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가 수습기자를 ‘포괄연봉제’로 채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포괄임금제(연봉제)는 각종 수당을 실제 노동 시간과 관계없이 연봉에 포함해 지급하는 임금제도를 말한다.

뉴시스는 지난 10일 수습기자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뉴시스는 1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서류접수를 진행한 뒤 필기시험·실무평가·면접 등을 거쳐 뽑은 신입 기자(17기)를 오는 3월부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 뉴시스 신입 기자 채용 공고
▲ 뉴시스 신입 기자 채용 공고

뉴시스 노조는 ‘경영진이 꾸준히 연봉제 전환을 시도해왔고, 이를 통해 노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시스지부(지부장 신정원)는 12일 성명을 통해 “‘공짜 야근’ 강요하는 포괄연봉제 수습 채용을 중단하라”며 “이는 단체협약과 배치되며, 이번에 채용될 수습기자들이 (노조가 쟁의 행위에 돌입할 경우) 쟁의 행위 대체 인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연장근무 대폭 축소

뉴시스지부는 포괄연봉제 채용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연봉제 전환’, ‘노조 길들이기 시도’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 뉴시스는 야근·철야를 원칙적으로 없애겠다고 공지했다. 회사는 편집부·국제부 등을 제외한 부서의 기자들에게 일상적인 연장 근무(야간 당직 등)를 없애고 특별한 일정이 있을 경우에만 부서장 허락을 받아 야근을 하도록 했다.

이슈를 놓치거나 ‘공짜 야근’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우려다. 야간 일정이 사전에 나올 경우엔 야근을 신청해 기사로 다룰 수 있지만 당직자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이슈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퇴근 이후 갑자기 출입처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통신사 특성상 야근 수당을 신청하지 못하고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졌다. 통신사에서 ‘나와야 할 기사’가 나오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 한 퇴사자가 시간 외 수당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회사가 연장근무 수당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노조는 ‘회사가 향후 비슷한 소송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야근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 측은 “야근을 줄이고, 삶과 휴식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일부 통신사도 철야를 하지 않는 것처럼 (뉴시스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노사, 연봉제 임금인상 기준 못 정해

▲ 사진=istock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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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연봉제(경력직·2017년 신입 공채 등) 직원들의 임금 협상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연봉제 직원들에게 연·호봉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회사에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연봉제 임금인상 기준 노사 합의’ 쟁점은 지난 9일 노사 임·단협 최종 결렬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연봉제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연봉 개별 협상을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에 ‘근로조건 관련 협상이니 대표성을 가진 노조와 협의할 것’을 주장했고, 조합원들에게는 협상테이블에 앉지 말 것을 부탁했다.

포괄연봉제 채용, 노동자 권리 후퇴

노조는 포괄연봉제 채용을 노동자 권리를 후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뉴시스지부는 “단협에 배치되는 임금체계를 노조와 합의 없이 강행하는 건 문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초과수당을 제대로 안 주는 포괄임금제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고용노동부는 이 제도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와중에 포괄연봉제로 수습기자를 뽑겠다는 뉴시스 경영진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냐”며 “사회 정의와 시대정신을 고민해야 할 언론사가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데 앞장 서는 것이 온당한 처사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뉴시스지부는 “뉴시스는 법적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야근·철야·휴일수당을 임·단협으로 정해 지급했는데 이는 구성원들의 대승적인 양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7월 야근을 대폭 축소하더니 최근엔 연봉제만 야근을 시키라는 지시를 내렸고, 급기야 노조와 상의도 없이 임금체계가 다른 수습기자를 뽑겠다고 해 구성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 사진=istock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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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포괄연봉제 채용을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11일 “뉴시스 경영진은 9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결렬 결정이 내려지자, 기다렸다는 듯 10일엔 포괄연봉제를 적용한 제17기 수습기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는 현재 호봉제와 연봉제가 공존하는 뉴시스의 임금 체계를 장기적으로는 연봉제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하나”라며 “더불어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어 “당장 수습기자 모집을 중단하고 교섭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측 “공짜 야근은 없다”

회사는 포괄연봉제에 수당이 이미 포함됐기 때문에 ‘공짜 야근’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문재 뉴시스 경영기획실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호봉제는 성과 차이가 뚜렷하더라도 (성과보상에 대한) 경직성이 있고, 대부분 회사들이 연봉제로 가고 있다”며 “연봉 금액에다가 수당을 포함하고 휴식도 보장한다”고 말했다.

주당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 총 주 52시간(연 2700여 시간)을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하고 실제 연장 근무가 이를 밑돌더라도 약정 연봉을 다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연봉제 직원이라 하더라도 철야근무 뒤 아침에 퇴근했다면 하루 쉴 수 있도록 휴식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게 정 실장의 설명이다.

또한 연봉제로 전환하더라도 호봉제보다 임금을 낮게 지급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대주주) 머니투데이 전체적으로도 호봉제보다 연봉제 직원의 임금이 많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성과 보상 측면에서 이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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