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인정된 횡령금액 80억 원을 결심공판 직전 전액 변제했다. 이 부회장이 횡령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변제로, 항소심 재판부를 향한 감형 참작 기대가 읽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및 법조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6일 1심 재판부가 횡령금액으로 인정한 80억9095만 원을 피해기업인 삼성전자에 개인자금으로 전액 변제했다. 26일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결심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0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7년 10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민중의소리

횡령액 80억9095만 원은 삼성전자가 2015년 9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최순실씨의 차명회사 ‘코어스포츠’에 지급한 64억6295만 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급한 16억2800만 원을 합친 값이다.

이 부회장은 오는 2월5일 열릴 항소심 선고에서 감형 가능성을 기대해 변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횡령 사건에서 피고인이 횡령금을 변제하면 ‘피해 회복 정도가 상당하다’거나 ‘반성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양형에 참작하는게 일반적”이라며 “변제 시점, 혐의 부인 태도 등을 볼 때 감형을 받기 위한 의도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꼼수 변제’라는 비판 여론을 감수하고 감형 전략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 횡령금액을 변제한다는 건 뇌물 공여를 위해 회삿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혐의 전부를 부인하는 이 부회장으로선, 횡령 혐의는 인정하지만 뇌물공여는 부인하는 모순된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 사건 재판이 시작된 지 8개월, 지난 9월28일 항소심 공판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변제를 결정했다. 특히 항소심 공판이 종결되기 하루 전 변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변제 시점을 둘러싼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번 변제를 통해 주주대표소송 피소 논란도 피해갔다. 삼성전자 소액주주인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 등의 횡령으로 삼성전자가 피해를 봤다며 주주대표소송 제기를 준비했으나 변제 사실이 확임됨에 따라 소송 준비를 잠정 중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25일 뇌물공여·횡령 등 혐의가 인정돼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삼성전자 사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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