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인사가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 부적절한 제안을 했던 당일 김정태 회장도 기자와 동석해 저녁식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은 KEB하나은행 홍보부 전무이자 하나금융지주 그룹변화추진총괄 전무 겸직을 맡고 있는 안 아무개씨가 하나금융지주의 중국 특혜투자,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와 김정태 회장 아들의 거래관계 등을 보도했던 A매체 특별취재팀 B부장을 만나 2억 원의 광고협찬비와 계열사 감사 자리를 약속하며 기사 삭제 등을 요구한 녹취록을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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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녹취록 속에 등장하지 않지만 안아무개 전무와 함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A매체 B부장과 동석해 식사를 했던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지난해 11월12일 A매체는 ‘하나금융지주, 회장 재선임 앞두고 사외이사와 거래…“상법 위반”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고 난 후 다음날인 13일 하나금융지주 안아무개 전무가 A매체 사무실을 찾아와 2억 원의 광고협찬비용을 제시하며 기사 삭제와 관련 기사를 쓰지 말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A매체는 이 같은 제안에 응하지 않았고 14일 안 아무개 전무는 A매체 B부장과 약속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소재한 한식당에서 다시 만나 계열사 임원 자리를 두 번째로 제안했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한식당에서는 안 아무개 전무 뿐 아니라 김정태 회장까지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사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리에 동석한 것 자체만으로도 A매체와 기자에 큰 압박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부적절한 제안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안아무개 전무와 B부장이 식당 밖을 나와 골목에서 나눈 대화다.  

A매체 보도 내용은 김 회장 체제의 하나금융지주에서 일어났던 의혹이 중심이며 특히 김 회장의 아들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김 회장은 의혹의 핵심 당사자다.

김 회장은 또한 올해 3연임을 준비하고 있고,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판적 언론 보도에 관한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부적절한 제안이 있었던 당일 김 회장이 기자를 만난 것만으로도 파장이 커질 수 있었다. 

김 회장이 이 같은 위험부담을 안고 비판적 기사를 쓴 매체 관계자를 직접 만난 것은 A매체의 보도가 하나금융지주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매체는 지난해 11월8일 ‘하나금융노조, 김정태회장·함영주 행장 ‘퇴진행동’ 까닭은’이라는 기사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지부 등 하나금융노조가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을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한 소식을 전하면서 △최순실 부역 적폐 △특혜인사 △노조탄압 △언론장악 △황제 경영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인사말. 사진=하나금융그룹 홈페이지
▲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의 인사말. 사진=하나금융그룹 홈페이지

A매체는 하나그룹 전체 직원 1만 20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김정태 회장 연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81% 구성원들이 ‘하나금융지주가 계열사 경영 및 인사 개입으로 폐혜가 크다’고 답한 결과를 보도했다.

A매체는 이밖에 이상화 전 KEB하나금융그룹 유럽 통합본부 총괄본부장이 최순실와 딸 정유라씨의 특혜 대출을 도운 대가로 특별 승진을 했다는 의혹, 여직원을 성추행한 가해자를 하나저축은행에 재취업시켰다는 의혹,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미래기업으로 주목받은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 등을 종합해 보도했다.

그리고 이어 A매체는 12일자로 하나금융지주가 물티슈를 구매했는데 해당업체 대표가 회장후보추천위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던 박아무개 사외이사였고, 박 사외이사의 업체와 파트너십 관계에 있었던 온라인 쇼핑몰이 김정태 회장의 아들 소유라는 것을 보도했다.

그러자 하나금융지주는 A매체 B부장을 급하게 만나 기사 삭제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는데 김정태 회장까지도 B부장을 만났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인사는 12일 보도가 나간 이후 해당 당일과 새벽에도 직접 A매체 임원진 자택까지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A매체는 하지만 하나금융지주 회유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기사 삭제 등을 거부했고 이후에도 ‘하나금융, 김 회장 취임 후 대 중국 집중투자…부실에 불투명까지’, ‘김정태 회장, 하나금융그룹 투자사 동원 아들 지원 의혹’ 등 굵직한 보도를 쏟아냈다. 그리고 하나금융지주는 A매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제기한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 지부 관계자는 “부적절한 자리에 김 회장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언론 통제를 주 담당하는 임원이 금전적인 것을 제시하고 고위직 자리를 약속한 자리에 김 회장이 동석했던 자체부터 부적절한 처신이다. 언론보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내면 되는데 회장추천 및 임명이 올해 초 급히 진행되고 있어 금전적 회유 등을 했다가 잘 안되니까 억대 소송을 제기하는 것부터 유래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A매체 관계자와 14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녹취록 대화는 안아무개 전무와 B부장이 식당 밖에서 따로 만나 한 얘기”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원은 14일 김정태 회장 등과 연루된 각종 의혹이 검사 진행 상태에 있다며 올해 초 진행되고 있는 회장 선출 절차를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사를 통해 “금융도 국민과 산업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 금융권의 갑질, 부당대출 등 금융적폐를 없애고,다양한 금융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도 개선하겠다”며 “불완전 금융판매 등 소비자 피해를 막고, 서민, 중소상인을 위한 금융기능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사 수정 : 1월 1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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