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오늘이 대통령님 주재 국무회의에 저로서는 마지막 참석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역동적인 역사를 지켜보고 기록하고 국민께 전한 영광의 순간이었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충남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고 준비를 하고 있던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오는 25일경 대변인직에서 사퇴하기로 하면서 차기 대변인 임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변인은 <디트뉴스24>와 인터뷰에서 “이달 25일쯤 사직서를 낼 생각”이라며 “재직기간 결격사유를 확인하는 과정이 일주일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사퇴일은 이달 말이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일찌감치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대변인 임명에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박 대변인이 자신의 사퇴일까지 못 박으면서 차기 대변인 임명이 가시화되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청와대 공식적인 입이라는 대변인직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공석이 되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변인직에서 하루 빨리 물러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박 대변인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퇴일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것은 청와대 내부에서 차기 대변인 후보군이 어느 정도 좁혀지고 임명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내정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에서 메시지를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정상회담 대화 내용 등 극소수 참모진만 알 수 있는 현장의 위치에서 기록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대변인 임명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 때와 비교해 위상 자체가 올라갔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 할 수 있는 말은 “모른다”, “확인해보겠다” 등 두 문장으로 정해져 있다고 할 정도로 정보접근이 떨어지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소통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과 접촉면을 넓히는데 집중했고 언론과 소통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제천 화재 현장을 방문할 당시 동행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제천 화재 현장을 방문할 당시 동행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일례로 이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의 질문에 아예 입을 다물었다면 박 대변인은 언론 취재에 적극 대응하면서 청와대 입장을 포함해 배경 내용까지 전달했다는 평을 받는다. 박 대변인은 새벽부터 걸려오는 언론 취재 전화를 받고, 확인 내용을 전달하도록 노력했다고 대변인 생활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청와대 대변인직을 수행하면 언론 매체 노출 빈도수가 늘어나고, 언론을 직접 상대하는 경험이 쌓이기 때문에 정치인 출신들이 바라는 요직이기도 하다.

박 대변인이 여론조사에서 차기 충남지사 후보군 중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것도 청와대 대변인직을 수행해 얻은 인지도 덕분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차기 대변인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차기 대변인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내부와 외부로 나눠져 있다.

내부 인사로 보면 비서관급 중 언론과 직접 소통 경험이 있는 인물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전직 민주당 의원이면서 대변인 경험’이 있는 구체적인 인물의 이름이 거론된다.

외부인사로는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나온다. 정부 출범 당시 유력한 대변인 후보로 언급됐던 인물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문 출신과 방송 출신 인사 두 명에 대해 엇갈린 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외부 인사 기용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언론인 출신 대변인은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정치인 그룹이 대변인직으로 오는 걸 환영하는 분위기를 박근혜 청와대가 만들어준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차기 대변인은 박수현 대변인을 뛰어넘는 인물이 돼야 하는데, 박 대변인이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직을 잘 소화했기 때문에 비교될 수밖에 없어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