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정부의 개혁과제 방침을 다시금 확인하는 내용이지만,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고 검찰과 경찰, 검찰과 법무부의 내·외부 견제 기능 강화에 청와대가 강한 실행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직접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나와 지난 1987년 벌어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언급하며 운을 뗐다.

조 수석은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영장도 없이 불법체포 돼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물고문을 받고 끝내 숨졌다”며 “검·경과 안전기획부가 합심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고, 그해 7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을 맞고 이한열 열사가 끝내 사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영화 ‘1987’을 보며 시대의 참상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 조직의 이익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국민 반대편에 서 왔다”고 비판했다.

조 수석은 “2015년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백남기 농민이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고, 2016년 국민이 촛불을 든 원인, 지난해 대통령이 탄핵된 원인에는 검·경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잘못이 있었음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며 “이들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반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촛불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밝혔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의 기본 방침을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 남용 통제로 삼았다.

특히 검·검 수사권 조정과 대통령 직속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통해 수사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권한이 집중된 검찰권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관 간 통제가 이뤄지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수석은 “검찰은 기소를 독점하고 있고 직접 수사 권한, 경찰 수사 지휘권, 형의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며 “집중된 거대 권한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결과 검찰은 정치 권력의 이해나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검찰권을 악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1차적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되 검찰은 2차적·보충적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수사권을 조정하고,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로 이관토록 할 계획이다. 또 공수처의 검사 수사와 법무부 탈검찰화를 통해 기관 간 통제장치 도입으로 검찰이 검찰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이관받을 경찰은 방대한 조직과 거대 기능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개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신설될 경찰 안보수사처(가칭)에서 대공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조 수석은 “자치경찰제 수사경찰·행정경찰 분리 등 경찰 권한의 분리·분산과 경찰위원회 실질화 등의 견제·통제 장치로 경찰 비대화 우려를 불식하고, 수사의 객관성 확보와 경찰의 청렴성·신뢰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국정원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조정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러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국정원은 국내 정치 및 대공수사에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 수준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산하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지난 2012년 댓글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와 수사의뢰를 완료한 상황이다. 검찰 역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 대상 사건 선정을 검토 중이다. 경찰도 현재 과거 적폐 사건에 대한 민간조사단 구성이 끝나는 대로 진상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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