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특사’ 의혹, 개헌 관련 ‘좌파’ 개헌 비판, 시민단체 경력 공무원 호봉 반대, 평창 올림픽에 한반도기 아닌 태극기 들자는 주장, 태극기 집회 후원 2만 명 계좌 조회 비판, 최저임금 인상 ‘역풍’ 강조, 비트코인 ‘정부가 혼란 줬다’는 비판까지.

1월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 내용들이다. 이는 동시에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그 내용을 그대로 회의 발언으로 가져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역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을 인용하며 자신들의 논리에 근거를 덧붙인다. 다음은 미디어오늘이 1월1일부터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비교한 것이다.

1.‘UAE 이면합의’를 ‘특사 의혹’으로 바꿔버린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

1월1일 조선일보 1면은 “文정부 ‘UAE 유사시 軍지원’ 합참계획 바꾸려했다” 기사다. 이 기사는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수립한 UAE(아랍에미리트)에 대한 군사력 지원 계획을 다시 검토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UAE가 불만을 제기한 것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UAE 특사 파견으로 이러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썼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UAE 원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 지난 정권은 국익으로 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적폐청산, 탈원전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며 “대한민국이 중동외교의 중심인 UAE와 심각한 외교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신뢰로서 미국, 일본, 중국, 중동까지도 망치는 폐족국가를 만들고 있는 문재인 정권은 비판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3일 JTBC 신년 토론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유시민 작가가 “해당 주장의 근거가 뭐냐”고 묻자 김 원내대표는 “언론 통해서 봤다”며 조선일보 보도를 언급했다.

조선일보 역시 김성태 원내대표의 말을 기사 논거로 사용한다. 서로 같은 논리를 주고받고 하며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런 보도행태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12일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나 “UAE 관련 국익 생각하겠다”고 말하기까지 계속됐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2. 헌법자문위원회 두고 ‘성향’ 비판

조선일보 2일 1면은 “헌법도 좌향좌..‘비정규직 폐지’까지 넣었다” 기사다. 해당 기사는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가 ‘좌편향적’ 내용의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는 것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정리해고 금지 △자유민주적 시장 경제 대신 평등한 민주사회를 삽입하는 것 △기간제, 파견제 사실상 금지 등의 초안을 두고 좌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일 “개헌 자문위의 월권적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각 분야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문역할에 충실해야 할 개헌 자문위가 오히려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사상적으로 경도된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3. 공무원 호봉에 시민단체 경력 반영 반대

1월5일 조선일보 1면은 ‘시민단체 경력까지 공무원 호봉 반영’이다. 조선일보는 인사혁신처에서 시민단체 근무 경력을 공무원 호봉에 반영하는 방안을 예고한 것에 “업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시민단체 경력을 일괄적으로 호봉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각에 시민단체 출신이 대거 입성한 것이 정부의 정책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썼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온 당일 아침인 5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와관련해 “문재인 정권의 청와대가 내각에 입성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에게 국민혈세를 갖다 바치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서는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4.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 형평성 없다며 비판

조선일보는 6일 1면 ‘태극기 집회 후원한 2만 명… 경찰이 계좌 뒤져봤다’부터 시작해 8일 “촛불 모금도 고발했는데 태극기 모금만 탈탈 털어”, 사설 “촛불 모금은 괜찮고 태극기 모금만 불법인가”에 이르기까지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 수사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8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경찰이 태극기집회 후원금을 낸 2만 명의 신상을 들여다봤다고 한다"면서 "문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적폐'를 조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시민 2만 명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5. ‘최저임금 인상 역풍’에 집중

8일 조선일보의 1면은 ‘최저임금 뛰니 동네물가 뛴다’다. 해당기사는 최저임금이 올린 이후 키즈카페, 네일아트숍, 식당, 사진관 등의 가격 인상을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소비자에겐 물가상승, 자영업자에겐 소득 감소, 알바생은 고용불안을 가중하는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1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새해 벽두부터 아주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며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직원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줄이고, 기본금 올려주는 대신 각종 상여금을 없애고,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 회사를 쪼개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며,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5년 만에 감소했고 그 자리에는 무인 시스템이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6. 평창올림픽에서 태극기 들자는 주장

조선일보는 10일 3면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 들고 공동 입장할 듯’ 기사에서 “올림픽에서 개최국 국기가 등장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런데 이번에 한반도기를 들게 되면 처음으로 자국 국기 없이 입장하는 사례가 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북한이 핵 개발 의지를 여전히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태극기 입장을 포기하면 반발 여론이 거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11일 ‘애국가와 태극기를 평창 하늘에서 보고 싶다’는 논평을 통해 “태극기와 애국가는 대한민국, 자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미란다(Miranda, 상징이라는 뜻)”라며 “형편없는 북의 공갈협박에도 불구하고 가슴 벅찬 애국가와 휘날리는 태극기를 평창 하늘에서 마음껏 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7. 비트코인 혼란, 정부가 키웠다는 논리

12일 조선일보의 1면은 ‘정부가 더 키운 비트코인 난리’다. 해당 기사와 이어지는 3면 기사는 “가상 화폐 광풍에 대한 정부 당국의 압박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며 “법무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거론하고, 일부 투자자들이 규제 반대 목소리를 내자 청와대는 투자자를 달래기까지 했다. 그 사이 가상 화폐 가격은 하루 종일 출렁였다”고 전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아침 원내대책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어제 갑자기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뒤늦게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혼란을 가중했다. 멀쩡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법무부와 청와대가 들쑤셔 오히려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도박장으로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자유한국당이 노골적일 정도로 조선일보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언론지형의 변화다. MBC와 KBS같이 이전 정권에서 보수신문과 비슷한 논조의 방송국이 있었고, 동아일보나 중앙일보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지만 현재는 조선일보 외에는 자유한국당과 맥을 같이하는 언론이 없다. 

시사평론가 김민하씨는 “최근 지상파는 자유한국당이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기에, 조선일보만 남은 상황이라 볼 수 있다”며 “이전에는 ‘조중동’이라 불리면서 조선일보와 함께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함께 보수정당의 편을 들어줬지만 최근 동아일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동아일보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전과 달리 정부 비판에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 역시 JTBC의 영향이 있어선지 예전처럼 자유한국당과 같은 논리를 주장하진 않는다”며 설명했다.

이어 김민하씨는 “자유한국당에게는 조선일보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자유한국당이 조선일보는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상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조선일보에 취재 자료를 주면 그것을 1면에 싣고, 자유한국당은 그것을 아침회의에 언급하며 의제 강화를 한다”고 분석했다.

언론 지형의 변화 외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상황은 ‘지방 선거’다.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승리의 전략으로 다시 한 번 ‘이념’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은 태극기 집회에 대한 문제제기나, 개헌을 ‘좌편향’이라고 지적하는 등 이념 투구에 몰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민하씨는 “지방선거 국면 주요한 프레임은 ‘개혁 VS 반개혁’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나 조선일보는 그 프레임에 올라탈 수 없다. 그러니 다시 한 번 이념 선거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정권 심판론은 먹히지 않을 것 같으니 일찌감치 이념공세를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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