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 KBS 아나운서 (전 KBS 아홉시뉴스 앵커)가 1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KBS 13년차 아나운서로서 요즘 느끼는 점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했다.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에서 올해로 10년째 열고 있는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에 이어 세 번째 강연자로 무대에 선 조수빈 아나운서는 200여명의 언론인,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대학생과 일반 대학생 참가자들 앞에서 KBS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방법, 현재 미디어 업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약 한 시간 동안 강의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보수 성향 이명박 정권에서 KBS 뉴스의 간판으로 활약했었고, 박근혜 정권까지 10년을 보낸 후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그 당시에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자리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제가 대단한 사람? 뭔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 조수빈 K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조수빈 K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조 씨는 “(아홉시뉴스 앵커를 할 당시) 내가 잘 몰랐구나. 세상을 반쪽만 보지는 않았고 나도 여러 부분을 다 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에는 미숙한 점이 많지 않았나해서 아쉽습니다. 더 잘하기에는 내가 능력이 많이 부족했구나...”라고 말했다.

조 씨는 (당시 KBS에서) “내가 어느 시기에 어떤 역할을 할지를 선택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문재인 대통령 때 아홉시 뉴스를 할지, 박근혜(대통령) 때 할지 이명박 때 할지, 선택을 못하는데 나에게 그런(아홉시뉴스 앵커의) 기회가 주어졌어요. 안하시겠습니까? 그건 아니쟎아요? 그 당시 저의 생각은 KBS 기자들이 만들어오는 뉴스를 믿었, 엄청나게... 앵커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신뢰를 하고 거기에 누가 되지 않는. 나는 돋보이고자 하는 뉴스를 만들지 않았고,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해 온 뉴스를 누가 되지 않게하는데 더 초점을 많이 맞췄던 것 같애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조수빈 아나운서는 언론 선진국들의 예를 들며, 젊은 여자 앵커를 선호하는 한국 방송사의 관행이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후반이라는 너무 어린 나이에 맡게 된 KBS 아홉시뉴스 앵커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자리였으며 당시 자신의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은 젊은 여자 앵커를 선호하던 시대에 KBS에 입사했기 때문에 앵커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지나고 보니 많은 KBS 뉴스프로그램 중 하나쯤은 경륜이 풍부한 50대 여성 앵커가 맡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편이 생겼을 때 미국뉴스처럼 단순히 얼굴마담격이 아닌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을 겸하는 보도에 대한 실권이 있는 여자 단독앵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지금은 과도기 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공영방송 언론인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언론인을 지망하는 대학생들에게 말해주신다면?’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조수빈 아나운서는 “이 질문은 약간 패스를 하고 싶은게, 제가 생각했던 공영방송인의 자세는 ‘팩트로만 말한다’ 였어요.”라고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조 씨는 자신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청자들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의 사원이기에 앵커일 때는 어떤 정치적인 행보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노력한다고 해서 그렇게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현재 KBS에는 파업하는 노조와 파업하지 않는 두 노조가 있다고 대학생들에게 설명하며 자신도 현재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우며 몇 년이 더 지나봐야 자신의 입장이 명확해 질 것 같다고도 말했다.

▲ 조수빈 K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조수빈 KBS 아나운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0회 대학생리더십아카데미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마지막으로 종편진출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수빈 아나운서는 “하고 싶은데, 안받아줄 것 같아요.(웃음)”라고 말했다. 그는 KBS에 다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지만 아나운서들이 하고 싶어하는 형식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특히 자신이 아홉시뉴스 앵커를 하던 당시 폐지됐던 '시사투나잇'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공격을 많이 받긴 했지만 포맷 자체는 매우 신선했고 아나운서들이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자신이 둘째 아이를 낳기 전까지 했던 '글로벌정보쇼 세계인'도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은 질문과 대답 전문이다. 

 - 이명박 정부 당시 아홉시뉴스의 앵커로서 KBS뉴스의 간판이었는데,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정권 10년을 지나며 지금 드는 생각은 무언가요?

“저는 그 당시에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자리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제가 대단한 사람? 뭔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되돌아 생각해보니까 아쉬운 것은, 물론 저를 이명박 보수정권 때 활동했던 것만 얘기하시면 안되고, 저는 정연주 사장이 뽑아주셨구요. (웃음) 뒤돌아 생각해보면 약간 억울한 면도 있어요. (말하려다보니) 눈물이 날 것 같은데. 내가 어느 시기에 어떤 역할을 할지를 선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문재인 대통령 때 아홉시 뉴스를 할지, 박근혜 때 할지 이명박 때 할지, 선택을 못하는데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졌어요. 안하시겠습니까? 그건 아니쟎아요? 그 당시 저의 생각은 KBS 기자들이 만들어오는 뉴스를 믿었, 엄청나게...앵커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신뢰를 하고 거기에 누가 되지 않는, 나는 돋보이고자 하는 뉴스를 만들지 않았고 내가 열심히 기자들이 취재해온 뉴스를 누가 되지 않는데 더 초점을 많이 맞췄던 것 같에요.

그리고 그때 제가 20대 후반이었는데 세상을 너무 잘 몰랐다는 아쉬움이 좀 남아서 예전에 황수경 선배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내가 20대 때 23살, 저보다 더 어릴 때 했는데 아홉시뉴스 앵커를 했는데 내가 다시 시켜주면 더 잘할 것 같은데 안 시켜준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에이 선배가 방송이 더 하고 싶으신가 보다 했는데 제가 이 나이가 되 보니까 사실 저한테 아홉시 뉴스 다시 하라고 하면 대개 부담스러워요. 아이들도 있고, 생활 자체가 처녀 때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근데 아 돌이켜 그 말이 맞다. 내가 약간 잘 몰랐구나. 세상을 반쪽만 보지는 않았고 나도 여러 부분을 다 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어떤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에는 좀 약간 미숙한 점이 많지 않았나. 해서 아쉽다. 특정 좋다 나쁘다의 문제 보다는 아쉽다. 더 잘하기에는 내가 능력이 많이 부족했구나. 그래서 또 감사한 면이 있는 것은, 그때는 제가 뭔가 뛰어나서 아홉시뉴스 앵커 오디션에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고, 시기가 좋았고, 또 앞에 말씀드린 것처럼 젊은 여자 앵커를 선호하던 시대에 입사했기 때문에 그 나이 때에 맞았어요. 그래서 감사함과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저는 이제 한국 사회의 방송언론 자체가 많이 변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뭐 우리 회사도 이제 앵커를 새로 뽑을 거고,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인데 너무 어린 사원에게 너무 큰 짐을, 굉장히 아홉시뉴스 앵커라는 자리는 요즘보다도 그때는 채널이 더 적었쟎아요? 제가 아주 대게 부담스러운 자리더라구요. 진짜로. 부담스럽고 내가 하지도 않은 것들이 되기도 하고, 난 이런 뜻에서 했는데 왜곡이 되기도 하고 그거를 너무 어린 사람이 하기 에는 너무 한국 언론사에서 좀 더 경험 있는 여성앵커를 더 많이 선발했으면 좋겠다. 제가 경험했단 얘기는 아니에요. 저는 차라리 50대까지는 올라가야 된다고 봐요. 어떤 뉴스는 20대 앵커가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뉴스는 청년층이 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KBS정도 되면 뉴스 하나정도는 50대 앵커도 나와야 된다. 그게 50대와 20대 의 경륜이 다를 수밖에 없는 데 골고루 해야 되지 않나. 뉴스 하나 정도는. 남자는 나이가 많고 여자는 어린데, 그걸 바꿔서 하나 정도는 여자가 더 연장자고 남자가 어릴 수도 있는 거고 그쵸? 그런 걸 좀 기대를 합니다. 사실 종편이 생겼을 때 기대를 좀 했습니다. 제가 아홉시뉴스를 하면서 뿌듯한 점도 있었지만 한계도 많이 느꼈기 때문에 종편이 생긴다면 미국뉴스처럼 여자 단독앵커도 볼 수 있고, 단순히 얼굴마담이 단독인게 아니고 진짜 선진국의 경우처럼 사장, 부사장, 보도본부장 하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파워풀한 그런 여자 앵커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약간 지금 중간단계, 과도기 인 것 같아요.


-공영방송 언론인으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대학생들에게 말해주신다면?

이 질문은 약간 패스를 하고 싶은게, 제가 생각했던 공영방송인의 자세는 원래는 팩트로만 말한다였어요. 팩트로만. 예를 들어서 내가 실제로 어떤 정당을 지지한다거나 어떤 사람을 싫어하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지 않는다. 특히 SNS 같은 곳. 왜냐? 나는 수신료를 받는 사원인데 제가 다른 방송 언론사랑 다르지 않습니까? 사주가 있는 데랑은? 나한테 수신료를 주는 분들중에는 진보(성향)도 있을 거고 보수적인 사람도 있을 거고. 너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사원일 때, 앵커일 때는 어떤 정치적인 행동 행보, 이런 걸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꼭 내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서 그렇게 해석되는게 아니었어요. 최근에 아시다시피 KBS가 파업을 지금... 저희가 노조가 두 개 (너무 어렵죠, 대학생들 아나요?) KBS가 노조가 두 개예요. 한 쪽은 파업을 하고 한쪽은 안하는데 그걸 보면서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지만 내부에 있는 저는 많이 혼란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저도 몇 년 지나야 다시 잡히지 않을까? 원래 생각했던 것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하하거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게 나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 종편진출이나 프리랜서로 활동할 생각이 있는지?

하고 싶은데, 안받아줄 것 같아요. (웃음) 왜냐하면 제가 KBS에 다니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지금까지 자랑스러운데 좀 아쉬운 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방송국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아나운서로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없어지는 것 같에요. 지상파에서는. 뉴스도 모든 방송국들이 과도기이기 때문에 다 바뀌고, 집행부가 바뀌고 하면 또 어떤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일지 모르겠는데 저는 제가 아홉시 뉴스할 때 폐지됐던 시사투나잇이라는 프로그램이있어요. 그런 점은 조금 아쉬워요. 왜냐면 그게 어떤 정치적으로 공격도 많이 받았죠. 당연히.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중립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포맷 자체는 대개 신선했던 것 같에요. 아나운서가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제가 둘째 낳기 전까지 했던 프로그램이 글로벌 정보쇼 세계인이라고 국제뉴스를 조금 더 쇼같이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포맷상으로 제가 대개 좋아했던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최근에는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다른 데를 가 봐도 아직 제 눈에 보이는 게 없고, 안 받아주실 것 같고. 제가 또 이제 아줌마가 되다보니까 상품성도 없는 것 같고 그래가지고...(웃음) 현실에 만족을 할까?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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