없다”며 “가상화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가상화폐가 있다고 많은 이들이 믿는다면 실물화폐처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믿음은 지속될 수 없으므로 결국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 단장은 “또한 외국에서 만든 가상화폐를 사기위해 한국에서는 실제 돈을 투자하고 있다. 국부유출”이라며 “수조원이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데,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가상화폐에 이렇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밝혔다. 심 단장은 이날 발언이 법무부 공식입장이 아님을 강조했다.

심 단장의 발언을 들은 김진화 공동대표는 크게 반발했다. 김진화 공동대표는 “왜 지금까지 정부 정책 등 모든 일이 꼬여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원하신다면 법무부 장관님 등 정부부처에 최저임금만 받고 과외를 해드리고 싶은 정도”라고 말했다.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상화폐 열풍, 정부대책의 한계와 올바른 대응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마이크 앞에 발언하고 있는 사람이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사진=정민경 기자.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상화폐 열풍, 정부대책의 한계와 올바른 대응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마이크 앞에 발언하고 있는 사람이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 사진=정민경 기자.
우선 김진화 공동대표는 ‘가상화폐’와 ‘암호화폐’를 구분해서 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공동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비트코인’같은 암호화폐를 포함해, 중앙집중식 발행체계를 가진 전자적 지불단위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게임사가 발행하는 게임머니, 항공사가 발행하는 마일리지 등에도 적용되는 개념이다. 반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공개된 알고리즘에 의해 발행이 이뤄진 것이다. 

김진화 공동대표는 “암호화폐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화폐가 금이나 실물화폐처럼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민간화폐이기 때문에 정부에게 권위를 인정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공개형 블록체인 개발, 구축, 활용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관련 기술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공동대표는 “(암호화폐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인터넷 시대에 비유하자면, 구글이나 네이버, 아마존 같은 서비스는 만들지 못하고 회사 인트라넷 게시판, 전자 결재 시스템만 쓰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특히 금융 서비스 등에 암호화폐 기술을 적용하면 ‘돈세탁’이 가능한 현금과 달리 모든 금융 기록이 블록체인에 기록될 것이기에,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공동대표는 현대에는 대부분의 화폐가 이미 가상화폐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에, 심재철 단장이 말한 실물화폐와 가상화폐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최근에는 이미 지폐형태로 돈을 사용하지 않고, 통장에 단순히 ‘숫자’만 찍히는 가상 형태가 더 빈번하다”며 “발행되는 대부분의 화폐는 물리적 증표로 발행되는 것이 5% 내외이고, 대부분은 은행 대출 등 신용창출을 통해 장부상으로의 ‘숫자’로만 통용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단장은 김 공동대표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심 단장은 “가상 화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현재 통용되는 화폐들이 실물이 없다고 하더라도 발행 주체가 책임이 있는 기관인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곳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암호화폐 업계 분들과 정부에 있는 분들의 인식차이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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