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까지 들춰서 보도한다고요? 저 혼자는 못 죽습니다.”

최남수 YTN 사장은 지난 15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앞서 기자는 최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 트위터에 올렸던 게시물 일부를 캡처해 카카오톡으로 전하고 입장을 요구했다.

최 사장은 이후 통화에서 “이 정도를 터뜨리면 사실 가망이 커 보이지 않으니까 제가 명예를 지킬지 안 지킬지에 대해서 시간을 달라”고 했다. 트위터 내용이 공개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인지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 사장 트위터 내용은 “최남수 YTN 사장, 이번엔 여성 성적 대상화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6일 보도했다. “으악 오늘 간호원은 주사도 아프게 엉덩이도 디따 아프게 때린다 역할 바꿔보자고 하고 싶당ㅎㅎ”, “흐미 간호원 아가씨 궁디에 주사 두방 두드려주는 손은 좋은데 주사는 영~~ 채식하라는데요. 아궁 고기가 두드러기 원인일수 있어서 아흑~” 등 그가 남긴 트윗은 뒤늦게 논란이 됐고 YTN 안팎으로 비난 여론이 컸다.

▲ 최남수 YTN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 남긴 트위터.
▲ 최남수 YTN 사장이 머니투데이방송(MTN) 보도본부장 시절 남긴 트위터.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비하를 서슴지 않은 것에 대해 전국 38만 간호사와 함께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최 사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기자가 보도한 ‘문제적 트위터’ 내용은 사실 일부에 불과하다. 2010년 그의 트위터에는 “‘저는 ‘저년’만 먹어요!’ 아이폰 황당실수 모음 ㅋㅋ..문자자동완성기능 설정에서 풀면 됩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저는 ‘저년’만 먹어요!’ 아이폰 황당실수 모음”이라는 제목의 2010년 7월16일자 머니투데이 기사를 인용한 것이다. 아이폰 문자 자동완성 기능으로 ‘저녁’이 ‘저년’으로 저절로 바뀌어 난감했다는 사례들을 소개한 기사다. 자칫하면 ‘오인’할 수 있음에도 그의 트위터는 거침 없었다.

기자가 문제 삼았던 것은 최 사장의 ‘성에 대한 생각’이다. 강요·고정된 성 역할, 특히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그릇된 인식을 자주 표출했다.

“여성분들 화낼 때 남성이 방으로 들어간다고 더 화내지마세염. 문제가 생기면 골방으로 갑니다. 폼나게 고민하려구요. 근데 여성은 문제가 생기면 광장에서 얘기하는 스탈이라면서요.”(2010년 4월)

“아무리 이쁜 여성분을 뵈어도 ‘저 분 화내면 얼마나 무서울까?’만 생각하는 나는 무슨 병일까?ㅋ”(2010년 7월)

“그런데 여성분들은 왜 기분이 나빠지면 남성의 기본적 안전욕구인 ‘의식주’를 손대려 할까요? 먼저 밥을 안준다 옷 세탁처리를 안하다,, 급기야 짐싸서 내보낸다,, 기본적 인권은 안건들기 캠페인 같은 거 없나여??”(2011년 5월)

“전 과거에 거의 절 반죽인 여자상사를 2년간 모신 적이 있습니다 ㅎㄷㄷ 그 이후 아무리 이쁜 여자를 봐도 저는 한가지 생각만.. ‘저 여자 화내면 얼마나 무서울까?’ 이거 트라우마죠?”(2010년 9월)

앞서 16일 보도에서 언급됐던 “여성작가 11명과 저녁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페북에 올렸더니 달린 댓글 중 압권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신 듯’ ㅎㅎㅎ”, “저녁 행사에서 여성앵커를 소개하며 미혼이라고 했더니 남성들 환호성이 행사 종료 후 한국 남성들은 쭈빗쭈빗하며”, “저 지금 미장원 ㅎ 장동건 되려 왔습니다 누나가 깍아주면 좋겠는데 재수 없음 형이 깍아줍니다 운명입니다. ㅋ 대기 중. 기도해주세여”, “운동할때 여성분이 옆에서 같이 운동하거나 뒤에 서있으면 괜히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건 무슨 조화여?” 등의 트윗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사진=김도연 기자
한 트위터 유저는 최 사장이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한 트윗에 대해 “간호사가 엉덩이에 주사 놓는 것은 성적인 일이 아니”라며 “여성이 가진 직업이라 하여 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도 트위터를 통해 “사적으로 친한 사람들과 SNS를 통해서 웃기기 위한 농담을 주고받은 것”이라는 최 사장 해명에 대해 “사적인 이야기는 성희롱이 아닌가요? 그럼 여성들이 마주한 수많은 성희롱 발언은, 사적인 이야기니까 넘어가야 하는 건가요? 과연 이렇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이가 공정한 언론, 성평등한 언론을 위해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누리꾼은 “10여년 전 트윗까지 뒤지느냐”고 했다. 최 사장도 보도되기 전 “이렇게까지 쓰겠다는 것은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겠다는 것 아니냐”고 기자에게 항의했다. YTN 사장후보추천위원회나 YTN 이사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검증’이 불편할 수 있지만 최 사장은 공영언론의 대표다. 공인이다. 논란의 트윗들도 그가 MTN 보도본부장 시절 남긴 글이다. 지금도 누구나 검색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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