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MBC에서 대내외적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 사장은 17일 취임 한 달여 만에 서울 상암 MB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BC 각 부문 프로그램 및 인적 개편에 대한 로드맵을 밝혔다.

2월을 기점으로 라디오 개편을 비롯한 각 부문 방송이 임시 체제를 벗어날 전망이다. 보도국은 곧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의성 배우가 진행하는 탐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 사장은 일일드라마 폐지와 자체 제작 대형 드라마 기획, 예능 부문 ‘시즌제’ 도입 등 다양한 변화를 예고했다.

최 사장이 MBC 재건 방안으로 공약한 노사 공동 ‘MBC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는 이달 말 활동을 시작한다.

최 사장은 독립제작사와의 상생을 위한 ‘콘텐츠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해 방송계 갑질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내부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2년 파업 이후 ‘시용’ 형태로 채용된 경력기자들의 경우 정상화위의 검토 결과에 따라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다. 2월 중 예정된 대규모 공개 채용에는 신입뿐 아니라 경력직도 포함될 예정이다. 허일후 MBC 아나운서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한 시간 넘게 진행됐다.

▲ 최승호 MBC 사장이 17일 서울 상암MBC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MBC
▲ 최승호 MBC 사장이 17일 서울 상암MBC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MBC
-MBC 재건위원회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MBC 정상화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노사 공동 위원회를 만들 것이다. 이달 말 노사 상견례를 갖고 활동을 시작할 것 같다. 노사가 여러 사건과 사안에 대해 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기구가 만들어진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예능 시즌제는 새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에만 적용되는 건가.

“기존 프로그램들도 ‘시즌 오프’할 수 있다. 결정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프로그램은 당연히 시즌제를 감안해 만들어질 것이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더라도 너무 길게 끌어가지 않고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도록 하겠다.”

-일일드라마 중단되는 시점은 언제인가.

“5월까지는 일일드라마가 방영될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예정했다.”

-사장 공모 때 비정규직과의 상생 협력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논의하고 언제 실행할 것인가.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다른 업종에 비해 심각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 워낙 직종이 다양하고 많은 일들이 한시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따라 금방 생겼다가 없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구 체제’에서 이 문제를 훨씬 심각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아나운서를 일터에서 내몰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을 갑자기 뽑거나 시용을 채용하는 식으로 대응해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일단 비정규직 문제를 조사해서 전체적 현황 파악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큰 인사 정책을 정하고 비정규직에 대해 저희가 처우 개선할 부분은 개선할 것이다. 필요한 부문에서 정규직화할 수 있는 분들이 있다면 고려해서 처리하겠다. 지금 당장 조사를 시작할 것이다.”

-뉴스데스크 정상화는 요원한 것 아닌가.

“마음은 정상까지 왔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보도국에 있는 많은 기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서도 몇 년 동안은 거의 쫓겨나 있었다. 그러다 돌아왔는데 나이도 많이 들었고, 뉴스로부터 오랜 시간 떠나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 대한 감각도 떨어졌다. 후배 기수들은 ‘구 체제’ 하에서 지휘 받으며 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자 정착해가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지인 인터뷰 문제의 경우 왕왕 (관행으로서) 언론에 있었던 문제다. 과거 김재철 체제 이전에는 용인되기 힘든 것이었다. 바닥에서 시작하는 입장인데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벼리고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적어도 1년 이내에는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뉴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과 믿음을 갖고 있다.”

-신입 채용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 조직이 전반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원하고 있다. 2월 중에 공고를 내고 5월 안에는 모든 절차를 마쳐서 MBC에 새싹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6년 만에 공채가 시작된다”며 “모든 부문에서 사람을 더 (채용해) 달라고 아우성이라 인사부장이 골치가 아픈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화 핵심은 방송법 개정안 통해 제도적으로 완비하는 것 아닌가.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별다수제 안에 대해 저희도 과거에 찬성했다. 이 안의 한계에 대해 해직기자였던 이용마 기자가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그런 지적들이 상당히 많은 공감을 얻어 견해들이 바뀌기 시작했다. 원래 이 안을 제기했던 언론노조도 공식 견해를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MBC 내부에서는 방송법 개정으로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장으로서 어떠한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는 내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이 문제가 국회에서 해결돼야 하는데 MBC도 당연히 입장을 낼 것이다. 내부적으로 목표와 현실성 등을 감안해 검토한 뒤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난 한 달은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근본적 문제까지 검토 완료하지는 못 했다.”

-경력 인력이 100명 정도라고 들었다.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2013년 이후 경력으로 들어와서 계셨던 분들 중 많은 분들은 배치가 다 돼 있다. 아마 일부 인원의 경우 재배치할 필요성이 있다. 외부에서 온 인력과 내부 인력 등을 감안해 빠른 시간 내에 조직을 재구축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의견을 일일이 다 물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분들 중 상당수는 구 체제의 중심으로서, 탄압받던 기자들 시각에서는 굉장히 나쁜 뉴스를 만들었던 분들이다. 새로운 체제가 주도하는 보도국에서 그분들에게 어떤 역할을 줄 것인가라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논의할 시간 없었다. 뉴스부터 복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사가 이뤄졌다. 새로운 인사를 다시 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본인 의사를 물어서 다른 부서로 배치된 경우도 있다. MBC 정상화위원회 활동과 연동해 점차 안정화 과정을 겪을 것이다.”

- 최근 AD 채용공고가 다시 뜨는 등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방송사 특성상 모든 인력을 정규직으로 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MBC 뉴미디어 부문이 많이 뒤처져 있고 지금 당장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 같다. 자세하게는 모르고 있다. 비정규직 인력을 전체적으로 조사할 것이다. 인사 정책을 새로 세우고 검토를 통해 개선해야 할 문제다.”

-뉴스 시간대를 9시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계획이 있나.

“결론을 갖고 있는 부분은 아니다. 검토 중이다. 선택지 안에 있긴 하지만 그 또한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방송계에 만연한 갑질 문화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콘텐츠 상생과 관련해 독립 PD들이나 독립 제작사 쪽 의견을 듣고 적용하려 한다. 과거 ‘리얼스토리 눈’ 사건 등은 감사국에서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면 처벌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MBC 구성원들이 약자를 갑질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면 MBC는 이 문제를 공정하게 다룰 것이다.”

▲ 17일 서울 상암MBC에서 진행된 최승호 사장 신년기자간담회. 사진=MBC
▲ 17일 서울 상암MBC에서 진행된 최승호 사장 신년기자간담회. 사진=MBC
-무한도전 시즌제는 결정됐나.

“제가 알기로는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내에서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은 말씀드리면 안 될 것 같다. 예능본부장이 ‘이건 비밀이라고 얘기해야 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이해해 달라. 기존 프로그램이든 새로운 것이든 활발히 논의해서 정착시킬 것이다.”

-배현진 전 앵커는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너무 센 질문이 나오니까 자꾸 잊어버리고 싶은데.(웃음) 어떻게 보면 과거의 아픈 상처인데, 배현진씨가 진행한 구체제 MBC 뉴스에 대해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린, 국민을 오도했던 뉴스라고 생각한다. (배씨는) 그 뉴스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MBC가 새로운 공영방송으로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그분이 뉴스에 출연한다거나 중심에서 활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대부분의 기자들도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분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저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그분과 MBC 보도국 구성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본인이 MBC에서 계속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일하길 원한다면 그 뜻과 회사의 필요를 감안해 추후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경력 기자들이나 공채 출신이지만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던 기자들과 관련해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역 블랙리스트’ 같은 것들이 존재해서 내부 갈등 조장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다.

“갈등은 그렇게 짧은 시간 내에 봉합되지 않는다.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너무 심했으니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잊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8년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자와 PD들이 본업에서 쫓겨났다. 적극적으로 권력에 부역하면서 뜻을 함께 하며 국민을 배신하는 뉴스를 만들었던 사람들과, 해직이나 정직 등 온갖 징계와 부당전보를 감수하면서 파업 등으로 싸웠던 사람들 사이의 단순 갈등이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 그들(권력에 부역했던 이들)이 만약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면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과거 잘못된 뉴스가 옳은 것이었고 그것이 오히려 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많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나의 뉴스 조직으로 끌고 나갈 것인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이다.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없다. 화합하고 포용하고 이런 이야기는 밖에서 쉽게 할 수 있지만 안에서는 쉽게 입 밖으로 낼 수 없다. 시용이나 경력들 중에서 상당 인원은 함께 배치돼 일을 하고 있다.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도국 자체 탐사보도 프로그램 계획은 없나.

“주진우 기자와 김의성 배우가 진행하는 ‘스트레이트’는 기자 7명이 함께 만드는 신개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끊임없이 문제를 파고들어 말 그대로 뿌리를 뽑아버리는 ‘스트레이트’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일일드라마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MBC는 타 방송사에 비해 드라마가 많다. 제작비도 인력도 부족하다. 일일드라마보다는 제대로 된 16부작 미니시리즈 등을 많이 만들어 실력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외주 제작을 많이 했는데 기획부터 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자체 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일럿을 많이 만들겠다는 이유는?

“예능은 파일럿을 많이 만들어봐야 한다. 더 시도해야 한다. 과거에는 방영하다가 안 되면 내려버리기 바빴다. 예능 프로그램들이 노후화됐다. 예능 PD들에게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다. 파일럿을 하다 보면 성공하는 게 나올 수 있다. 시즌제를 감안한 편성을 하겠다고 말씀드린다.”

-더 전하고 싶은 말은?

“MBC가 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방송을 하다 보니 모자란 부분이 많다. 저도 나이가 많이 들었더라. 2012년에 잘렸는데 그로부터 6년 가까이 지났다. 다른 구성원들도 나이가 든 채로 돌아왔다. 방송을 만들어내는 감각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초심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실수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없지만 언제나 국민 신뢰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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